장르 : 드라마
시청등급 : 15세 이상
편성 : tvN 2022.10.15. ~ 2022.12.04. (16부작)
제작사 : 스튜디오드래곤, 하우픽쳐스
CP : 유상원
연출 : 김형식
PD : 최순규, 권경현
극본 : 박바라
출연 : 김혜수, 김해숙, 최원영, 문상민, 옥자연, 강찬희, 김의성, 배인혁, 윤상현, 유선호, 박하준, 김가은, 우정원, 김민기, 문성현, 장현성, 오예주, 전혜원, 서이숙, 채린, 한동희, 김재범, 박효주
드라마 제목 ‘슈룹’, 우산의 순 우리말이다. 사실 이 드라마가 하기 전까지 슈룹이 우산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아무튼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슈룹이다. 우산으로 비를 지켜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우산을 접으면 창처럼 남을 찌를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로 다가간다면 소중한 내 자식의 어미로서 내 자식을 슈룹 안에서 보호하고 내 자식을 다치게 하려는 이들을 창처럼 찌르는 그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바로 ‘슈룹’이다.
일반적인 사극과는 조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성소수자를 다뤘다는 점이다. 그간 사극에서는 성소수자를 다룬 적이 없다. 그런데 왕자가 성소수자라는 파격적인 설정, 그리고 어미이기에 자식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화령의 모습으로 극 초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의 큰 축은 대비가 자신의 아들 이호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 벌인 일이 시작이 돼 화령의 아들에까지 영향이 미치게 된다. 그 안에서 세자가 죽게 되고 중전과 후궁들이 서로 자신의 자식을 새로운 세자로 앉히기 위해서 신경전을 펼치게 된다. 그러면서 천방지축이었던 성남대군의 성장 스토리가 그려진다. 그리고 성남대군과 로맨스를 보여주는 청하, 바람둥이 무안대군과 초월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황귀인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혜수만으로도 드라마를 보는 몰입감이 엄청나다. 대비 역시도 마찬가지. 김헤수, 김해숙, 최원영, 김의성, 장현성, 김재범, 서이숙. 이 배우들이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극 경험이 적거나 사극톤을 구사하지 않는 배우들이 있더라고 균형을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태소용이다. 김가은이 연기한 태소용은 후궁 사이에서 중궁전 시녀 출신으로 무시를 당하는 인물이다. 중저음의 차분한 톤을 구사하는 다른 후궁들 사이에서 하이톤에 빠른 말투 등이 상당히 튀어 보인다. 그럼에도 중궁전 시녀 출신이라는 설정이기에 어느 정도 용납이 되는 느낌이랄까. 이럴 말투 때문에 여러 후궁 사이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튀어 보이기도 했다.
설정 덕을 본 배우는 청하 역할의 오예주다. 오예주 역시 조금 어색한 사극톤을 사용한다. 하지만 청하 캐릭터 자체가 매파들 사이에서도 믿고 거르는 엽기적인 그녀라는 설정이다. 그러다 보니 말투가 조금 도전적이고 기존의 양반 댁 규수들과 다른 모습임에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 드라마의 방점은 마지막 장면이다. 매 회 마지막 장면이 큰 울림을 줬다. 그런데 마지막 회 장면은 나이든 부모와 장성한 자식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매 회 쫀쫀한 긴장감, 유머 등 재미가 있었던 작품. 본궁이라든지 몇가지 중국식 사극 논란이 아쉬움으로 남긴 한다.
1회
방송 날짜 : 2022년 10월 15일
시청률 : 7.6%
이날 방송에서는 대비(김해숙 분)로부터 병으로 쓰러진 세자(배인혁 분)와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나선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처절한 절규가 그려졌다.
먼저 새벽 댓바람부터 아들 단속에 나선 화령의 분주한 아침 풍경으로 포문을 열었다. 국왕 이호(최원영 분)가 특별 참관하는 날인만큼 4단 분리된 자식들을 찾아다니는 화령의 발걸음이 부산히 움직였다. 사고뭉치 자식들 덕에 바람 잘 날 없지만 화령의 일상엔 활력이 넘쳐 보였다.
하지만 대비의 눈에 대군들은 그저 못마땅하기만 할 터. 그녀는 대군들을 ‘저런 거’라고 칭하며 한 마디 톡 쏘아붙였다. 화령도 지지 않고 ‘노파심을 거두라’고 응수하지만 이들의 설전은 점점 묘한 방향으로 전개, 서로의 자존심을 건들며 팽팽하게 날을 세웠다.
그러던 중 세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화령에게 위기가 닥쳤다. 급히 주위를 가리고 아들을 품에 안은 화령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자의 병은 피가 부족해 생기는 혈허궐로 이는 이호가 왕자였던 시절 당시 국본이었던 태인세자가 걸렸던 병이기도 했다.
화령은 혈허궐을 치료했던 어의를 급히 불러 보려 했지만 대비의 명으로 출타 중이었다. 어의를 구하지도 못하고 이호에게 세자의 상황을 고하지도 못하는 화령의 근심 어린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화제를 전환할 겸 시강원에서 세자와 동문수학할 배동을 종학에서 뽑는다는 소식에 대해 물은 화령은 이를 대비가 고안해냈다는 사실에 일순간 얼어붙었다.
어의의 출타부터 배동 선발까지 모든 것에 대비가 관련돼 있자 화령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대비전에서 제왕 육성 비법서를 후궁에게 주었다는 전갈까지 접하자 본능적으로 국본의 자리가 위험해질 것이란 걸 감지했다. 설상가상으로 대비에게 세자의 병을 들키게 되면서 화령은 처음으로 대비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
화령은 세자와 같은 병을 앓았던 태인세자가 어쩌다 병을 얻었고 이후 이호가 어떻게 왕이 된 것인지 알아야 했다. 만약 제왕 육성 비법이 존재한다면 과거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며 이는 곧 자신도 태인세자를 잃은 폐비 윤왕후(서이숙 분)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윤왕후를 찾아간 화령은 흙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려워 왔다. 큰소리치며 덤벼보라 했지만 지키는 방법을 몰랐다”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면면에 무섭고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식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도 서려 있었다. 그러고는 “소문에도 기록에도 없는 두 분만이 알고 계신 그 모든 것들이 알고 싶습니다”라며 과거 태인세자가 살아있던 시절 윤왕후와 대비 사이에 벌어진 왕실의 비밀을 물었다. 이를 무겁게 바라보는 윤왕후와 간절한 화령의 눈 맞춤을 끝으로 1회가 막을 내렸다.
드디어 서막을 올린 ‘슈룹’은 김혜수(화령 역)를 비롯해 김해숙(대비 역), 최원영(이호 역), 옥자연(황귀인 역) 등 캐릭터와 하나 된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궁중 암투가 피어오르는 극의 세계로 안내했다. 여기에 작품의 진중한 분위기와 코믹한 재미를 덧입힌 섬세한 연출, 흥미롭고 신선한 궁중 스토리로 긴장감을 고조해 끝나는 순간까지 눈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2회
방송 날짜 : 2022년 10월 16일
시청률 : 9%
이날 방송에서는 과거 왕실에서 벌어진 충격적 진실부터 여인으로 분한 계성대군(유선호 분)의 치명적 비밀까지 첩첩산중의 위기를 맞이한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고군분투가 펼쳐졌다.
화령은 폐비 윤왕후(서이숙 분)에게서 실로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윤왕후에 따르면 역모로 몰린 집안, 폐비가 된 자신, 후궁의 자식 이호(최원영 분)의 왕위 계승 등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준비된 듯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것. 특히 당시 혈허궐을 앓았던 태인세자가 완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면치 못했단 사실은 의구심을 당겼다.
장성한 대군들이 여럿 있었음에도 후궁의 소생이 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답을 얻었다. 대군들은 왕세자를 위협할 인물로 견제 받지 않도록 제왕 교육을 하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학문에 뜻이 없고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 바. 이는 가장 총명한 자가 왕위를 물려받는 택현이 적용될 빌미를 제공하고 서자도 왕위에 오를 수 있는 명분을 실어주었다. 그 성공적인 본보기가 바로 성군 이호와 대비(김해숙 분)였다.
지키지 않으면 자식의 잃게 되는 지옥 같은 현실이 바로 화령 앞에 앉은 윤왕후의 삶이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치졸하고 비겁하고 비열하고 손가락질 당할지언정 제 자식들을 지키겠다”라는 윤왕후의 통한의 눈물이 화령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그런 가운데 대비로부터 은밀하게 받은 제왕 육성 비법서는 후궁들로 하여금 제 자식도 왕이 될 수 있다는 헛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세자가 아픈 상황에서 화령도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대군들에게 배동 응시를 주문했으나 계성대군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화령은 뜻을 보인 계성대군 덕에 그나마 안도의 미소를 지었으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계성대군이 출석 미달의 불량 생도란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 때마침 혼자 궁중을 거닐던 계성대군을 발견한 화령은 폐전각으로 향하는 아들을 따라갔다. 대체 이곳에 혼자 발을 들이는 이유가 무엇일지, 불안한 걱정이 화령의 심장을 뛰게 했다. 이어 폐전각 안 밀실까지 들어선 화령은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도망쳐 나갔다.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화령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 숨죽여 울었다. 이토록 한순간에 무너지는 화령의 모습은 걱정과 함께 계성대군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부추겼다.
한편, 화령의 예상을 깨고 대군들이 모두 배동 선발에 응시했다. 이 기쁜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화령도 시험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날고 기는 능력자들을 붙여 고급 과외를 하는 후궁들과 달리 화령의 전략은 몸소 공부하는 것. 대군들은 예상문제까지 뽑아낸 엄마 화령의 의욕이 그저 낯설고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중전으로서의 체면을 이유 삼아 학업의 기본만 해줄 것을 당부하는 화령의 절박한 속사정을 대군들이 알 리가 없을 터.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화령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세자와 같은 병을 앓았던 태인세자의 어의들이 사라졌고 병상일지는 화재로 전소,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자들마저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순순히 납득하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닌 바. 자식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는 더욱 분명해져갔다.
방송 말미, 여느 때처럼 폐전각을 향하는 계성대군의 뒤를 간택후궁 고귀인(우정원 분)이 따라붙으면서 다시 한번 화령이 본 장면에 궁금증이 실렸다. 고귀인이 몰래 들여다본 밀실 안에는 곱게 걸린 여인의 저고리와 입술에 연지를 찍고 있는 실루엣이 포착, 여인으로 분장한 계성대군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충격의 2회가 막을 내렸다.
3회
방송 날짜 : 2022년 10월 22일
시청률 : 6.9%
이날 방송에서는 피접으로 위장해 외부로부터 아픈 세자(배인혁 분)를 지키고 계성대군(유선호 분)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사랑의 힘이 그려졌다. 먼저 시강원에서 세자와 함께 동문수학할 배동 선발 초시가 개최, 자식의 합격을 비는 궁중 사모들의 갖가지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두가 설레는 긴장을 만끽하는 순간 중전 화령은 창백해진 세자의 손을 붙잡으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세자의 상태는 날로 악화 중이었다. 이를 치료할 어의도,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 중전의 손에는 세자가 기록해온 병상일지가 전부였다. 세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수록 안위에 대한 소문이 돌자 화령은 안전하게 치료에 전념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화령은 세자의 피접을 결정, 배동 시험기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국왕 이호(최원영 분)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궐 내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어막으로, 피접을 위장해 중궁전에서 집중 치료를 시작했다.
잠시 시간을 번 화령은 다음으로 계성대군을 살폈다. 배동 시험기간만큼은 폐전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계성대군의 비밀은 대비(김해숙 분) 귀에도 닿았다. 중전의 소생들을 못마땅해 온 대비로서는 쾌재나 다름없을 터.
이에 화령과 대비의 두뇌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대비는 산책을 핑계로 국왕을 폐전각으로 안내하면서 화령도 동행하게 했다. 화령은 이 자리가 계성대군의 비밀을 만천하에 드러내려는 대비의 계략임을 간파, 동행에서 빠져나와 폐전각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이어 국왕과 대비가 폐전각에 당도하기 전 화령은 밀실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한발 앞서 폐전각을 불태워버렸다. 대비는 자리를 뜬 중전이 수를 쓴 것임을 빠르게 눈치챘다.
다시 마주한 중전과 대비는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계성대군의 흉측함을 모두 앞에 공개할 거라는 대비의 냉혈한 면모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매서웠고 혈허궐의 모든 가능성을 불태워버린 대비에게 던지는 화령의 뼈 있는 응수는 묵직했다.
가까스로 위기는 잠재웠지만 계성대군의 가슴은 찢기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의 본 모습을 알게 된 어머니가 말도 없이 그의 세계를 무너뜨렸다는 사실이 더없는 상처로 다가왔다.
서러운 눈물을 쏟아내는 계성대군을 데리고 궐 밖으로 향한 화령은 어느 화실에 멈춰 섰다. 어리둥절한 계성대군의 표정에 이어 종이 위에 미끄러지는 화공의 붓이 포착됐다. 붓끝은 어느새 선이 고운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화를 완성, 주인공은 바로 여인의 모습을 한 계성대군이었다. 초상화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
밀실에서 처음 비밀을 알았을 당시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던 화령이었지만 그녀는 자신보다 아들 계성대군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남들과 다른 마음을 깨닫고 이를 받아들여야 했을 자식의 지난한 시간들이 화령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초상화를 품에 안고 나온 계성대군을 안아준 화령은 “누구나 마음속에 다른 걸 품기도 한다. 하지만 다 내보이며 살 수는 없어. 언제든 네 진짜 모습이 보고 싶거든 그림을 펼쳐서 보거라”라는 말과 함께 아끼던 비녀를 건네주었다. 자식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엄마이기에 감내하는 화령의 용단이 안방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비 오는 밤, 자식에게 우산을 기울인 화령과 계성대군의 뒷모습이 한 폭의 그림으로 변해 엄마와 딸의 모습으로 남겨진 엔딩 장면은 진한 감동과 긴 여운을 선사했다.
4회
방송 날짜 : 2022년 10월 23일
시청률 : 9.4%
이날 방송에서는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왕 이호(최원영 분)와 대신들 앞에 국본의 위기가 발각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됐다.
계성대군(유선호 분)의 폐전각이 어머니로부터 전소된 사실을 알게 된 성남대군(문상민 분)은 한달음에 중궁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화령이 아닌 피접을 간다던 형 세자(배인혁 분)가 수렴 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성남대군은 화령에게 모든 것을 물었다.
화령은 세자의 상태와 이를 왕에게 알리지 못하는 까닭을 털어놓았다. 태인세자와 같은 비극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불길함이 성남대군에게도 전해졌다. 세자를 피접으로 위장한 일도, 폐전각을 불태운 일도 자식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화령의 말에 성남대군은 가슴 한쪽에 시큰함을 느꼈다.
그러고는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질문인 어릴 적 자신을 궐 밖 사가로 보낸 일도 같은 이유인지 물었다. 성남대군의 뜻밖에 물음에 화령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그 선택도 마찬가지임을 전했다. 화령의 말에는 단호함이 실려있었으나 눈에는 슬픔이 고여 있어 이 모자(母子)에게 아직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음을 짐작게 했다.
기권한 계성대군을 제외하고 의성군(강찬희 분), 보검군(김민기 분) 그리고 성남대군이 배동 선발 복시를 치르기 위해 시강원에 모였다. 복시는 토론 시험으로 이호는 신종 역병의 확산을 막고 움막촌 통제·관리 방안에 대해 출제, 실로 애민군주 다운 발상이었다.
보검군은 차분하면서도 문제의 해결책을 다각도로 짚어나갔고 의성군은 미리 준비한 만큼 통계적 결과를 들며 의견을 피력했다. 두 왕자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치밀한 분석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성남대군의 진가는 다른 부분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성남대군은 역병 문제의 맥을 짚고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서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만큼 백성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탁월했다. 기저에 깔려있는 생명의 고귀함과 백성을 아끼는 마음은 누구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분명하게 제시해냈다. 결국 배동은 보검군이 됐지만 종학 깔째(꼴찌) 성남대군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데 충분했다.
한편, 복시가 끝난 후 성남대군은 혈허궐의 치료 경험이 있는 토지선생(권해효 분)을 찾아 역병 출몰지 움막촌에 들어섰다. 신음을 토하는 환자들 속에서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토지선생은 세자의 경우 침술을 금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화령은 성남대군이 겨우 받아낸 처방전을 선뜻 따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갖은 방법을 다 써보았는데도 차도가 없는 세자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터. 화령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토지선생의 처방전대로 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세자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빈궁의 출산 일이 다가왔다. 피접을 마치고 돌아오라는 왕의 명에도 제시간에 당도하지 않는 세자의 상황에 대비(김해숙 분)와 후궁들은 음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는 순간 이호 앞에 강건한 세자가 등장, 세자 위중설을 단번에 종식시키며 화령을 안도케 했다.
하지만 이는 잔혹한 운명이 건네는 작은 호의에 불과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믿는 순간 세자가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졸도했기 때문. 충격과 경악으로 혼돈이 된 시강원을 비추며 4회가 마무리됐다.
5회
방송 날짜 : 2022년 10월 29일
시청률 : 7.7%
중전 화령(김혜수 분)과 국왕 이호(최원영 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명을 달리한 세자(배인혁 분)의 마지막이 전개, 가슴에 자식을 묻게 된 화령과 이호의 눈물이 안방을 먹먹하게 적셨다.
세자가 혈허궐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이호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혈허궐이 과거 어떤 비극을 안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 분개한 이호는 세자를 담당한 의관을 옥에 가두고 중전 화령에게는 유폐를 명했다. 세자가 위독한 상황에서 유폐는 너무도 가혹했으나 이호는 단호했다. 살아있는지, 의식은 돌아왔는지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으려는 이호를 향한 야속함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이 한데 엉켜 화령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하지만 마냥 중궁전에 갇혀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더욱이 작금의 상황이 태인세자 때의 비극이 도래한 것이라면 세자의 목숨은 풍전등화일 터. 화령은 궐 내 곳곳에 심어둔 이들을 자신의 눈과 귀와 발이 되도록 움직여 동궁전의 동태를 살폈다. 또한 윤왕후(서이숙 분)를 만나 태인세자를 죽인 장본인이 조귀인 시절의 대비(김해숙 분)라는 사실도 확인, 이로 하여금 20년 전 대비의 왕위 찬탈이 현재 다시 진행 중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화령의 짐작대로 궐 안은 세자의 폐위를 청하는 문무백관들과 이를 윤허하지 않는 이호의 대치가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이 세자의 폐위를 공론화할 적기로 본 영의정(김의성 분)이 은밀하게 폐세자 논의의 물꼬를 트고 대신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것.
영의정이 대신들의 분위기를 조장했다면 대비는 외로운 싸움 중인 이호의 심중을 뒤흔들었다.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듯 보이지만 왕권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이호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는 없을 터. 대비는 서자 출신의 왕이란 열등감을 교묘하게 자극해 대신들의 뜻을 따르도록 종용했다. 이런 대비의 모습은 어미가 아닌 권력과 욕망의 화신처럼 보였다.
점점 더 커지는 문무백관들의 성토는 화령에 의해 일순간 멈췄다. 화령은 대신들을 한 명 한 명 지목해 세자가 폐위당해야 하는 이유를 날카롭게 물었다. 그러고는 명분은 종묘와 사직, 민생의 책임을 운운하면서 임금을 압박해 잇속을 챙기려는 간교한 속내를 들춰 신랄하게 비판했다. 어느 누구도 화령의 기백을 막아설 수 없었다.
영의정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중전을 향해 유폐를 들먹거리자 이호가 화령을 옹호하며 전면에 나섰다. 화령의 뜻에 동조한 이호는 다시 한번 폐세자 논의는 앞으로도 없음을 공고히 했다. 국왕과 국모라는 신분을 떠나 부모로서 한목소리를 낸 이호와 화령의 외침에 묵직한 전율이 느껴졌다.
화령과 이호가 뜻을 합쳐 비바람을 막아낸 그 시각, 세자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풀썩 주저앉아 오열하는 화령과 넋을 잃은 이호의 모습에서 참담한 고통이 전해졌다. 망자가 된 자식을 품고 “아가... 약속하겠다. 걱정되어 헤매지 말고 편히 가거라”라며 무너지지 않겠다고 맹세한 화령의 작별 인사가 시청자들의 눈물샘도 터트렸다.
6회
방송 날짜 : 2022년 10월 30일
시청률 : 11.2%
황원형(김의성 분)은 세자(배인혁 분)가 죽자 왕(최원영 분)에게 서둘로 세자 책봉을 종용했다. 자신의 딸인 황귀인(옥자연 분)과 손자 의성대군(찬희 분)을 세자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중전(김혜수 분)의 사람인 신상궁(박준면 분)을 불러 세자의 죽음을 추궁했다.
이때 중전이 나타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며 황원형에게 분노했다. 그리고는 “내가 책임질 것이 있다면 마땅히 하겠습니다. 허나 아닌 것을 물고 늘어진다면 나는 그게 누구든 물어뜯어서 아주 잘근잘근 씹어먹을 것입니다. 심문을 해도 내가 합니다. 의혹이 있다면 알려드리지요”라고 경고했다.
중궁전으로 돌아온 중전은 위태로워지는 위치 때문에 고심에 빠졌다. 그는 "독살은 미끼야. 황원형의 직접 목적은 날 끌어들이는 거다. 그래야 원손과 대군들에게 흠집이 생기니까. 택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함이다. 세자도 내가 죽였다고 하겠지"라고 황원형의 수를 내다봤다.
역시나 황원형은 중전과 대군들, 원손까지 내칠 야심을 내비치며 세자를 치료했던 권의관(김재범 분)을 고문했다. 그러나 황귀인이 황원형에게 권의관(김재범 분)의 추궁을 멈춰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지 않으면 권의관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올 수 있습니다"라고 고백한 것.
그리고는 자신의 권의관에게 부탁해 은밀히 독을 탔다고 밝히며 “세자를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저 병세를 악화시켜 살짝 혼만 내려고 했는데 죽어버렸습니다. 제가 죽인 게 아니라 지가 못 버틴 겁니다.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했던 겁니다. 중전 자리는 제것이고 세자는 의성대군 자리입니다”라고 소리쳤다.
알고 보니 권의관은 중전의 사람이 아닌 황귀인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딸이 세자를 독살하려 했다는 사실에 황원형은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더더욱 중전이 외부 약재를 쓰며 세자 독살의 배후에 있다고 몰아세웠고 대비(김해숙 분) 역시 중전에게 “난 네가 중전인 게 너무 싫거든”이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7회
방송 날짜 : 2022년 11월 5일
시청률 : 9.3%
모두를 속여 세자빈(한동희 분)과 원손을 지킨 담대한 계획부터 경합 형식의 택현을 성사시킨 승부사 기질까지 밀려드는 파도를 이용하는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지혜와 기백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먼저 세자의 죽음을 화령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택현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대비(김해숙 분)와 대신들의 움직임이 궐 내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세자를 비밀리에 치료해온 중궁전을 외부 약재를 허락한 배후로 지목해 화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외부 약재가 세자의 사인으로 판명나고 화령의 한탄이 추국장에 퍼지자 대비와 영의정(김의성 분)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 순간 화령은 외부 약재를 세자빈으로부터 받았다고 고백, 사건의 새 국면을 열었다. 용의선상에 오른 세자빈이 순식간에 지아비를 죽인 죄인이 되고 만 것. 화령과 세자빈 사이 곪은 갈등이 있었던 것 같은 불편한 기류마저 느껴졌다.
화령의 돌발 행보는 어둠이 깔린 늦은 밤에도 계속됐다. 대비를 무작정 찾아가 20년 전 태인세자의 죽음의 비밀을 들먹이며 압박하고 영의정도 소환해 삼자대면에 나섰다. 택현을 허용하는 대신 세자빈과 원손의 폐서인을 제안, 대군들이 세자가 되지 못할 시에는 스스로 물러나겠다며 중전의 자리까지 내걸었다.
대비와 영의정은 사지에 몰린 화령이 무리수를 던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를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궁 밖에서 원손을 제거하기는 더 쉽고 자질 부족한 대군들보다 뛰어나고 뒷배도 좋은 의성군(강찬희 분)을 제왕의 자리에 앉히기란 따놓은 당상이기 때문. 이 결과 세자빈은 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로 폐서인이 되어 원손과 함께 궐에서 추방당했다. 궐 안 사람들은 자리보전을 위해 세자의 가족을 낭떠러지로 밀어 넣은 중전의 독기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는 출궁하길 바라던 세자빈의 청을 들어주기 위한 화령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유배지가 아닌 어느 안가에 들어선 세자빈과 원손 앞에는 이들을 따스한 미소로 맞이하는 화령이 서 있었다. 설사 내막을 모르는 이들이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더라도 죽은 세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비난을 감수한 화령의 크나큰 희생이 빛난 대목이었다.
과연 화령의 큰 그림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터. 여기에는 상대의 수를 읽고 한 수 더 내다보는 심리전이 깔려있었다. 먼저 화령은 ‘외부 약재 사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폐비 윤씨(서이숙 분)를 만나러 간 사실을 밝히겠다’는 대비의 협박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화령을 역모로 엮을 수 있는 패이지만 만난 연유를 파고든다면 도리어 본인에게 화가 미칠 것이란 걸 대비가 모를 리 없기 때문.
옥에 갇힌 권의관(김재범 분)과의 은밀한 접선 시도도 상대의 경계심을 은연중에 낮추려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외부 약재 사용의 배후로 중전이 지목됐음에도 순순히 시인하는 모습은 마치 벼랑 끝으로 몰려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여졌다.
뿐만 아니라 열등감을 자극해 이득을 취하는 대비와 달리 상처를 위로하는 화령의 방식은 택현을 극구 반대하던 이호(최원영 분)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호는 자식들을 믿고 중전의 자리를 내걸겠다는 진심까지 확인, 택현을 경합의 방식으로 윤허했다. 20년 전 ‘가장 현명하고 어진 자를 고른다’라는 명분으로 대신들 손에 왕이 됐지만 자신의 힘으로 태평성대를 일구고 그 본질을 제대로 실현코자 하는 이호의 자태는 분명 현명하고 어진 임금 그 자체였다.
8회
방송 날짜 : 2022년 11월 6일
시청률 : 11.8%
이날 방송에서는 세자 경합이 치열하게 진행된 가운데 중전 화령(김혜수 분)이 성남대군(문상민 분)의 목숨을 노린 대비(김해숙 분)의 행적을 포착, 두 사람의 한층 더 첨예해질 대립을 예고했다.
드디어 실력을 겨루어 왕세자를 택하기로 한 세자 경합의 막이 올랐다. 경합은 서책에서 얻은 지혜뿐 아니라 체력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준비돼 있었다. 그중 백미는 왕자들이 어사의 신분이 되어 주어진 인물을 찾아 궁에 데려오는 임무, 이는 궐 안을 발칵 뒤집었다. 이호(최원영 분)가 찾는 이들은 작금의 왕조를 반대하고 관직을 무른 박경우(김승수 분)와 서함덕으로 현재는 대역 죄인의 신분이 되어 유배 중인 자들이었다.
인재를 알아보고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임을 느낀 이호는 왕세자만큼은 자신의 신하가 될 인재를 직접 구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또한 비록 과거 막역했던 사이에서 왕이 된 자신을 거부한 이들이라도 왕세자의 신료 자리는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도 실려 있었다.
말 한 필을 얻어 달리기 시작한 왕자들은 궐 밖을 나와 산 넘고 바다를 건너는 험난한 여정에 뛰어들었다. 궐 안에서는 박경우와 서함덕의 소재지를 알아내 몰래 전달하려는 후궁들의 은밀한 움직임들도 있었지만 화령이 이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두었다.
하지만 화령의 노력에도 반칙은 여전했다. 의성군(강찬희 분)을 미는 영의정(김의성 분)의 세력과 보검군(김민기 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대비의 사람들이 대군들의 진로를 방해했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성남대군 앞에 목숨을 위협하는 도적떼들이 습격, 이 소식을 들은 화령은 단순 도적떼의 짓이 아님을 단박에 눈치챘다.
정정당당한 경합이 되길 바란 화령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던 그녀는 직접 조사에 착수, 도적떼의 두목 시신에서 성남대군의 용모파기를 확보하고 도적떼의 일원으로부터 대비가 사주했단 사실을 밝혀냈다. 진실을 파헤쳐 가는 화령의 집념은 날카롭고 거침없었다.
작은 함 안에 사약에 쓰이는 독초를 담아 대비에게 올린 화령은 대군들을 해친다면 독초를 직접 달여 올리겠다며 강력하고도 매서운 경고를 보냈다. “부디 옥체를 보전하시옵소서”라며 공손히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살기가 느껴졌다.
한편, 도적떼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박경우가 사는 곳에 간신히 도착한 성남대군은 먼저 온 보검군이 애를 먹는 모습을 목격했다. 어명이라 해도, 보검군의 예의 바르고 명확한 설득에도 콧방귀 뀌는 자를 당최 궁 가마에 태울 도리가 없어 보였다. 정공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 성남대군은 낭떠러지로 몸을 날려 관심을 끄는 데 성공, 앞이 안 보인다는 박경우의 말이 거짓임을 증명하며 3일의 시간을 확보했다.
만만치 않은 이 인물을 무사히 궁 가마에 태워 데려갈 수 있을지, 박경우가 성남대군과 보검군 중 누구의 교지를 받을 것인지 궁금해지는 상황. 더불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화령과 대비의 대립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다음 이야기가 점점 더 기다려진다.
9회
방송 날짜 : 2022년 11월 12일
시청률 : 9.9%
날 방송에서는 고귀인(우정원 분)과 심소군(문성현 분)을 보듬는 따스한 말 한마디부터 대비(김해숙 분)와 영의정(김의성 분) 관계의 균열까지, 자애로움과 정치적 혜안을 모두 보여준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활약이 눈부시게 빛났다.
화령은 대비가 벌인 그간의 일들을 국왕 이호(최원영 분)에게 낱낱이 고했지만 대비에게는 조금의 타격감도 없었다. 오히려 독초 천남성을 올린 일이 책잡히고 말았다. 역공당한 화령은 제대로 된 반격을 도모, 그 첫 번째 작업으로 대비와 영의정의 사이를 갈라놓기로 했다. 영의정을 찾아가 대비가 성남대군(문상민 분)을 죽이고 영의정에게 덮어씌우려 한 것은 물론 최근 보검군(김민기 분)의 모친 태소용(김가은 분)의 잦은 대비전 출입을 전해 위기감과 불신을 싹 틔웠다.
영의정을 흔드는 데 성공한 화령은 다음으로 병조판서 윤수광(장현성 분)을 불러들였다. 자신은 대비의 사람이라며 선을 긋는 윤수광에게 화령은 폐비 윤씨(서이숙 분) 가문의 몰락으로 심중에 있던 불안감을 자극했다. 동시에 세자 경합을 앞두고 윤수광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까닭을 꿰뚫었다. 세자빈 자리를 약속받고 힘을 보탠 것일 테니 대군들을 마다할 이유도 없을 터. 중립을 지키라는 화령의 말은 윤수광이 변심할 가능성을 안겼다.
그런가 하면 서함덕(태원석 분)을 찾아 산에 있어야 할 심소군이 만신창이가 된 채 궐 앞에 나타났다. 남루한 아들의 행색을 본 고귀인은 몸도 마음도 지친 자식의 상태보다는 경합을 중도 포기하고 온 사실에 기함하며 바로 내쳤다. 결국 신상궁(박준면 분)이 길바닥에 쓰러진 심소군을 발견했다.
중전 화령이 내어준 밥상을 게눈 감추듯 먹는 심소군 앞에 고귀인은 냅다 밥상을 걷어차며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고귀인은 급기야 계성대군(유선호 분)의 비밀도 누설, 여인의 모습을 한 계성대군의 초상화를 황귀인(옥자연 분)에게 보여주며 분개했다.
하지만 고귀인이 분노로 이글거리던 시간, 심소군은 어머니가 준 노리개를 쥐고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었다. 상처받았을 심소군이 걱정돼 아침부터 침소를 찾은 화령에 의해 다행히 죽음은 면했으나 왕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심소군의 소식을 듣고 버선발로 나타난 고귀인은 아들 곁을 지키겠다며 호소했지만 화령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자식을 매정하게 뿌리친 고귀인에게 벌이라도 주려는 듯했으나 이는 어머니를 향한 죄송함에 아파할 심소군의 마음을 염려한 결정이었다. 더불어 화령은 자책할 고귀인의 마음도 보듬었다. 큰 실수를 저지른 사람도, 그로 인해 가장 큰 벌을 받은 사람도 고귀인일 것이기 때문.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때로는 제 욕심이 앞서기도 하지만 잘못을 뉘우칠 때 가장 괴로워할 사람 역시 엄마임을 화령은 잘 알고 있었다.
7할 이상 술을 채우면 밑으로 흘러버리는 계영배(戒盈杯)에 술을 따라주며 술잔에 뚫린 구멍을 숨통에 비유한 화령의 위로는 늘 압박에 시달려온 심소군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심소군의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키고 어머니 고귀인의 사랑을 이해하도록 설명한 장면은 참된 어른의 품격을 몸소 보여준 대목이었다.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경합을 포기한 심소군과 아무 말 않고 미소로 지켜보는 고귀인의 모습은 이 모자(母子)가 살아갈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한편, 서함덕의 역모 계획을 안 계성대군과 서함덕을 궁에 데려가기 위해 살인자로 누명을 씌운 의성군(강찬희 분)의 교활한 술수로 세자 경합의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10회
방송 날짜 : 2022년 11월 13일
시청률 : 12.2%
이날 방송에서는 왕세자 경합의 마지막 관문만이 남은 가운데 대군들의 목숨을 노리는 대비(김해숙 분)에게 묵직한 반격을 날린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경합을 치르고 있어야 할 무안대군(윤상현 분)이 한성에 있다는 사실에 화령이 대노하는 사이, 성남대군(문상민 분)은 보검군(김민기 분)과 함께 박경우(김승수 분)의 삶을 면밀히 관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경우가 만월도민들의 수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아 특산품을 독점 대행해도 도민들의 신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증을 자극했다.
하지만 박경우는 이들이 짐작하는 백성들의 등골을 빼먹는 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흉년에도 자생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준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만월도의 경제적 자립을 일궈놓은 박경우는 섬 밖의 더 많은 백성, 그리고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신료였던 것. 성남대군과 보검군이 만월도의 재정 원리를 터득하자 박경우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예를 갖추고 교지를 받들었다.
어영대장 자리에 앉힐 서함덕(태원석 분)을 찾아 나선 계성대군(유선호 분)과 의성군(강찬희 분)의 여정은 만월도의 사정과는 사뭇 달랐다. 서함덕은 계성대군의 예상대로 역모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곁엔 토지선생(권해효 분)과 사라진 권의관(김재범 분)이 함께 있었다. 역모를 꾸미는 중 왕에게서 교지가 내려졌단 사실에 혼란이 든 서함덕은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씌운 의성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역모 계획을 알아챈 다른 어사 즉, 계성대군을 죽여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이 소식을 들은 황귀인(옥자연 분)은 계성대군의 비밀을 폭로할 적기라고 여겼다. 궐에서는 계성대군의 초상화를 공개하고, 궐 밖에서는 역모 사실을 알리러 한성으로 오는 계성대군을 생포해 자살로 위장한다면 잡음 없이 중전까지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 계산했다.
하지만 고귀인(우정원 분)이 모든 잘못을 화령에게 털어놓으면서 황귀인의 계획은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이호가 확인한 족자에는 초상화가 아닌 평범한 그림이 담겨 있었고 납치된 계성대군도 구출, 결국 황귀인의 수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의성군 역시 서함덕을 이호 앞에 데려오자마자 그의 역모 계획을 폭로하는 비열함을 보였지만 이호는 오히려 질책했다.
한편, 숨통을 조이고 있음에도 대비가 자신만만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 화령은 성남이 왕의 친자가 아니라는 비방서를 손에 움켜쥐고 차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삼켜냈다. 이것이 대비의 숨은 패임을 알아챈 화령은 다시 한번 대비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바로 성남대군을 죽이고 영의정(김의성 분)에게 덮어씌우려 한 대비처럼 영의정이 계성대군에게 한 짓을 대비에게 덮어씌운 것. ‘눈눈이이’로 맞선 화령의 독기 서린 반격에 대비는 “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제 성남대군, 의성군, 보검군만이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음 세대 대소신료가 될 성균관 유생들에게 자신의 임금을 직접 뽑게 하려는 이호의 마지막 과제의 결과가 궁금해지는 상황.
11회
방송 날짜 : 2022년 11월 19일
시청률 : 10.8%
이날 방송에서는 온갖 부정행위에도 정정당당히 맞선 세자 경합의 마지막 관문부터 수면 위로 드러난 성남대군(문상민 분)의 친자 논란 종식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세자 책봉 마지막 이야기로 눈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성남대군은 최종 관문에서도 사관의 붓끝마저 머뭇거리게 할 만큼 당차고 대범했다. 그는 임금에게 닿지 못한 백성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백성의 아우성을 고스란히 전했고 탁상공론보다는 궐 밖 민초들의 삶을 고려한 현실적인 의견들을 제시했다.
성남대군의 활약은 성균관 유생들의 점수에도 고스란히 반영, 세 후보 중 가장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궐 안에 퍼져나갔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대비(김해숙 분)와 영의정(김의성 분)이 아닐 터. 인사권을 쥔 이조정랑을 포섭해 유생들의 관직을 약속하는 대신 보검군(김민기 분)을 지지하도록 하는 대비파와 이조정랑의 비리를 들춰 의성군을 밀도록 하는 영의정파의 불꽃 튀는 물밑 전쟁이 첨예하게 펼쳐졌다.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은 영의정과 황숙원(옥자연 분) 부녀(父女)였다. 영의정과 재결탁을 이룬 대비가 쓸모를 다한 보검군을 팽하면서 세자 경합은 성남대군과 의성군의 대결로 좁혀졌다.
한편, 눈앞에 뻔히 자행되는 비리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화령은 자리를 박차고 움직였다. 격리된 유생들을 직접 만나 곳곳에 숨겨놓은 전갈들을 하나하나 찾아낸 후 부정행위에 동참하고 양심을 저버린 짓을 따끔하게 호통쳤다. 그로 인해 수치심이란 감정이 유생들 사이에 물밀듯이 번져나갔다.
대비와 영의정 연합은 최후의 일격으로 ‘성남대군이 국왕 이호(최원영 분)의 자식이 아니다’라는 비방서 내용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올 것이 왔다고 여긴 이호는 진위를 밝히기 위한 친자 확인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반드시 성남대군이 이호의 친자가 아닌 것으로 몰아야 했던 황숙원이 미리 손을 썼지만 화령은 검사 결과에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영의정과 황숙원의 피로 재검사를 요구하며 그들이 놓은 덫에 스스로 빠지게 했다.
화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제안해 적통, 서통 가릴 것 없이 왕자들을 불러 모았다. 이호의 자식이라면 유전처럼 물려받은 독특한 귀 뼈가 존재할 것이기에 이를 통해 증명, 대비가 친히 성남대군은 친자식임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논란이 종식된 후 화령은 성남대군에게 사과했다. 선왕의 상중에 회임한 게 아니냐는 대비와 대소신료들의 억측에 불결한 아이로 찍혀 궐 밖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고, 오늘날 친자 논란까지 일게 만든 것이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성남대군은 그 당시 어머니가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을 걸 알기에 “덕분에 형님에게 글도 배우고 무예도 배웠다”라며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왕자들보다 훨씬 더 잘 자랄 수 있었다”라는 말로 응어리진 상처를 어루만졌다. 화령의 눈에는 어느새 촉촉한 눈물이 차올랐다.
12회
방송 날짜 : 2022년 11월 20일
시청률 : 13.4%
이날 방송에서는 세자빈을 뽑는 삼간택이 진행된 가운데 각기 다른 마음을 품고 청하(오예주 분)를 세자빈에 앉히려는 중전 화령(김혜수 분)과 대비(김해숙 분)의 수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동궁전의 새 주인이 된 성남대군(문상민 분)은 세자의 신분으로 새로운 삶을 열었다. 세자 경합이 치열했던 만큼 곱지 않은 시선들이 여전했지만 그럴 때마다 현명하고 대담하게 응수하며 그 역시 모자람 없는 국본의 재목임을 스스로 입증해갔다.
국본의 자리가 채워지자 이번에는 예비 국모를 뽑기 위한 삼간택이 올랐다. 중전 화령은 삼간택 역시 대비의 영향이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대비의 사람이 세자빈이 된다면 훗날 세자의 왕위 계승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 이에 중궁전에서도 대비와 연이 없는 규수들을 찾아보는 탐색전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장 안에서 어느 양반집 규수가 장사치와 다투는 현장이 화령에게 포착됐다. 비녀를 헐값으로 사려는 장사치에게 당사자를 대신해 청하가 항의하고 있었던 것. 장사치가 소박맞은 이혼녀란 이유로 제값을 쳐주지 않으려 하자 더욱 맹렬히 반박했다. 비녀를 파는 것과 이혼녀의 사정이 무슨 상관이냐며 따지는 청하의 의로움이 화령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령은 청하가 대비의 사람인 병조 판서 윤수광(장현성 분)의 여식이라는 사실을 듣고도 청하를 만나보았다.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폐해를 규탄하는 청하에게 화령은 삼불거(三不去)를 알려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혼인을 한 여인도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많은 여자들이 잘 모른다고 덧붙이자 청하는 삼불거를 안다 해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과 다른 현실을 꿰뚫은 청하의 통찰이 화령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원석처럼 빛나는 이 규수를 세자빈으로 들인다면 어떨지, 기분 좋은 기대감이 화령을 스치는 찰나 청하가 연모하는 자가 세자임을 알게 된 화령은 그녀에게 처녀단자를 제안했다.
세자가 만월도 선비인 걸 알게 된 청하는 세자빈이 되겠다며 온 집안을 들쑤셨다. 때마침 윤수광 집에는 대비(김해숙 분)가 방문한 상황. 흠잡을 데 없는 다른 여식들 사이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청하를 보자 대비의 눈이 반짝였다. 세자 곁에 최악의 신부를 앉힌다면 끌어내리기도 수월할 터. 청하를 세자빈으로 염두에 둔다는 말에 윤수광은 보검군(김민기 분)처럼 자신의 딸도 희생양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청하가 삼간택에 참여하도록 허락한 이유는 화령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 청하를 훌륭한 재목으로 본 화령은 대비를 이용해 청하를 세자빈에 앉힐 계획을 밝히며 세자의 편에서 힘이 돼 주길 제안했다.
청하는 어느 집 규수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야무진 활약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화령과 나눈 삼불거에 대해 막힘없이 피력한 장면에선 짜릿함마저 느껴졌다. 중전과 세자빈으로 다시 만난 화령과 청하의 재회는 훈훈한 미소를 유발, 세자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 왕실 수업도 의욕적으로 임하는 청하의 순수한 진심이 화령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드디어 성남대군과 청하가 세자와 세자빈이 되어 마주 선 순간, 청하의 면면에는 수채화 같은 미소가 번진 반면, 세자는 그녀가 대비의 사람이란 말을 떠올리며 얼굴빛을 굳혔다.
13회
방송 날짜 : 2022년 11월 26일
시청률 : 12.8%
이날 방송에서는 죽은 세자(배인혁 분)의 사인과 권의관(김재범 분)의 관계에 대한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의심의 촉이 예리해지던 가운데 권의관의 정체가 바로 폐비 윤씨(서이숙 분)의 자식으로 밝혀지는 충격적인 전개가 펼쳐졌다.
먼저 죽은 세자의 병상일지 일부분이 발견되면서 중전 화령은 다시 한번 아들의 타살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 일부분에는 권의관의 시침 이후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는 내용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었던 것. 화령은 만약 죽은 세자가 타살된 것이라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권의관이라 추측했다.
화령의 예상대로 죽은 세자는 권의관에 의해 독살됐다. 권의관은 찬탈당한 왕조를 되찾기 위해 토지선생(권해효 분)과 역모의 뜻을 세웠다. 세자의 죽음은 역모의 신호탄이었던 셈. 이들이 작금의 왕조에 어떤 억하심정이 있었는지 점점 더 궁금증을 자극했다.
다음 작전을 위해서는 우선 파면된 관직을 복권해야 하기에 이들은 세자 책봉에서 밀려난 의성군(강찬희 분)을 포섭해 그의 외조부인 영의정(김의성 분)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하지만 권의관을 궁으로 불러들인 것은 중전 화령이었다. 화령은 죽은 세자가 독살당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알리고 진실을 제대로 파헤쳐 보자는 명분으로 권의관을 가까이 들였다. 권의관 역시 이 제안이 함정일 가능성을 예상했지만 화령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편을 택했다.
한편, 태인세자를 치료한 의료진들을 계속 추적해 온 화령은 담당 의녀가 모친을 치료하기 위해 유상욱 어의로부터 받은 혈허궐 처방전을 확보했다. 유상욱은 태인세자의 담당 어의로 당시 불에 타 유명을 달리했던 인물. 하지만 그 처방전은 토지선생에게서 받은 처방전과 같은 약재를 사용했고 심지어 필체도 흡사해 동일 인물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피어올랐다.
세자(문상민 분)는 행적이 묘연했던 토지선생을 찾아내 그가 바로 태인세자의 담당 어의 유상욱(권해효 분)임을 확인했다. 이어 죽은 형의 복검 시형도(시신 상태를 기록한 그림)를 건네자 그는 태인세자의 것이냐고 착각해 되물었는데 독살된 태인세자와 죽은 세자의 시신 상태가 너무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두 세자가 같은 방법으로 독살당했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태인세자의 기록이 모두 소멸된 상태에서 유상욱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었다. 이에 유상욱은 당시 태인세자 시신을 검안한 사람이 자신이고 선왕이 입회했다는 사실을 고해 중전과 세자가 직접 태인세자의 사인을 밝히도록 유도했다. 태인세자의 사인 기록이 남아있는 건 이제 승정원일기뿐. 하지만 승정원을 사사로이 접근하는 것은 위법이기에 다시금 난관에 부딪혔다.
한편, 황숙원(옥자연 분)은 대비가 의성군이 국왕 이호(최원영 분)의 아들이 아님을 눈치챈 이상 언제 칼끝이 자신들을 향할지 몰라 불안에 사로잡혔다. 대비는 역시나 황숙원에게 의성군의 친부가 누군지 물었고, 그 순간 폐비 윤씨 자택에선 “어마마마”라고 부르는 권의관이 등장, 그가 폐비 윤씨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자식임이 드러나면서 13회가 막을 내렸다.
14회
방송 날짜 : 2022년 11월 27일
시청률 : 14.1%
이날 방송에서는 권의관(김재범 분)의 정체가 바로 태인세자의 아우 영원대군 이익현이며 이미 선왕과 국왕 이호(최원영 분)가 태인세자의 사인(死因)을 알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전 화령(김혜수 분)을 충격에 빠트렸다.
폐비 윤씨(서이숙 분)의 하나 남은 아들인 이익현(김재범 분)은 어릴 적 유상욱(권해효 분) 어의를 따라가 의술을 배우고 지금까지 복수를 위한 역모를 꿈꿔왔다. 폐비 윤씨의 곁에는 유상욱의 아들이 남아 영원대군의 행세를 했는데 두 아들의 운명을 바꿔서라도 단행코자 한 역모는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계획이었다.
태인세자와 죽은 자식의 사인이 동일할 것이라 예측한 화령은 이호에게 태인세자의 죽음을 밝혀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늘 화령의 의견을 지지해 주던 이호가 이에 대해서는 윤허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당시의 상황이 기록돼 있어야 할 검시문안도 훼손된 터.
화령은 일련의 사건들을 천천히 정리해 봤다. 태인세자는 독살되었고 태인세자와 죽은 세자의 시신 상태는 동일하기에 죽은 세자 역시 독살됐을 것이라 보았다. 또한 권의관이 태인세자 담당 어의 유상욱과 연결고리가 있다면 폐비 윤씨의 유일한 아들인 이익현과도 인연이 있을 것으로 판단, 가지를 뻗어간 생각들은 결국 이들의 다음 타깃이 이호일거라는 결론까지 닿았다.
누군가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화령은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이에 당시 태인세자 검안을 기록한 사관의 아들, 바로 박경우(김승수 분)를 불러 가장사초가 남아있는지 물었다. 박경우는 담담하게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화령의 절박함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 가장사초를 건네받은 화령은 감당하기 힘든 사실과 마주했다.
가장사초에 의하면 태인세자의 사인은 혈허궐이 아니었고 나아가 독살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하지만 진실을 덮은 것은 다름 아닌 선왕이었다. 선왕에 의해 태인세자의 사인이 공식적으로 혈허궐이 됐고 사관에게도 기록을 못하도록 명했다. 검안실을 나온 선왕이 금영군이라 불렸던 이호를 만났다는 기록까지, 화령은 그제야 태인세자 사인이 독살임을 이호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검안서 일부는 이호 손에 들려 있었고 그는 검안서를 불에 태우며 다시 한번 그날의 일을 은폐했다. 이호의 눈에 양심의 가책과 안도감이 공존해 있었다.
권의관이 죽은 세자를 살해한 독을 직접 가져오도록 미끼를 던졌던 화령은 이 문제의 답을 혜월각에서 알아냈다. 죽은 아들과 시신 상태가 동일한 여인의 시체를 통해 바로 간수가 원인이었음을 발견한 것. 당장 폐비 윤씨에게 달려간 화령은 더욱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도했다. 분명 발을 절었던 폐비 윤씨의 아들이 멀쩡하게 걷고 있었기 때문. 그 순간 화령의 뇌리에 절뚝거렸던 권의관의 모습이 스쳤고 그가 곧 폐비 윤씨의 소생 이익현임을 알아챘다.
드디어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화령은 제 자식을 죽인 자가 폐비 윤씨의 아들 이익현임을 알았고 대비로부터 시작된 죽음의 굴레가 복수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간파했다. 태인세자, 세자, 그리고 다음 희생자까지 위험은 늘 주변에 도사리고 있었다.
15회
방송 날짜 : 2022년 12월 3일
시청률 : 13.3%
이날 방송에서는 중전 화령(김혜수 분), 국왕 이호(최원영 분), 대비(김해숙 분)가 각자 역모자 이익현(김재범 분)을 추격하던 가운데 대비의 술수로 이익현이 아들 의성군(강찬희 분)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잔인한 말로가 그려졌다.
먼저 중전 화령과 정체를 드러낸 이익현의 대치가 시작부터 강한 몰입을 일으켰다. 형인 태인세자의 사인을 파헤치다 어느새 복수를 다짐했다는 이익현의 말이 화령의 가슴을 내려앉게 했다. 설사 삶이 처절하게 망가졌다 한들 왜 아무 죄 없는 제 자식이 희생양이 되어야 했는지, 어떻게 어미가 보는 앞에서 죽일 수 있는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마구 토해냈다.
이익현은 세자(배인혁 분)의 죽음에 대해 사죄하면서도 원죄는 작금의 왕조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복수를 정당화했다. 형제들이 차례대로 죽고 언제 내 차례가 올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는 복수였다는 것. 그저 대비의 탐욕으로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화령과 이익현의 상황이 씁쓸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렇게 이익현을 놓친 화령은 이호에게 모든 사실을 고했다. 하지만 이호는 세자를 죽인 권의관이 이익현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때문에 화령은 왕위 찬탈의 증거자료가 될 태인세자의 검안서를 이호에게 넘기지 않았다. 과거 일을 들추고 싶지 않은 그에게 검안서란 인멸해야 할 증거이고 이익현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 하지만 태인세자의 일이 은폐된다면 세자가 독살당한 사실도 증명할 수 없기에 화령은 손에 쥔 검안서를 사수하고 이익현을 반드시 이호보다 먼저 찾아야만 했다.
이에 화령은 기다리기보다는 대비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녀에게 이익현의 정체를 알린다면 필시 그를 찾아 죽이려 혈안이 될 터. 하여 세자, 조국영(김정호 분) 어의가 죽었으니 다음 대상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불안감을 자극해 검안서를 넘기겠다는 조건으로 대비를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순순히 화령의 뜻대로 해줄 대비가 아니었다. 세자빈(오예주 분)의 몸 상태를 알고도 뽑은 대비는 이제 와 자격을 문제 삼고 폐위를 주청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것. 졸렬하더라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대비의 횡포에 화령은 검안서를 주며 세자빈을 지켰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그날의 기록은 가장사초 뿐. 하지만 가장사초는 박경우(김승수 분)에 의해 이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검안서는 대비가 가지고 있고, 가장사초는 제 수중에, 이익현도 체포 가능한 상황. 이를 모두 제거한다면 이호는 더이상 정통성이란 십자가를 짊어질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대의라는 말로 치환된 은폐와 양심 앞에 이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검안서를 건네받았음에도 대비는 더욱 확실하게 승기를 잡고자 했다. 이에 영의정을 협박해 이익현을 궁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피의 복수를 시작한 것은 이익현으로 그는 영의정을 죽이고 대비전에 침투했지만 결국 대비의 꾀임에 넘어가 포위되고 말았다. 화령의 눈앞에서 검안서를 불태우고 이익현을 생포한 대비의 면면에는 승자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시각 대비전 전각에 꼼짝없이 갇힌 이익현의 목숨을 끊은 것은 다름 아닌 대비의 사주를 받고 나타난 의성군이었다. 자신 앞에 숨이 멎어 가는 이익현이 비로소 친부임을 안 의성군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잔인한 현실에 넋을 놓았다.
대비로 인해 궁중에 또다시 피바람이 몰아치게 된 상황.
16회
방송 날짜 : 2022년 12월 4일
시청률 : 16.8%
최종회에서는 과오를 반성한 국왕 이호(최원영 분)와 그렇지 못한 이들의 비극적인 말로를 보여주며 자식을 지키기 위해 궁중 암투에 맞선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먼저 자식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다 왕실의 끔찍한 비밀과 마주한 중전 화령은 결국 이호를 설득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았다. 태인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정통성에 대한 자격지심을 품고 살아온 이호를 오롯이 이해한 사람은 역시 화령이었다. 화령의 위로와 용기는 어머니인 대비(김해숙 분)로부터 받은 이호의 상처를 치유했고 이호는 지난한 시간, 백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성군답게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뒤 만면에 환한 웃음을 가득 품은 채 자식을 단속하러 달리는 화령의 모습은 더없는 행복감으로 가득해 보였다. 또 어린 자식이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주던 화령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식에 의해 비를 피하고, 그런 그녀가 또 다른 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엔딩은 짙은 여운을 남겼다.
‘슈룹’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마의 사랑을 우산의 순우리말인 슈룹에 빗대어 표현했다. 모양은 같아도 색은 형형색색인 우산처럼 극 중 엄마들의 사랑도 다양한 방식을 보였는데 화령이 어떠한 역경에도 돌파구를 찾아내는 현명한 사랑을 보여줬다면 어떤 사랑은 결핍을 채우는 도구였고, 또 어떤 사랑은 더 큰 부와 권력을 향한 탐욕이었다. 이러한 욕심에 피해를 입는 것은 자식들이며 그 상처는 오롯이 엄마들의 몫임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일깨워 주었다.
탐욕으로 시작된 비극은 결국 누군가의 복수심을 깨우고 희생을 불러낸다는 사실 역시 태인세자의 아우 이익현(김재범 분)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했다. 비극의 굴레가 계속되지 않도록 치부를 드러낸 왕 이호의 용단이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도 그의 아픔과 번뇌가 보는 이들에게도 느껴졌기 때문일 터. 진짜 용기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했다.
이러한 스토리를 사극이라는 시대적 배경 안에, 그중에서도 지엄하고 제약된 공간인 궁을 배경으로 한 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흥미로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 여성 연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 등 현대적 가치관을 반영한 소재를 과감히 사극에 투입, ‘슈룹’만의 특별한 재미와 공감대를 형성케 했다.
틀을 깨는 신선한 스토리에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연출은 매주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여기에 김혜수(화령 역), 김해숙(대비 역), 최원영(이호 역), 김의성(영의정 역), 문상민(성남대군 역), 강찬희(의성군 역), 옥자연(황귀인 역), 김재범(이익현 역) 등 관록의 배우부터 탄탄한 신예까지 저마다 혼신의 힘을 다한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관전 1. 어찌하여 대비는 손자 성남대군을 죽이려 한 걸까?
대비(김해숙 분)는 세자 경합 중인 성남대군(문상민 분)을 은밀히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중전 화령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자식을 또다시 잃을 뻔한 화령은 사약에 쓰이는 약초를 들이밀며 대비에게 저주와 같은 경고를 퍼부었다. 아무리 중전이 밉고 다른 왕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들 친손자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것은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
이러한 성남대군을 향한 대비의 경계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어릴 적 궐 밖 서촌에서 살다 입궁한 날, 대비는 성남대군에게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주를 대하는 할머니의 따스한 온정보다는 존재감 없이 살라는 듯한 서늘하고 비정한 경고로 느껴졌다. 아직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어린 자식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숨죽여 울어야 했던 화령의 지난한 세월도 짐작된다. 당시 성남대군을 궐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던 속사정은 무엇이며 대비가 성남대군을 경계한 이유는 무엇일지 지켜볼 부분이다.
관전 2. 세자를 담당했던 어의 권의관의 정체는 무엇일까?
세자를 담당했던 어의 권의관(김재범 분)의 정체와 행방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자의 사인이 외부 약재 사용으로 판명 난 후 관직을 박탈당한 그가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를 끌고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토지선생(권해효 분)이었다. 토지선생은 성남대군에게 외부 약재와 처방전을 준 장본인이기에 이들의 만남은 어딘가 수상하고 의뭉스러운 점이 가득했다.
더불어 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황귀인(옥자연 분)과 권의관의 애틋한 분위기도 감지된 바. 그저 화령의 명으로 세자를 치료했던 평범한 어의가 아닌 듯한 의구심을 남긴다. 홀어머니와 사는 줄 알았던 그의 가족 사항도 거짓으로 확인돼 화령은 사라진 권의관을 은밀하게 추적하는 중이다.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세자의 죽음에 어떤 관련이 있을지 주목된다.
관전 3. 만약... 박경우와 서함덕이 궁에 돌아온다면?
국왕 이호(최원영 분)는 세자 경합에서 박경우(김승수 분)와 서함덕이라는 자를 찾아오라고 명했다. 이들은 택현으로 세워진 이호를 거부하고 관직을 무른 인물들로 작금의 왕조에서는 역적이나 다름없다. 그런 자들을 다시 궁에 불러 모으려는 이호의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케 했다.
왕자들이 이 임무를 잘 완수해 박경우와 서함덕을 궁에 들인다면 궐 안에 변혁의 바람이 일지도 모르는 터. 이들과 불편한 관계로 엮인 대신들은 펄쩍 뛰며 극구 반대했지만 그렇다고 세자 경합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두 사람이 이호의 교지를 받고 궁 가마에 올라탈 것인지, 더불어 자신을 거부하고 떠난 신하들을 이호가 어떻게 품을지 세자 경합의 결과가 더욱 기다려진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전 화령과 점점 더 과감해지는 대비의 위협 속 아직 풀리지 않은 세 가지 수수께끼들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후반부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 공진단으로 다져온 중궁전 짝꿍 화령 & 신상궁
화령과 신상궁은 주빈과 신하라는 관계를 넘어 환상의 짝꿍과 같은 호흡을 자랑한다. 사고뭉치 자식들을 단속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화령의 뒤엔 늘 지밀상궁 신상궁이 종종걸음으로 따라붙어 적극 보필한다. 화령이 무너질 때도 묵묵히 곁을 지킨 세월이 벌써 20여 년, 그 긴 세월 동안 끈끈한 의리와 두터운 신뢰가 차곡히 쌓여 왔다.
대비(김해숙 분)의 압박에도 ‘주빈은 단 한 명뿐’이라며 신의를 저버리지 않던 신상궁의 모습은 역시라는 감동을 안겼다. 화령이 손바닥을 내밀면 신상궁이 주섬주섬 공진단 한 알을 꺼내 올리고 이를 화령이 오독오독 씹어 삼키는 장면은 거친 비바람 앞에 전열을 가다듬는 중궁전 짝꿍만의 의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런 짝꿍이 있다면 궁궐 안 그 어떤 역경이 닥쳐도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을 선사,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대비를 어떻게 상대해 갈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 상극 케미로 유잼 완성! 만월도 콤비 성남대군 & 보검군
성남대군과 보검군의 케미스트리는 의외로 세자 경합 중에 움트기 시작했다. ‘종학 깔째(꼴찌)’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적통라인의 기대주로 등극한 성남대군과 시강원의 배동이 된 자타공인 모범생 보검군의 합이 박경우(김승수 분)가 있는 만월도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
성향도 상극인 행동파 성남대군과 신중파 보검군은 경합 초반에는 경쟁상대로서 선을 그었다. 절벽에 매달린 성남대군을 모른 척하고 가버리는 보검군과 서운함이 폭발한 성남대군은 투닥투닥 하며 형제 케미를 발산, 각자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내 보였다. 하지만 박경우의 수상한 섬 생활에 의구심이 생기자 경합 중이란 사실도 잊고 진실을 파헤치는 데 매진, 결국 값진 이치를 터득하고 과제도 성공해 짜릿한 쾌감을 전했다.
▶ 찾았다! 내 소울메이트 ‘어린애들’ 크로스! 일영대군 & 호동군
왕세자 경합이 낳은 또 하나의 조합인 일영대군과 호동군도 빼놓을 수 없다. 형님들이 박경우와 서함덕(태원석 분)을 찾아 산으로 바다로 간 사이 막둥이들은 이 틈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는 세상 구경의 기회로 삼았다. 평소 존경하는 학자를 찾아가겠다는 일영대군과 식도락 여행을 꿈꾸는 호동군의 모습이 영락없는 막둥이들처럼 느껴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궁궐로 돌아온 일영대군과 호동군의 모습은 궐 사람들을 흠칫하게 했다. 호피를 걸친 일영대군과 곶감 다발 장대를 어깨에 턱 걸친 호동군에게선 늠름한 기백이 느껴졌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비장한 말들을 쏟아내는 두 막둥이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온 것인지, 엄마 미소를 유발하는 막둥이 왕자들의 조합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집필 계기부터 비하인드, 기억에 남는 시청평까지
박바라 작가가 전하는 작품 에필로그 인터뷰
먼저 긴 대장정을 마치셨습니다.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획부터 방송까지 꼬박 3년이 걸린 작품이었습니다. 집필하는 동안 다섯 살이었던 딸은 여덟 살이 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제 딸아이와 ‘슈룹’을 함께 키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둘 다 생각보다 잘 커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길었던 대장정이 끝나니 우선은 굉장히 시원합니다. 그런데 슈룹(우산)을 바로 접어버리면 좀 아쉬울 것 같아서 아직은 그 그늘 아래 서 있는 상태입니다. 저에겐 첫 번째 작품이라 너무 특별했고 감사한 일이 많았던 작품이라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2.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높은 수치를 기록해 2022년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청자분들의 뜨거운 사랑을 예상하셨나요? <슈룹>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방송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분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세자가 정말 죽는 것인지, 권의관의 정체는 무엇인지 의성군의 친부는 맞는지 등의 질문들을 매일 받았습니다. 그때 “됐다! 반응이 좋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슈룹’이 시청자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궁금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니 수많은 추측들을 했을 테고 이야깃거리들이 많아지면서 재미를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유튜버들이 ‘슈룹’에 깔아놓은 복선들로 예측들을 해주시기도 했는데 지켜보는 작가 입장에서도 “와 아이디어 좋다”라고 할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슈룹’은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으로 결말이 나와 있지 않으니 후반부를 함께 예측하고 반전을 즐길 수 있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오리지널 작품을 많이 쓰겠습니다.
3. <슈룹>은 작가님의 단독 집필 데뷔작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데뷔작을 김혜수, 김해숙 배우 등 명배우들과 함께 한 소감은 어떠셨나요? 캐스팅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셨는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캐스팅 소식을 접했던 날이 만우절이었는데 정말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볼을 꼬집었는데도 안 아팠거든요. 그 정도로 “정말? 진짜로? 그분들이 내 작품에 나와주신다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스타분들이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작가를 선택해 주신 거니까요.
리딩 때 첫마디가 “출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였습니다. 진심이었고 앞으로 좋은 글을 써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김형식 감독님께서 캐스팅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는데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님들을 모셔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인물부터 특별출연해 주시는 배우님들까지 제 눈엔 모두 찰떡이었습니다.
4. <슈룹>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작품인가요?
‘오펜(CJ ENM의 창작자 양성 프로젝트)'에 있을 때 ‘궁 안에 상궁 스파이가 나오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조선 파파라치’라는 작품을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소재는 신선하고 재밌었지만 대신 호흡이 짧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시나리오로 쓰기로 하고 주요 인물인 상궁 캐릭터들을 모두 제외하고 나니 중전마마 딱 한 명만이 제 앞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찔했습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하다가 ‘내 앞에 서 있는 중전은 대체 뭐가 다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중전마마도 누군가의 엄마잖아’, ‘국모가 아닌 엄마의 모습은 어땠을까?’, ‘회초리 들거나 소리도 지르거나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화를 누르며 한숨을 내쉴 수도 있지 않을까?’, ‘계급은 높으니 맘만 먹으면 다 되지만, 그 자리 때문에 위협도 받지 않을까?’, ‘품위를 지켜야 하는 중전이 뛰어야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져야 할까?’, ‘중전에게 사고뭉치 자식들이 있다면?’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더 찾아보다가 ‘곤지곤지 잼잼’이 왕실교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왕실에선 왕자들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시강원이라는 곳에선 스무 명의 스승이 단 한 명의 왕세자를 교육하지만 종학이란 곳에선 한 명의 스승이 수많은 왕자들을 교육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만약에 왕족들의 기본 학문만 배우는 이 종학이란 곳에서 임금이 탄생했다면 난리 났겠는데?!’라는 생각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슈룹’이 탄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5. 드라마 제목이 가진 주목성도 컸다고 생각됩니다. 이전에는 ‘슈룹’이란 단어가 생소했는데 우산의 순우리말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사전적인 뜻과 의미적인 내용이 좀 더 쉽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슈룹의 뜻을 알고 계셨나요? ‘슈룹’이 제목이 된 비하인드도 궁금합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제 취미 중 하나가 우리말과 옛말을 검색하는 일입니다. 제 이름이 한글이고, 당선작도 제목이 순우리말인 ‘너테’입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이미 잊힌 옛말 중에 영어보다 어감이 예쁘고 귀여운 단어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말들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슈룹이란 단어를 처음 봤는데 운명처럼 ‘슈룹? 슈루룹 펴서 슈룹이 됐나? 어감이 너무 귀엽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제목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화령(김혜수 분)의 우산이 되어주었네요. 요즘에 “비 오니까 슈룹 가져가”라고도 한다 들었습니다. 참 기뻤습니다. 발음이 어려워 제목을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해외 팬분들이 ‘Umbrella’가 아닌 'Shroop'이라고 불러주실 때 이 제목을 사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슈룹>은 얼마 동안 준비하신 작품인가요? 집필을 위해 어떤 공부를 하시고 취재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집필하시면서 가장 고민했던 스토리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본 집필부터 방송까지 꽉 채운 3년이 걸렸습니다. ‘슈룹’은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 왕실교육을 가장 중점으로 공부하고 취재했습니다. 배동 선발전과 경합 부분에서는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시강원과 종학 교재를 중점으로 봤습니다. 대사 한 줄을 쓰는데도 논문, 조선왕조실록, 서책을 살펴야 하니 사실 중간중간 한탄도 했습니다. 게다가 모든 내용을 자문까지 받아야 해서 다시는 사극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사극의 매력에 푹 빠져서 썼습니다.
더불어 집필하면서 가장 고민되던 스토리는 권의관(김재범 분)과 대비(김해숙 분)의 최후였습니다. 윤왕후(서이숙 분)의 아들로 형들의 복수를 위해 비극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던 권의관을 ‘악인’이라고만은 볼 수 없으니 그에게 어떤 최후를 줘야 하나 고민됐습니다. 또 본인의 욕망을 위해 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대비는 누가 봐도 악인이니 권선징악으로 징계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사실 현실에선 죄지은 사람들이 더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으니 굉장히 고민됐습니다.
그래서 초고에는 대비를 죽이지 않고 살리는 버전이 있었습니다. 더 바짝 고개 들고 살며 “아무도 날 벌하지 못해!”라는 꼿꼿함으로 죄를 짓고도 타격 없이 살아가는 비극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결말에 찝찝해했고 저도 시간이 갈수록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비가 과거의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최종 수정됐습니다. 현실에서는 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많지만 드라마에서라도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7. 적통 승계가 원칙인 시대에 제왕교육을 받은 세자와 기초교육만 수행하던 대군 및 왕자들의 상황을 두고 ‘가장 총명한 자를 뽑는다’라는 택현의 방식은 긴장과 위협을 안기는 설정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흔하지 않았던 ‘택현’이란 소재를 왕세자 경쟁에 접목하게 된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요?
조선왕조실록을 살피다가 서열에 관계없이 어진 사람을 골라 왕위에 오르게 해야 한다는 뜻의 택현(擇賢)(선조수정실록 1권, 선조 즉위년 10월 5일 병술 4번째 기사)을 알게 됐습니다. 보는 순간 뭔가 한 대 맞은 것처럼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저 시대에 ‘자격’이 아닌 ‘자질’을 보려는 시도를 했다는 서열의 틀을 깬 것이 너무 신선했습니다. 능력만 본 것이니까요.
우리나라의 가장 유능했던 임금인 세종대왕을 왕세자로 뽑을 때에도 ‘택현(태종실록 35권, 태종 18년 6월 3일 임오 1번째 기사/ “세자 이제를 폐하고 충녕 대군으로서 왕세자를 삼다" (중략) 한상경 이하의 군신(群臣)은 모두 제(禔)의 아들을 세우는 것이 가(可) 하다고 하였으나, 유정현은 말하기를, 신은 배우지 못하여 고사(故事)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에는 권도(權道)와 상경(常經)이 있으니 어진 사람을 고르는 것[擇賢]이 마땅합니다“'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위로 두 명의 형이 더 있었으니 서열만 따졌다면 결코 왕세자로 책봉될 수 없었지만 그 파격적인 선택이 멋졌습니다. 다른 시대에도 ‘어진이를 골라야 한다’는 택현이 실록에 꽤 언급되고 있으니 작가로서 눈을 반짝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극에서는 형의 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종학 깔째(꼴찌)로 살아가던 성남대군(문상민 분)이 이제는 엄마와 아우들과 원손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자질을 직접 증명하고 인정받는 과정을 그려주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경합이라는 경쟁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자격과 자질을 모두 갖춘 사람이 왕세자가 되어야 하니까요.
8. <슈룹>은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들로 신선하다는 평이 자자했습니다. 무엇보다 ‘궁에서 가장 발이 빠른 중전’이라는 주인공 화령의 설정이 기품이 넘치던 중전 캐릭터와는 아주 상반된 모습이었기 때문인데요. 단지 똑똑하고 지혜로운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설정을 넓히신 이유가 있을까요?
중궁전 보료 위에 앉아서 아랫사람의 보고만 받는 중전마마를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역사의 기록을 보면 화재가 났을 때 자리를 비운 임금을 대신해 화재를 진압했던 중전마마가 계셨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지아비에게 갑옷을 입혀 임금을 만들고 왕비가 된 여인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왕이 역사를 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질서를 구축했던 조력자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록은 왕의 그림자만 빼고 숨소리까지 기록했다는데 겹겹이 싸인 구중궁궐 안을 들여다보면 온갖 사건 사고를 막고 다니느라 발 빠르게 움직이던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또한 화령의 캐릭터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설정을 넓힌 이유는 그녀가 권력을 지닌 왕비이기 때문입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반칙을 쓰려는 이들을 막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는 자들에겐 불도저처럼 찾아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보여줍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제대로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지켜주기도 하고 가차 없이 징계하기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더 기품 있는 중전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 또한 청하와 초월 캐릭터는 여성, 신분이란 제약 안에서도 주체적인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 <슈룹>만의 남다른 시선이 잘 묻어난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정점은 오갈 데 없는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혜월각’이지 않을까 싶은데. 현대적 사고방식을 지닌 여성 캐릭터,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서사 등을 보여주고자 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여성들의 연대를 따로 그리고 싶은 의도가 특별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여성 계급 중에 가장 높은 중전마마가 주인공이니 기왕이면 강자에게 그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중전마마는 30cm 정도의 비녀를 꽂고 다니는데 그것이 누군가를 지키는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마음을 어떻게 품느냐에 따라 그것은 무기가 되기도 하고 타인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화령의 한 손엔 우산이라는 방패가 들렸고, 나머지 다른 한 손엔 비녀인 무기가 들린 셈입니다. 화령은 계급사회에서 제약 안에서 살고 있는 일반 여성이 아니라 권력을 쥐고 있는 국모이니 약자인 사람들에게 동치미 한 사발쯤은 들이키게 해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10. <슈룹>에서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같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달랐던 여러 유형의 엄마들이 등장했습니다. 자식이 곧 삶의 이유인 엄마가 있는 반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하는 엄마의 모습들도 보여주셨는데, 작가님은 화령 캐릭터를 가장 이상적인 엄마로 본 것일지요?
궁중 엄마들의 캐릭터를 만들 때 기획 단계부터 모든 인물들의 교육관을 만들었습니다. 그중 화령은 가장 유연한 엄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도 가장 많이 하는 엄마지요. 화령은 자신이 생각하는 확고한 신념은 있지만 때로는 자식에 따라 꺾을 때도 있고 변형할 때도 있습니다. 초에 들어있는 심같이 휘어지고 틀어져도 어떤 모양에서도 중심을 잡는 그런 엄마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화령이 가장 이상적인 엄마는 아니지만 작가로서 가장 닮고 싶은 엄마이기는 했습니다. ‘슈룹’엔 ‘부모는 앞서가는 이가 아니라 먼저 가본 길을 알려 주는이다. 자식이 위험한 길은 가지 않게 해야지’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저도 딸을 키우고 있지만 가장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령에게는 “이 길로 가거라”가 아니라 “그 길은 가봤더니 중간쯤에 웅덩이가 있더라 조심하거라”라는 부분을 넣어주고 싶었습니다. 엄마라 해서, 어른이라 해서 다 맞는 것은 아니고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며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하는 것이니 그런 부분을 화령이가 사고뭉치들에게 알려줬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화령도 자식이 말썽 부리면 욱하며 소리도 지르는 평범한 엄마일 뿐입니다.
【아래는 엄마들의 캐릭터를 만들 때 설정했던 교육관입니다】
- 화령의 교육관 : 참여교육. 자식들을 이해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한다.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은 따로 있다.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라!
- 황귀인 교육관 : 전략교육. 정확한 플랜으로 움직인다. 부모는 아이 인생의 열 걸음 앞을 보아야 한다!
- 태소용 교육관 : 방임교육. 자식이 워낙 알아서 잘하니 무조건 자식에게 맞춘다.
- 고귀인 교육관 : 압박교육. 사랑의 매는 있다. 자식이 따라오지 못하면 따라올 때까지 반복한다.
- 옥숙원 교육관 : 밥심교육. 무조건 밥심이다. 밥이 들어가야 힘이 나지. 배도 안 차는데 머리에 뭐가 들어와. 호동군, 많이 먹거라
11. 남과 다른 마음을 가진 계성대군 에피소드도 감동적인 회차로 기억됩니다. 화령은 결국 자식의 마음을 인정해 주고 보듬어주었는데요. 화령이기에 가능한 결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 계성대군이 궁을 떠나 사는 모습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요?
독립입니다. 성장한 자식이 부모 곁을 떠나는 의미로 썼습니다. “어마마마... 언제까지 어머니 뒤에 숨어 살 수는 없사옵니다.” 계성대군(유선호 분)이 엄마인 화령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뜻을 밝히는 대사입니다. 이에 화령은 성장한 자식을 눈에 담다가 “우리 환이 다 컸구나...”라는 대사를 합니다. 이전에 화령은 계성대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기도 했지만 진짜 모습을 숨겨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뒤에 숨지 않고 네가 너의 삶을 책임지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성장한 자식을 인정하고 독립시키는 모습이라 해석하시면 되겠습니다.
12. 기존 사극과 색다른 시선을 가지다 보니 고증 오류와 중국풍 논란에 대한 이슈도 있었습니다. 특히 작가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퓨전 사극의 경우 창작의 자유와 철저한 고증의 문제가 엄격하게 따라붙기도 하는데요. 집필을 맡은 작가로서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셨는지요?
‘슈룹’을 집필하면서 한 줄의 대사를 쓰기 위해 수많은 논문과 실록과 책을 살펴보았고, 책문, 종부시, 택현, 신방례, 호슬, 예체, 왕실교육법, 지식법, 사신 수련법, 관상감 관천대, 가장사초, 의창, 배동, 시강원, 종학, 계영배 등 다양한 고유 전통 등을 '슈룹'을 통해 소개하였습니다. '슈룹'이라는 제목 역시 순수 우리말로 고안하였고요. 또한 '슈룹'에서는 아름다운 한복과 비녀는 물론 전통적이고 비견할 수 없는 멋진 풍경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김치 등을 비롯한 한국 고유의 음식도 소개됩니다. 해외에서 '슈룹'을 향해 호평을 보내준 데에는 이러한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인들 대부분이 외국어 교육에 많은 공과 시간을 소진합니다. '슈룹' 역시 교육을 소재로 하는 만큼 외국어를 빼놓을 수 없었고 기획 초반에는 그 당시 대표 외국어였던 중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황귀인 등의 설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청의 불편함을 최소화로 하기 위해 여러 설정은 제외 및 수정하였으나 '물귀원주'라는 자막이 남는 실수가 있었고, 방송 즉시 수정 조치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다시 한번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태화’는 고려 시대부터 사용해 온 아주 흔한 한자이며, ‘슈룹’ 속 모든 명칭들은 제작 과정부터 전문가에게 한자 자문을 받은 것입니다. '본궁'이란 단어 또한 황원형이 감히 중전이 말하는데 끊는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본인인 중궁(=중전)’의 말이 안 끝났다는 의미로 사용하였을 뿐입니다. ‘슈룹’엔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한국 고유의 것이 나옵니다. 열심히 찾아 준비한 만큼 화면에 나오는 한국풍을 맘껏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판과 잣대, 그리고 이로 인한 개선도 관심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 외 저뿐 아니라 저의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악의성 짙은 비방과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의 행위 등은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퓨전 사극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있어야 기획과 제작이 가능한 장르입니다. 상상력의 범주에 놓여있는 내용에도 지나치게 엄격한 고증의 잣대를 대면 상상력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또한 활발히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저 역시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13. 배우들의 연기를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전무후무한 중전 캐릭터를 만든 김혜수와 무소불위 권력자를 오롯이 표현한 김해숙의 대치 연기는 늘 압도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열등감이 내재된 군주를 표현한 최원영의 입체적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셨던 캐릭터의 모습과 싱크로율이 잘 맞은 배우는 누구인지, 이와 반대로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배우는 누구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슈룹’을 방송으로 보면서 ‘정말 난 복이 많은 작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령을 연기해 주신 김혜수 배우님은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겼다가, 울렸다가, 카리스마 있다가 또 부드럽다가 위트도 있는 화령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특히 5회 세자가 죽을 때 오열하는 화령의 연기를 보고 김혜수 배우가 아니라 정말 자식을 잃은 화령으로 보였습니다. 그날 눈이 퉁퉁 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대비마마이신 김해숙 배우님이 계셔서 시너지 효과가 더욱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배우님이 제 대사를 읽어줄 때 희열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화령과 대비가 붙을 때는 모든 내용을 아는 데도 몰입도가 대단했습니다. 화령과 대비 씬은 모든 씬들이 좋았지만 1회 후반부에 아픈 세자를 앞에 눕혀놓고 하는 두 여인의 씬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모친과 아내 사이에서 이호가 중심을 잘 잡아 준 것 같습니다. 임금의 고뇌와 지아비로서의 감정, 자식과 아버지로서의 입장을 모두 다르게 표현해 주신 최원영 배우님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또 왕자들과 대신들 후궁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드라마를 빛내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 상궁라인의 신상궁(박준면 분), 남상궁(이정은 분), 오상궁(유연 분)은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주셨고, 캐릭터 싱크로율 1위는 황원형 대감인 김의성 배우셨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배역은 고귀인(우정원 분)과 계성대군(유선호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남대군을 해준 문상민 배우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었습니다. 다른 왕자들도 보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14. 작가님이 생각하는 명장면 혹은 명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집필할 때보다 더욱 인상 깊게 보신 장면도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매번 최선을 다합니까? 피곤해서 못 삽니다”, “스스로 만족한다면 꽉 채우지 않아도 썩 잘 사는 것이다” 저도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사람이라서 이런 말들이 좋습니다. 굳이 나잇값을 하며 살아야 하고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살아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는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세자빈인 청하(오예주 분)의 캐릭터와 가장 흡사합니다. 대비처럼 오금이 저리는 무서운 사람이 있어도 타격 없는 캐릭터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3회 엔딩입니다.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화령과 계성의 뒷모습인데요. 3회가 끝나고 김형식 감독님께 전화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음악, 화면, 배우분들의 연기, 그림자까지,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내 자식이야”라는 말을 건네며 계성대군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화령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어깨가 흠뻑 젖은 우산 든 엄마와 우산 속, 비 한 방울 맞지 않은 자식의 모습이 ‘슈룹’의 함축적 이미지로 보였습니다. 자식에게 기운 엄마의 우산이, 들이치는 비에 다 젖어가는 엄마의 어깨가, 그리고 아들에서 딸로 변하는 수채화 같은 그림이 몽환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3회 엔딩이 끝난 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여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신의 자식은 아니지만 심소군(문성현 분)을 감싸는 계영배 씬과 유생들을 설득하는 화령의 씬, 또 성남대군이 박경우(김승수 분)를 설득하기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씬이 기억에 남습니다.
15. <슈룹> 대본집 출간도 앞두고 있습니다. 화면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어떤 지문과 대사로 이뤄졌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을 텐데요. 대본집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벤트들도 있을까요?
대본집에는 세자(배인혁 분)가 작성한 병상일지와 과거시험 보다 어려웠다(?)는 배동 선발전의 왕자들 답안지도 실려 있습니다. 호동군(홍재민 분)의 답안도 꽤 웃기고 재미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드라마에는 다 실리지 못한 미공개 부분이 꽤 있습니다. 편집 과정을 거쳐 위치가 이동한 장면들도 있는데 대본집에는 수정하지 않고 일부러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어디가 달라졌고 어떤 장면이 더 있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지문을 꽤 자세히 쓰는 편인데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시면 극이 더 입체적으로 보이실 겁니다.
16. 시청자 반응도 확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댓글들을 보신다면 시청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과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저는 SNS, 드라마톡을 모두 봅니다. 두 번째 작품을 위해서라도 제가 쓴 내용 중 어느 지점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단점을 보완하지 않고 제 장점을 좀 더 살릴 생각입니다. 그래서 재미있어하시는 부분들을 일부러 더 찾아서 봤습니다. 드라마톡에 계신 ‘슈님’(슈룹 팬들을 지칭하는 애칭)들과 친해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시청평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제작비는 직접 벌어올 테니 시즌 2를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장정을 마쳤는데도 다음이 궁금하다는 건 작가에게는 너무 기쁜 일이니까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암에 걸리셨는데 ’슈룹‘을 보며 견딘다’는 말과 함께 ‘후반부로 갈수록 재밌다’는 댓글이었습니다. ‘슈룹’이 누군가의 슈룹이 되어주는 기분이 들었고 글을 놓지 않고 계속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7. 작가님이 생각하는 슈룹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믿는 구석’입니다. 비가 와도 두렵지 않고 누군가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느낌, 저에게 그런 존재는 ‘엄마’입니다. 저도 엄마가 되었지만 제 자식에게 그런 믿는 구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딘가에서 까불어도 실수해도 다쳐도 내가 든 슈룹 아래 와서는 내 아이가 다시 눈치 보지 않고 까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산을 안 잃어버리는 유일한 방법은 그날 계속 비가 오는 것입니다. 계속 들고 있어야 하니까요. 사실 비는 싫지만 엄마가 제 곁에서 오래오래 슈룹을 들고 계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8. 마지막으로 <슈룹>을 시청해 주신 분들을 향한 인사 말씀과 향후 작품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드라마톡에 있는 내용을 모두 읽어 보았습니다. 슈모닝으로 시작해 슈나잇으로 끝나며 ‘슈룹’을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슈님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또 커피숍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길을 지날 때도 ‘슈룹’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너무 감사해 안아드리고 싶은 걸 꾹 참았습니다. 해외에서도 평이 좋고 인기가 많아 기쁩니다.
‘슈룹’을 보고 한복, 비녀, 소품, 한국의 경치에 관심을 가지신다고 들었습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순위를 보고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되겠구나’라는 힘을 얻었습니다. ‘슈룹’을 아껴주시고 시청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드라마를 계속 쓸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아직 제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2020년 드라마 리스트
2020년 드라마 리스트 ※ 파란색으로 된 드라마는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면 드라마 정보, 회차별 내용, 시청률, 스틸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KBS 기막힌 유산 누가 뭐래도 계약
lmez0810.tistory.com
2021년 드라마 리스트
2021년 드라마 리스트 ※ 파란색으로 된 드라마는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면 드라마 정보, 회차별 내용, 시청률, 스틸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KBS 달이 뜨는 강 안녕? 나야! 이미테
lmez0810.tistory.com
[2022 드라마] 일당백집사 - 에피소드마다 감동, 눈물, 안타까움...마지막 에피소드는 오열 (1) | 2023.01.01 |
---|---|
[2022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 사람 냄새 가득한 판타지, 현실엔 없다 (1) | 2022.12.30 |
[2022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 남궁민이 끌고 편성이 재 뿌리고 (3) | 2022.12.03 |
[2022 드라마] 금수저 - 진짜 리얼 부자가 뭔지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 (1) | 2022.11.28 |
[2022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 - 위로가 필요한 순간 제갈길의 대사 찾길 (1) | 2022.11.2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