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드라마, 오피
시청등급 : 15세 이상
편성 : JTBC 2023.01.07. ~ 2023.02.26. (16부작)
제작사 :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제작 : 박진형, 손재성
연출 : 이창민
기획 : 박영진
극본 : 송수한
출연 : 이보영, 손나은, 조성하, 한준우, 전헤진, 이창훈, 이경민, 김대곤, 정운선, 김미경, 장현성, 신수정, 이기우, 김수진, 박지일, 백수희, 전국환, 송영창, 조복래, 정승길, 김민상, 정원중, 정예빈, 김라온, 조은솔, 윤복
남녀 평등을 외치지만 사실상 너무 많은 곳에서 남녀 불평등이 존재한다. 특히 직장내 연봉, 진급에서도 불평등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대행사'는 그런 불평등을 오로지 실력으로 이겨내는 고아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통쾌함을 줬다.
대행사라는 독특한 직장에서 벌어지는 오피스 전쟁. 최창수라는 인물과 고아인의 대결 구도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주요한 이야기 흐름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다양한 갈등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일단 강한나와 강한수, 그리고 유정석과 최창수, 김태완과 최창수, 강용호와 강근철 등 너무 많은 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다 보니 그 중심에 선 고아인이 상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위태롭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고아인 역할을 맡은 이보영은 정말 이 작품을 혼자 견인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명연기를 펼쳤다. 늘 날이 서 있고 최고가 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약을 달고 사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혼자 있을 때는 너무나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는 회사와 고아인 집에서도 볼 수 있다. 늘 어둡고 칙칙한 느낌의 집 분위기와 밝은 분위기가 주로 나오는 회사.
제작 2팀에서 조은정 캐릭터가 제일 매력적이다. 조은정이라는 인물이 워킹맘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한데 솔직히 비현실적이다. 박경숙이라는 시어머니, 송정호라는 남편의 모습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매력적이라고 한 건 조은정이 파워 E 같은 성향을 보여준다. 엉뚱하지만 누구보다 사람을 챙길 줄 알고 엄한 분위기를 한 템포 쉬고 가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다.
아무래도 광고 대행사다 보니까 PPT 경쟁 장면도 많이 나오게 된다. 이보영의 PPT 장면은 실제 저런 대행사 직원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보영이 과거 아나운서 준비를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딕션도 귀에 때려 박는 느낌으로 쏙쏙 들어온다.
가장 멍청한 캐릭터는 최창수다.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을 굳이 승진시키면서 모든 일이 다 꼬여버린다. 그리고 대표한테도 소리를 지르다고 조문호가 발톱을 드러내니까 갑자기 꼬리를 말아 버린다. 정말 빌런이지만 짠한 빌런이다.
고아인의 비서 정수정은 분량을 많지 않은데 나름 개과천선하는 인물로 등장해서 팀에 소속되는 행복감을 느끼는 인물로 등장한다. 정수정을 연기한 배우의 마스크가 나름 괜찮았다. 그리고 비서 캐릭터에 맞는 분위기랄까. 아무튼 눈이 가는 배우 백수희. 다른 작품에서도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회
방송 날짜 : 2023년 1월 7일
시청률 : 4.8%
부제 : 백조는 물 밑에서 쉬지 않고 발버둥 친다
첫 회에서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광고계를 평정한 VC기획의 제작2팀 CD(Creative Director) 고아인(이보영)이 보수적인 VC그룹 내 최초로 여성 임원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전개됐다. 특히 오프닝을 장식한 RPG 게임 광고의 ‘소녀 전사’ 메타포는 고아인의 과거와 미래를 짐작케 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던 소녀가 클리셰를 과감히 깨고 백마의 목을 베어버리고는, “최초를 넘어 최고가 되고, 처절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나를 지키기 위해 때론 나를 버리는” 전사로 변신하는 한계 없는 성공신화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PT 성공률, 연봉상승률, 성과급, TVCF 평가점수, 판매 상승률 모두 업계 1위, “이기는 게 습관”인 프로 광고’꾼’ 고아인. 사람들은 그녀가 “성공에 미친 돈시오패스”라고 수군덕댔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했다. 제일 먼저 출근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밤샘도 불사하고, 비딩 직전까지 카피를 수정하고 또 수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등, 인간이 느끼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전쟁처럼 일만 해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엔 약과 술 없이는 불안장애, 공황,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던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물 위의 백조처럼 우아해 보였지만, 물 밑에서는 그야말로 살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을 쳐왔던 것.
그런 고아인에게 ‘보약’인지 ‘쥐약’인지 모를 임원 승진의 기회가 던져졌다. 기획본부장 최창수(조성하) 상무가 임원 자리까지 내걸고, 사내에서 가장 예산이 큰 통신사 광고 내부 비딩을 제안한 것. 보수적인 VC그룹 내에선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남자 동기나 후배가 임원이 되면 회사를 나가는 게 그간의 암묵적 관례였다. 따라서 이 비딩은 그간 통신사 광고를 도맡아왔던 최상무의 학연 직계 라인 권우철(김대곤) CD를 승진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높았다.
고아인 역시 이 PT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기꺼이 ‘쥐약’을 삼켰다. 실력으로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전의 날, PT를 마친 권CD는 승리를 확신했다. 고아인 팀 회의실에서 몰래 아이디어를 훔쳤던 터라, 고아인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PT를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고아인의 전략이었다. 잠긴 회의실 문 틈으로 보드판이 살짝 보인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일부러 ‘버린 카피’를 붙여 놓았던 것. 고아인은 최상무가 승부 조작이란 ‘헛짓 거리’를 할 수 없게 권CD 팀과 확실하게 다른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웠다. 거기에 권CD가 카피를 훔친 사실을 밝히는 건 덤이었다. 그야말로 속 시원한 뒤집기 한판승이었다.
드디어 사내 인트라넷에 고아인의 상무 승진을 알리는 인사 발령이 고지됐다. 꿈에 그리던 임원이 된 그녀는 팀원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처음으로 기쁨의 감정을 드러냈다. 뭉툭하게 닳은 몽땅 연필, 글자가 지워진 노트북 자판, 그리고 가방 속에 온갖 약 등, ‘인간 고아인’을 포기하고 전쟁처럼 살았던 그간의 노력들이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상무 승진을 두고 “지금은 실컷 즐기라”며 비릿한 미소로 박수를 보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최상무였다. 고아인의 예상과는 달리, 내부 PT는 그녀를 상무 자리에 앉히기 위해 그가 설계한 소름 돋는 계략이었다. 게다가 이는 VC그룹의 강회장(송영창)의 지시에 따른 비서실장 김태완(정승길)과의 모종의 거래였음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고아인은 스펙도 없이 밑에서부터 올라왔다는 스토리와 실력이 있고, 영웅이 필요한 시대 정신에도 부합하며, 여기에 몽타주까지 받쳐줄, “언론에서 좋아할 만한 그룹의 얼굴이 될 사람”으로 뽑힌 것. 상무 승진은 진짜 쥐약이었다.
이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재미로 꽉 채운 60분을 선사한 ‘대행사’는 자신이 시한부 임원임을 알게 된 고아인이 처절하고 독하게 살아 남을 것을 예고, 더욱 흥미진진한 전개를 기대케 했다. 무엇보다 독한 변신을 예고했던 이보영은 믿고 보는 명불허전 연기를 진짜 실력으로 입증, 그 기대에 불을 지폈다. 뼈가 시릴 정도로 아픈 ‘팩트 폭격’을 퍼부으면서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는 강심장 고아인부터, “코끼리처럼 업계에 길을 내기 위해” 약을 한웅큼 집어 삼키며 버텨온 쓸쓸하고 외로운 인간 고아인까지, 입지전적인 캐릭터에 연기력 하나로 설득력을 부여했다. 업계에서 ‘주님’이라 불리는 광고주 앞에서도 “이기는 게 습관”이라 당당하게 말하고, 엄청난 스카우트 제의도 본인의 의지대로 크리에이티브하게 거절하는 고아인을 따라가고 싶은 멋진 인물로 탄생시키며 전율을 일으켰다. 여기에 매너 좋고 부드러운 젠틀맨처럼 보이지만, 능구렁이 아흔아홉 마리를 품은 듯한 조성하의 ‘사내 정치’적 연기가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하며, 몰입감을 더했다.
2회
방송 날짜 : 2023년 1월 8일
시청률 : 5.1%
부제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년처럼 행동한다
회사의 ‘시한부 얼굴마담’이 된 고아인(이보영)이 대역전극에 시동을 걸었다. 그토록 바라던 '상무’로 승진, 제작본부장을 맡게 된 고아인은 팀원들과 평소에는 하지 않던 회식 자리를 만들었고, “좋은 세상 오래오래 살겠다”며 약통도 버릴 정도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또한, 그룹 내 최초 여성 임원, 우리 시대 여성 리더로 각종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VC그룹의 강용호(송영창) 회장을 보필하는 비서실장 김태완(정승길)으로부터 “임원은 임시직원이다. 딱 1년, 그게 고상무님 임기”라고 통보 받은 것. 게다가 막내 딸 강한나(손나은)를 임원으로 발령내기 전, 얼굴마담이 필요했던 강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최창수(조성하) 상무가 설계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난생 처음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던 고아인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쓰디쓴 패배를 맛본 고아인은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엄마에게 버림 받고, 고모집에서 눈칫밥 먹던 어린 시절, 고아인은 100점을 받고도 칭찬이 아닌 “애미년은 우리 오빠를 잡아 먹더니, 딸년은 내 딸 기를 죽인다”는 모진 말을 들었고, 100점짜리 시험지를 태우며 절대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번에도 충격이 분노로, 그 분노가 생존 본능을 자극하자, “세상엔 패배했을 때 더 악랄해지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 종자들이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 역사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독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고아인은 그 길로 선배 유정석(장현성)을 찾아갔다. 그는 고아인이 신입이었을 때, “좋아하는 일 말고 잘 하는 일 하라”며 그녀의 카피를 찢어버렸고, 사표 대신 새로 쓴 카피 수백장을 들이미는 그녀를 “미친년 하나 들어왔다”고 인정한, 지금의 고아인을 만든 사수이자 멘토였다. 고아인이 회사일을 상의하고, 힘들 때마다 찾아가는 유일한 안식처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유정석은 그녀의 돌파구가 됐다. 자신이 최창수와 척지다 VC 기획에서 숙청됐던 그 방식, 바로 최창수가 고아인에게 준 ‘힘’, “임원이 가진 절대 권한으로 싸우라”는 키를 제시한 것.
유정석의 조언에 힘입어 고아인은 제작팀 인사 파일과 회사 내규를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른팔 한병수(이창훈)에게 “비 그쳤다. 선 넘어가자”며 칼을 빼 들었다. 제작본부장의 고유 인사권을 발동해 권우철(김대곤) CD를 비롯한 최창수 라인들을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시키는 인사 발령을 단행했다. 자신을 임원으로 만든 최창수를 역으로 친, 소름 돋는 통쾌한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었다.
이렇게 고아인과 최창수의 사내 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강한나가 유학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고아인의 기사만 보고도, VC 그룹 최초 여성 임원 발령이 흙수저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회사 이미지 좋게 하고, 자신이 출근하기도 편하게 아버지 강회장이 깔아 놓은 ‘레드 카펫’이란 사실을 간파할 정도로 천재적 감을 지닌 인물. VC 그룹 승계를 향한 야망을 철저히 숨긴 채, 미국 MBA란 스펙, 귀국길 ‘비행기 땅콩’도 SNS에 전략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했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년처럼 행동해”, 파격 전술을 휘두르는 제작본부장 고아인, 사내 정치 9단으로 능구렁이처럼 치밀한 계략을 세우는 기획본부장 최창수,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이용가치가 높은 카드이지만 만만히 가질 수 없는 SNS 본부장 강한나까지, 세 사람의 욕망이 어떻게 부딪히고 스파크를 일으킬지,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3회
방송 날짜 : 2023년 1월 14일
시청률 : 6.5%
부제 :사자가 자세를 바꾸면 밀림이 긴장한다
고아인(이보영)이 상식이라는 고정관념과 싸워온 ‘광고꾼’답게 제작본부장의 고유 인사 권한이라는 칼을 빼 들어 ‘크리에이티브’한 인사 개혁을 단행했다. 먼저 “일 준다는 핑계로 업체 팔목 비틀어 접대를 받아온” 최창수(조성하) 라인의 팀장들을 팀원으로 강등했다.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 셋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그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능력이 없어도 공채 출신에 누구의 라인이라 승진했던 ‘쓸모 없는’ 부장급의 특별 인사 평가를 실시한 것. 이날 방송이 부제처럼, “사자가 자세를 바꾸면 밀림이 긴장한다”는 형국이었다.
여기엔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했던 고아인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확실한 자기 편을 만들려는 전략이 있었다. “Divide & Rule (분할 통치), 즉 다 가지지 못할 거면 절반이라도 가져야 한다”는 목표로, 기획본부장 최창수(조성하)가 장악해온 제작팀을 공채 출신과 비공채 출신, 둘로 갈라 놓은 것. 같은 편을 늘려도 부족할 판에 왜 자꾸 적을 늘리냐는 그녀의 오른팔 한병수(이창훈) 부장의 만류에도 고아인은 단호했다. 자신이 역으로 해임될 수도 있는 무모하리 만치 파격적인 인사에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고아인은 이 마저도 예상했다는 듯 인사 상무(엄효섭)에게 임원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공채 출신 임원들이 즐비한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고아인은 역시나 “공채 출신 천대하면 누가 회사에 충성심을 보이겠냐”는 거센 반발을 맞았다. 하지만 그간 광고주의 지저분한 일처리 지시와 사내정치로 인해 애써 가르친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했고, 그로 인해 날린 경쟁 PT 예산만 350억이란 사실을 꼬집으며, “회사에 피해주는 일을 해도 승진시켜주니까 회사가 이 꼴 아니냐”는 촌철살인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6개월 내로 매출 50% 상승 걸고, 결과 못 내면 책임지고 회사 나가겠다”는 결정적 한 방을 날렸다. 잃을 게 없어 긍정적이 아니라 금전적으로 생각한다는 그녀가 오직 숫자로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것. PT 불패 신화 고아인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기승전결 완벽한 선전포고였다. 그리고 “정년 보내러 온 뒷방 노인네”인줄로만 알았던 조대표(박지일)가 결정적인 순간에 등판했다. 대표 권한으로 고아인의 파격 행보를 승인한 것.
고아인의 완벽한 승리에 탄탄대로만 걸어왔던 최창수는 처음으로 “근본도 없는 애한테 휘둘린” 패배감을 맛봤다. 그동안 얼굴 한번 붉힌 적 없었던 그가 흥분한 나머지 분노로 대응한 이유였다. 그러나 고아인은 물러서지 않고, 더 독하게 맞섰다. “흥분하면 실수한다”는 그에게 받았던 ‘비아냥’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며, 비바람 몰아쳐 곱게 자란 꽃과 길바닥에서 자란 들꽃의 차이를 보여주겠다고 일갈, 더 큰 파란을 예고한 것.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승리와 패배를 주고받은 두 사람이 앞으로 또 어떤 전략으로 치열한 전투를 치르게 될지 궁금증이 폭발하는 전율 엔딩이었다.
4회
방송 날짜 : 2023년 1월 15일
시청률 : 8.9%
부제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
고아인(이보영)의 파격 행보가 이어졌다. 임원 자리를 걸고 인사 개혁을 단행한 데 이어, 광고주들에게도 부당한 업무 혁신을 고지하며 VC기획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 게다가 모든 임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VC 그룹의 회장 딸, 강한나(손나은)까지 도발했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한 이러한 고아인의 ‘상식 밖’의 전략은 그러나, 매회 쫄깃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안방극장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다.
Step1. 자신의 자리를 건 인사 개혁
고아인의 첫 번째 스텝은 과감한 인사 개혁이었다. 기획본부장 최창수(조성하) 상무의 라인, 즉 한국대 출신의 공채 팀장들을 팀원으로 강등시켰다. 이들이 그동안 당연한 관례라고 생각했던 업체 접대 증거도 들이밀었다. 또한, 공채 출신으로 사내 파벌을 형성하고 있던 부장들을 특별 인사 평가하면서 CD 승진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Divide & Rule(분할 통치)’, 즉 경쟁자인 기획본부장 최창수(조성하)가 장악하고 있는 제작팀을 둘로 갈라, 확실한 자기 편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인사 상무를 비롯한 공채 출신의 임원들이 이러한 인사 개혁에 반기를 들었다. “공채들을 천대하면 누가 회사에 충성심을 보이겠냐”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고아인은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시키지 못하면 퇴사하겠다”는 자리까지 내건 조건을 제시하며 조대표(박지일)의 승인을 얻어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자신의 실력에 100% 확신이 있는 업계 1위 고아인만이 불사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Step2. 광고주들 향한 업무 혁신 고지(a.k.a. 광고주 갑질 타파)
고아인의 계획은 제대로 먹혀 들었다. 평소 부당한 업무를 지시해왔던 부장들에게 불만을 품었던 직원들이 특별 인사평가를 받고 CD 승진에서 제외된 이들의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서 제작팀이 분열되기 시작했던 것.
그러나 사내 정치 9단 최창수도 이 상황을 두고 보고만 있진 않았다. 인사 평가를 당한 부장들을 필두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 제작팀 직원들에게서 고아인 상무 해임 결의안에 사인을 받아냈다. 게다가 매출 50% 상승 조건을 내걸었던 고아인이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도록 광고주들에게 마케팅 예산과 광고 물량을 줄여 달라며 방해공작을 펼쳤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덤비는 고아인을 상대하기 위한 최창수의 반격이었다.
사면초가에 몰린 고아인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임원 회의에서 결정적 순간에 그녀의 손을 들어줬던 조대표가 다시 한번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외부에 강한 적이 있으면 내부는 똘똘 뭉친다. 특히나 명분이 있으면 더 좋다”는 조언을 건넨 것. 이 전략을 귀신처럼 읽어낸 고아인은 내부의 화살을 외부, 즉 광고주에게로 돌렸다. VC기획 광고주들에게 “금요일 업무지시 후 월요일까지 제출과 광고주 개인적인 업무지시를 거부한다"며 업계에 잘못된 관행을 바꾸겠다는 공지 메일을 보낸 것. 업계에서 ‘주님’보다 더 높은 ‘광고주님’을 과감하게 건드리는 차원이 다른 전략이었다. 그동안 광고주들의 갑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직원들은 쾌재를 불렀고, 자신들의 편을 들어준 고아인에게 감사하며 기꺼이 해고철회서에 사인하기 시작했다.
Step3. 재벌집 막내딸, 손나은을 향한 도발
그러나 사실 광고주를 건드리는 것은 천하의 고아인도 뒷감당하기 어려운 일. 그녀는 이를 대신해 뒷감당을 해줄 “차원이 다른 해결사”로 강한나를 점찍었다. “이슈도 만들 줄 알고, 여론도 읽을 줄 알고, 겉으론 망나니 코스프레하면서 속엔 구렁이 한 마리 앉아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재벌3세이기 때문이다.
대망의 강한나 첫 출근 날. 임원급을 포함한 전 직원이 로비에 모여서 성대한 환영회를 열었다. 최창수를 비롯한 나이 지긋한 임원들이 어린 그녀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하며 잘 보이기 위해 혈안이 되었을 때, 고아인은 유일하게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당당하게 눈맞춤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생활이 처음인 강한나에게 “모르는 거 많을 테니 앞으론 물어보면서 일하라”며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 다루듯 인사를 건네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키지도 않은 일 하다가 사고 치지 말라”는 당부는 명백한 도발이었다. 너무 놀란 최창수가 중얼거린 대로, 제대로 “미친” 고아인의 언행에 강한나는 물론 VC기획 전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한나를 카드로 이용하려는 고아인의 또 다른 숨은 전략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한 순간이었다.
5회
방송 날짜 : 2023년 1월 21일
시청률 : 5.9%
부제 :밤에는 태양보다 촛불이 밝은 법
고아인(이보영)은 자신을 대신해 광고주들을 상대할 사람으로 VC그룹 강회장(송영창)의 막내딸이자 VC기획 SNS본부장으로 취임한 강한나(손나은)를 앞세웠다. 오빠 강한수(조복래)를 제치고 그룹 승계자가 되기를 원하는 강한나의 욕망을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강한나에게 미리 준비한 언론 인터뷰 질의응답서를 건넨 고아인은 “수십 년간 업계 관행으로 고착되어 온 불합리한 적폐를, 회장 딸, 즉 그룹의 내일을 이끌 차기 부회장이 출근 첫날부터 혁신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보였다”는 홍보를 하자고 제안했다. 고아인이 수습하면 사고이지만, 강한나가 수습하면 혁신이 되기 때문. 고아인은 강한나를 이용해 광고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강한나는 오빠의 강력한 라이벌로 이미지 메이킹할 수 있는,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한 전략이었다.
강한나가 첫 출근하던 날, 고아인이 그녀를 거침없이 도발했던 이유도 밝혀졌다. 남들 눈에는 어차피 시한부 상무인 거 그냥 막 나가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자신이 강한나에게 필요한 인물이란 사실을 확실히 알려준 것. 꼬리치는 개는 평화로울 때나 필요하고, 사냥하러 갈 땐 이빨을 드러내는 사냥개가 필요한 법. VC그룹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사냥해야 하는 강한나에게는 사납지만, 내 편을 만들었을 때 가장 든든한 사냥개, 즉 고아인 같은 인물이 필요했다. 고아인은 그렇게 강한나에게 “밤에는 태양보다 촛불이 더 밝다”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건 본능적으로 아는 할아버지 왕회장(전국환)의 ‘미니미’ 강한나도 손익계산을 저울질했다. 할아버지의 조언대로, 주인보다 머리가 좋은 아랫사람은 시기 질투하지 말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해결 못할 일을 맡겨야 하는 법. 자신을 자극한 ‘또라이’ 고아인이 취할 이익 때문에 포기하기엔 강한수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더 큰 이득이 있다는 촉이 온 강한나는 결국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 사이, 최창수(조성하)는 광고주들의 원성을 이용해 고아인을 끌어내릴 계획을 세웠다. 최대 광고주인 VC그룹 계열사 마케팅 임원들을 따로 모아 고개 숙여 사죄하며, 모든 상황이 고아인의 독단적인 돌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편안하게 문책할 수 있는 상황을 준비해 놓겠다”며 VC기획을 직접 방문해, 해당 사안을 공론화해달라 요청했다. 권CD(김대곤)에게는 고아인의 행동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내걸어 광고주들이 “화를 편안하게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라고 은밀히 지시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고아인에게 “고맙게도 판을 더 키워준” 꼴이 됐다. “아무도 손 못 대는 구습, 악습 해결하는 등 힘이 있으면 제대로 써야한다”며 회장딸의 낙하산이 아닌 혁신적 리더로서 기분 좋게 인터뷰를 마친 강한나. 하지만 기자를 배웅하면서 마주친 충격적인 광경은 “모르면서 나대다 광고주를 공격한 초짜 임원은 사퇴하라”는 자극적인 대자보였다. 때마침 들이닥친 광고주를 비롯해, 기자들 앞에서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된 강한나는 분기탱천했다. 이 모든 상황을 설계하고, 기자 배웅이란 명목으로 강한나를 로비로 끌어들인 고아인은 “자, 성질 한번 부려 보시죠”라며, 이 모든 상황을 재미있다는 여유롭게 관망했다. 강한나를 이용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뒷처리’하고, 경쟁자 최창수에게 역공까지 성공한 일석이조 전략에 탄성을 자아낸 역대급 엔딩이었다.
6회
방송 날짜 : 2023년 1월 22일
시청률 : 7.7%
부제 :바보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라
고아인(이보영)과 최창수(조성하)의 사내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날을 세우고 상대방을 밀어내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 앞에 난제가 떨어졌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예산 300억의 대형 경쟁 PT 제안을 받은 것. 자리를 걸고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을 장담했던 고아인에게도, 지금까지 전략 싸움에서 번번이 패하며 입지마저 불확실해진 최창수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여기에 철부지 재벌3세 강한나(손나은)가 각성하며 “두 사람 사이에서 밀당하는 재미있는 회사 생활”을 예고, 판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
VC그룹의 예비 사돈, 우원그룹 회장 김우원(정원중)이 수백 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다. 그 가운데, 우원그룹 마케팅 전무 황석우(송영규)가 기업 PR 광고를 위해 대행사들을 인바이트(Invite)했다. “부정적인 메시지를 막는 건 기본, 진짜 꾼들은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그 메시지가 모든 걸 뒤집을 여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산은 무려 300억. 다만 온에어는 최대한 빨리, 가이드는 없고, PT 준비 기한은 일주일이란 어려운 조건이 붙었다.
부정적 이슈가 있을 땐 광고마케팅을 중단한다는 업계 상식을 뒤엎는 황전무의 제안에 고아인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가 PR협회 회장 출신에다 리스크 관리 쪽으론 대한민국 최고로 손꼽히는 인물이었기 때문.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일 리 없는 황전무의 진짜 의중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실마리를 찾아낸 건 최창수였다. 어떻게든 김회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게 하기 위해 우원그룹은 물론, VC그룹 법무팀까지 발벗고 나섰지만, 이렇다 할 해결 방안을 찾아내지 못한 것. 김태완(정승길) 비서실장은 최창수에게 “왕회장(전국환)이 직접 오더 내린 건이다. 해결하면 노는 물 사이즈가 달라진다”며 이번 정치 광고로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지라고 전했다. 광고주 속내를 알아내야 하는 고아인과 PT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최창수, 서로가 절실히 필요해진 상황이었다.
한편, 졸지에 고아인과 최창수 싸움에 끼어 기자들은 물론 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망신을 당한 강한나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를 잠재운 건 그녀에게 “어렸을 때 바나나우유에 빨대 꽂아주던 분”, VC기획 조문호(박지일) 대표였다. 그가 보낸 ‘바나나우유’가 자신의 철없는 행동을 꾸짖는 의중이란 걸 단번에 파악한 강한나는 각성했다. 그러자 진짜 어른이 되고, 진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그녀의 눈빛부터 돌변했다. 또한, “최창수, 고아인, 상무나부랭이들이 나랑 썸을 타자고 하니까, 원하신다면 타드려야지”라며 할아버지 왕회장의 조언대로 두 상무를 테스트해보기로 계획했다. 고아인과 최창수에게 떨어진 난제,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는 강한나까지, VC기획의 사활이 걸린 진짜 광고꾼들의 치열한 전쟁 예고에 기대감을 수직 상승시킨 엔딩이었다.
7회
방송 날짜 : 2023년 1월 28일
시청률 : 9.2%
부제 :배고픈 짐승에게 먹이 주는 법
고아인(이보영)과 최창수(조성하)가 본격적으로 우원그룹 기업PR 광고 경쟁PT 준비에 돌입했다. 우원그룹 김회장(정원중)이 구속된 상황에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막고, 여론을 뒤집을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였다. 게다가 두 상무를 테스트하려는 강한나(손나은)가 기획팀과 제작팀이 각각 따로 PT를 진행하라고 지시하며 난관에 부딪혔다.
이번 경쟁PT의 핵심은 우원그룹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업PR 광고를 진행하려는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것. 최상무는 친구인 VC그룹의 비서실장(정승길)을 통해 그 목적을 파악해냈다. “김우원 회장이 원하는 것”, 보석 허가였다. “우원이 원하는 것”이라는 워딩에 맞춰 PT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최창수의 기획팀과 달리, 고아인의 TF팀은 방향성도 잡지 못했다. 광고주의 의도는 파악했지만, 해낼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 “사익을 공익처럼 포장해서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1시간마다 회의를 하고, 밤새 고민을 해도 쉽게 답을 얻을 수 없었고, 고아인의 불안감과 초조함은 커져만 갔다.
한편, 두 사람을 테스트해보려던 강한나는 마음을 바꿔 승자를 만들기로 했다. 자신이 판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두 사람 중 “알람이 누구한테서 울리는지” 확인에 나섰다. 선택은 고아인이었다. “들고 있는 고깃덩어리가 하나라면 더 굶주린 생명체한테 줘야 먹여준 주인한테 감사해한다”는 이유였다. 인맥으로 정보를 얻어내 PT준비에 박차를 가한 최창수보다 “성격이 모나서 친구 없는” 고아인에게 자신의 도움이 더 절실하다는 것을 단번에 간파한 강한나의 뛰어난 촉이 발동한 결정이었다.
강한나의 지시에 따라 박영우(한준우) 차장이 고아인에게 전달한 정보는 우원의 비서실장과 기업 PR 광고를 제안한 황전무의 대화였다. “그분. 여의도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 하던데 물길을 터줘야죠. 여론을 만들어서”라는 황전무의 이야기에서 숨겨졌던 진짜 의도를 찾아낸 고아인은 자신이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PT가 끝날 때까지 최상무가 모르기를 바라며 대화가 적힌 종이를 불태웠다. 과연 고아인의 의도대로 최상무가 이 광고의 진의를 알아낼 수 없을지, 광고의 핵심 타깃인 ‘그분’은 누구일지, 진짜 ‘꾼’ 고아인은 그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만들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증이 치솟는 엔딩이었다.
8회
방송 날짜 : 2023년 1월 29일
시청률 : 12%
부제 :준비된 악당은 속도가 다르다
고아인(이보영)은 우원그룹 기업PR 광고 경쟁PT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단 한 사람, 핵심 타깃한테 보내는 러브레터”였지만,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할 만한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본사 법무팀장(김민상)까지 끌어들였다. 강한나(손나은)가 던져준 고기를 제대로 소화, 갈피를 못 잡고 헤맸던 우원그룹 기업PR 광고의 방향성을 정하고 300억 광고로 기적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경쟁PT의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고아인의 TF팀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우원회장(정원중)의 보석 허가를 원하는 광고주의 의도를 관통하면서, 여론이 반발하지 않을 콘셉트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사람은 “우리 팀 엉뚱한 애” 카피라이터 조은정(전혜진) CD였다. 있는 아이디어, 없는 아이디어 쥐어 짜내며 며칠째 야근을 강행하던 조은정이 “지은 죄도 없이 대행사라는 감옥에 살고 있다. 억울하다. 억울해”라고 무심결에 쓴 낙서가 고아인이 찾던 메시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자극한 것. “억울함에 사람들이 공감하게 만들어서 여론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방향성이 잡히자, 고아인은 거침없이 일을 진행시켰다. 카피는 딱 한 줄, “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사기업이 아니라 공적 기관의 메시지처럼 만들 것, 일상에서 사람들 눈에 확 들어올 수 있게 주목도를 높일 것. SNS로 퍼져 최대한 버즈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란 지시도 떨어졌다. 실력으로 뽑힌 고아인의 TF팀답게 척하면 척, 팀원들은 고아인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PT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아인의 전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배원희(정운선) CD에게는 “길고 지루한” 기획서를 작성하라고 주문했다. 평소 그녀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기획서였기에 왜 이런 지시를 했는지 그녀의 숨은 속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또한, 고아인은 박차장(한준우)을 통해 검사출신의 본사 법무팀장(김민상)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원하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그에게서 얻을 정보가 있었기 때문. 우원회장의 보석 허가 방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법무팀장을 쉽게 만날 수는 없었지만, 고아인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직접 본사 회의실에 쳐들어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드리겠다”며 독대를 청한 것. 그녀에게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법무팀장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머리 좋고 무모한 타입이라 사고 크게 치겠다”는 기대감에서였다.
이처럼 고아인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편지”의 타깃, “여의도에 관심있는 그분”의 정체도 드러났다. 바로 우원회장 재판을 담당하는 부장판사였다. “법은 완벽하지 않다”라는 여론을 만들어 부장판사가 구속 수사 방침을 철회하고 보석을 허가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주려는 전략이었던 것. 업계 1위 진짜 ‘꾼’ 고아인이 300억 예산의 광고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증과 기대감이 동시에 치솟는 엔딩이었다.
9회
방송 날짜 : 2023년 2월 4일
시청률 : 10.9%
부제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고아인(이보영)은 광고로 메시지를 만들고, “법은 완벽하지 않다”는 여론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구속됐던 우원그룹 김회장(정원중)의 보석 허가를 받아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역시나 철저한 전략 하에 진행됐던 업계 ‘원톱’ 고아인의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강한나(손나은)의 지시로 제작팀과 기획팀으로 나뉘어 우원그룹 기업PR 광고 경쟁PT를 준비했던 고아인과 최창수(조성하)는 PT 당일 오전 함께 모여 리뷰를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고아인은 “아직 편집이 안 끝났다”는 이유로 리뷰를 취소하며, 강한나에게 직접 피티 현장에 와서 확인하라고 권했다. VC그룹 부사장 강한수(조복래)가 직접 현장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그리고 집에 들러 정성 들여 화장을 하고, ‘시한부 임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입었던 새하얀 정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날의 충격을 상기시키는 옷이었지만, “피하는 습관 들이면 나중에 트라우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PT 현장에 들어선 고아인은 의도적으로 마지막 순서를 원했다. 방향성이 뻔한 PT였기에 늦게 할수록 불리했지만, 앞선 3팀과 차별화된 내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이번 광고의 핵심 타깃을 모르는 앞선 팀들은 기업 이미지 쇄신에 집중한 비슷한 내용을 전달했고, 현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마지막으로 등판한 고아인 역시 배원희(정운선) CD에게 준비시켰던 길고 지루한 기획서를 먼저 꺼냈다. 그리고는 성의 없이 대충 앞선 팀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하나 마나 한, 들으나 마나 한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했다. 급기야 ‘광고주’ 우원그룹 부사장 김서정(정예빈)은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리며 “지긋지긋하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고아인의 ‘반전쇼’가 시작됐다. 김서정에게 “놀라서 허리 디스크 터지지 않으려면 그 다리 내리고 집중해서 들으라”고 당차게 경고한 고아인은 “지금부터 진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하겠다”며, 새로운 카드, 즉 ‘우원회장 보석허가 프로젝트’를 꺼냈다. 이번 기업PR 광고의 의도, 그리고 타깃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가려운 등을 긁어 주는” 내용에 김서정을 비롯해 현장에 참석한 우원 측 로펌 변호사들까지 주목했다.
살인 혐의로 23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했지만, 결국 무죄로 석방된 석재(정인기)의 억울한 사연은 광고로 제작돼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언론은 이 사건을 앞다퉈 보도했다. 대중들은 그의 억울함에 적극 공감했고, “법은 완벽하지 않기에 불구속 수사는 국민 인권을 수호하는 첫 번째 길”이란 여론이 형성됐다. 우원회장 사건 담당 부장판사는 이 여론을 바탕으로 김우원 회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정치에 뜻이 있었던 판사에게 “여의도 가는 길을 뚫어드린” 결과였다.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일을 300억의 광고로 이뤄내는 기적을 보여준 고아인. VC그룹 ‘끝판왕’ 왕회장(전국환)은 우원회장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 그녀를 초대했다. 강한수와 강한나 남매의 경쟁을 부추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고아인에게 “열심히 살아온 보상에 대한 계산서가 날아온” 순간이었다.
그날 밤 고아인은 오랜만에 불면증에서 벗어나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 침대에서 잠들었던 고아인이 맨발에 잠옷 차림으로 아파트 벤치에서 깨어난 것.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그녀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고, 주말 안방 극장은 경악으로 물든 역대급 충격 엔딩이었다.
10회
방송 날짜 : 2023년 2월 5일
시청률 : 11.6%
부제 :계산서는 반드시 청구된다
고아인(이보영)은 우원의 기업PR 광고 성공으로 승승장구했다. 우원과 신규 광고주 물량으로도 자리를 걸고 선포한 매출 50% 상승의 6-70퍼센트를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불면증 치료제 부작용인 ‘몽유병’ 증세를 알게 된 것. 자다 눈을 뜨면 혹여 회사일까, 길거리일까, 아파트 옥상일까 두려워진 고아인은 VC기획 사장은커녕, 업계에서 사장(死藏)될지도 모르는 위기의 ‘계산서’가 날아들자, 자신 앞에 펼쳐진 꽃길을 만끽할 수 없었다.
그 사이 강한나(손나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현실의 벽을 직시했다. 오랜 세월 함께 해온 비서 박영우(한준우) 차장에게 “우리 융합해서 시너지 내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프러포즈가 그 시작이었다. “같이 있으면 든든하다”는 그녀의 진심을 느낀 박차장 역시 “다들 돌아이라고 하는 강한나의 단점이 나한테는 전부 장점으로 보인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정작 그가 진짜 하려던 말은 이때부터였다. 그 모든 걸 덮을 만한 진짜 단점이 하나 있다는 것, 바로 그녀가 재벌 3세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강한나가 박차장과 정분이라도 난다면 그룹 내 승계 싸움에서의 미래는 끝, 박차장은 멍석말이 당해 쫓겨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우리는 융합하면 시너지가 아니라 독이 되는 사이”라는 박차장의 팩트 폭격에 평생 부족한 것 없이 아쉬운 소리 한번 하지 않고 살았던 강한나는 처음으로 ‘자괴감’을 느꼈다.
VC그룹의 절대 권력자 왕회장(전국환)은 직원들에게 마음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 마음이 생기면 친근해지고, 친근해지면 동등해지려고 하고, 동등해지면 이겨 먹으려고 달려든다는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강한나도 어렸을 적 운전기사 생일선물을 준비했다가 할아버지 왕회장에게 크게 혼나고, 운전기사는 해고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강한나는 강한나였다. 실의에 빠졌던 것도 잠시, “내가 아닌 세상을 바꾸겠다. 내가 누군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며 각성한 것. 세상과 싸우기 버거워 나를 바꾸는 선택을 하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랑과 일, 둘 다 쟁취하기 위해 전의를 불태운 ‘강한나’다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박차장이 경고한 그 독은 이미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우원 PT에서 패배하고 좌천 위기에 놓인 최창수(조성하)는 새로운 ‘생명줄’을 잡기 위한 더 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강한나와 박차장이 “과하게 가깝다”고 느끼고, 이를 승계 싸움에 이용하려는 VC그룹 부사장 강한수(조복래)였다. 그의 라인에 입성하기 위해 최창수는 ‘전리품’ 즉, 강한나와 박차장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몰래 촬영한 다정한 사진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VC그룹 내에서 한층 더 높아진 고아인의 위상이었다. “절대 한나 곁에 두면 안 되는 인물”로 고아인을 주목한 강한수는 최창수와 만나는 자리에 의도적으로 그녀도 동석하게 했다. 또한 최창수가 준비한 전리품 역시 함께 보게 했다. 고아인은 단번에 자신이 강한나와 강한수의 승계 싸움에 끼게 됐다는 사실을 꿰뚫었다. 게다가 오너 일가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던 왕회장도 그녀를 다시 불러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누구 손을 잡겠냐”는 것이었다. “손에 잡히는 이익은 보이는데, 영 마음이 안 간다”고 읊조리던 고아인. VC그룹 승계 싸움의 키플레이어가 된 그녀가 과연 누구와 시너지를 낼지, 궁금증이 치솟는 엔딩이었다.
11회
방송 날짜 : 2023년 2월 11일
시청률 : 10.4%
부제 :개와 늑대의 시간
고아인(이보영)을 집으로 부른 VC 그룹의 절대 권력자 왕회장(전국환)은 강한나(손나은)와 강한수(조복래), “그 누구의 손도 잡지 말라”고 지시했다. 회장이 되려면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아인이 두 사람의 스트레스가 돼주라는 것. 즉 승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남매의 ‘공공의 적’이 되라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무언의 약속도 오갔다.
그 사이, 강한수(조복래)는 강한나와 박차장(한준우)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두 사람 사이가 100% 돼야 강한나가 차기 부회장이 될 확률이 0%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먼저 약혼녀이자, 우원그룹 부사장 김서정(정예빈)과의 식사 자리에 박차장도 동석하게 했다. 또한 왕회장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그를 이사로 승진시켰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강회장은 비서실장(정승길)을 채근했고, 결국 강한나와 박차장의 관계를 알게 됐다.
눈치 빠른 박차장 역시 평소와 다르게 상대의 적이 자신을 응원하는 진짜 속내를 알아챘다. 그가 우려한 대로, 자신이 강한나의 약점이 됐다는 의미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박차장에게 고아인은 ‘기브 앤 테이크’ 중 이번엔 자신이 내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이에 강한나와 구청에 간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히며, “약점도 숨기지 않고 잘 드러내면, 타인에게 사랑받고 환호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왕회장의 은밀한 지시로, 재벌가 전쟁의 ‘키 플레이어’가 된 고아인. “손에 잡히는 이득은 보이는데, 영 마음이 안 간다”던 강한수 쪽과는 달리, “이쪽은 이득은 없지만 마음은 간다”는 고아인의 의미심장한 말이 어떤 선택을 만들지 더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그 가운데, 새로운 동아줄, 강한수를 붙잡으며 가까스로 좌천 위기를 모면한 최창수(조성하)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먼저 고아인을 내쫓을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다. VC기획 조문호(박지일) 대표로부터 “고아인이 약속한 매출 50% 상승을 못 지키면 대표 권한으로 징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또한, 고아인에게 직접 “6개월 내로 매출 50% 상승 못 시키면 약속대로 퇴사하겠다”며 녹취록도 얻었다. 몰래 녹음하려던 최창수의 계획을 눈치챈 고아인이 휴대폰에 직접 목소리를 남기는 대담한 행동은 또 한 번 짜릿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아인에게 또다시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7살 때 자신을 버린 엄마 서은자(김미경)였다. 그녀는 바라던대로 VC기획에 일자리를 얻었다. 딸의 사무실을 청소하며 감격에 겨웠고, “혼자서 잘 자라줘서 고맙다, 내 딸”을 연신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 모습을 비서 정수정(백수희)에게 들켰고, 횡설수설 둘러대는 서은자의 행동이 수상해 보안팀을 부르겠다는 그녀를 잡아 세운 서은자는 결국 무릎을 꿇었다. 어릴 적 고아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딱 일주일만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달라. 절대 들키지 않고 청소만 하다 조용히 사라지겠다”고 읍소했다.
정수정이 난감해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찰나, 고아인이 사무실에 들어서며, 이 광경을 모두 목격했다. 그토록 바라던 딸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된 서은자가 출근 첫 날부터 정체가 발각,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 그녀가 과연 고아인의 승승장구에 또다시 아킬레스건이 될지, 절정의 긴장감을 선사한 엔딩이었다.
12회
방송 날짜 : 2023년 2월 12일
시청률 : 12.7%
부제 :잃어버린 것 잊어 버리기
고아인(이보영)은 자신의 사무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7살 때 버리고 간 엄마 서은자(김미경)란 사실을 알게 됐다. 헤어졌던 날, 엄마에게 줬던 팔찌를 알아본 것. 예상치 못했던 35년 만의 재회에도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하는 엄마에게 고아인은 그동안의 원망을 모진 말로 쏟아냈다. 또한, “죽을까 무서웠다. 자식이 목숨보다 소중한 게 엄마인데, 나는 내가 더 소중했나 보다. 용서하지 말라”는 엄마를 두고 매몰차게 돌아섰다.
하지만 엄마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한 엄마가 가상 현실(VR)에서 딸아이를 만나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였다. 자신의 눈 앞에서 딸이 트럭에 치이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 딸을 살리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엄마는 가상 현실에서 만난 딸에게 “미안하다. 죽을까 무서워서 그랬다”며 오열했다. 엄마 서은자를 떠올린 고아인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그 길로 엄마의 집을 찾아간 고아인은 그녀의 밥상을 받으며 그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도망쳤던 서은자를 찾아낸 남편이 행패를 부리는 통에 다시 도망쳐야 했고, 이후로도 계속 찾아올까 딸에게 연락도 못하고, 주소지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도망치는 삶을 지속해왔던 것. 고아인은 엄마가 차려준 밥과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소시지 반찬을 먹기 시작했다. “착각하지마라. 이거 먹는다고 용서하는 거 아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사실상 엄마에 대한 용서와 화해에 한 걸음 다가간 순간이었다.
한편, 아버지 강회장(송영창)과 단둘이 캠핑에 나선 강한나(손나은)는 일전에 거절했던 석산그룹 아들(이동하)과의 맞선을 수락했다. 하지만 딸과 박차장(한준우) 사이를 알고 있었던 강회장은 “사업 안하고 자수성가한 놈이랑 살면 좋지 않냐”며 일이 아닌 사랑을 선택하기를 권했지만, 딸이 절대로 누가 시키는대로 살지 않을 인물이란 사실도 잘 알았다. 이에 원하는 삶을 살라고 허락했다. “강씨 집안에서 강한나만큼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응원과 함께였다.
하지만 강한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오빠 강한수(조복래). 강한나의 맞선이 박차장과의 사이를 감추기 위해 피우는 연기란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맞선 상대이자 친구인 석산그룹 아들을 만나 거짓 정보를 흘렸다. “한나 비서가 같이 유학 다녀왔다고 건방져져서 내보낼까 하는 중이니 밟아주라”는 것.
밟는 게 전문이라던 석산그룹 아들은 박차장을 상대로 제대로 갑질을 시전했다. 손가락으로 박차장을 불러 와인을 따르라고 시키고, 넘칠까 술 따르기를 멈춘 박차장 얼굴에 와인을 뿌리며 모욕감을 줬다. 그렇지 않아도 안하무인의 태도에 평소 행실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그를 겨우 상대해주고 있었던 강한나는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했다. “싸가지 없이 어디다 대고”라고 소리치며 석산그룹 아들 얼굴에 똑같이 와인을 뿌려 버린 것. 보는 이들의 체증마저 가실 듯한 시원하고 통쾌한 한 방이었다.
하지만 이는 박차장을 이용해 강한나의 맞선을 망치려는 강한수의 계획이 제대로 먹힌 상황. 과연 강한나와 박차장이 이 ‘사고’의 뒷수습을 어떻게 감당할지,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는 엔딩이었다.
13회
방송 날짜 : 2023년 2월 18일
시청률 : 11%
부제 :발등은, 믿는 도끼에 찍히는 법
고아인(이보영)은 엄마 서은자(김미경)를 만난 후 제일 먼저 유정석(장현성)을 찾아갔다.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상의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 유정석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먹여 살려야 할 사람 보며 참고 버텨지는 게 회사생활이다.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이 계속 먹고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축하해줬다. 그리고 술과 약을 끊고 운동한다는 고아인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다. 고아인은 그의 딸 지우(김채은)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답례로 웨딩드레스를 맡겠다고 나섰다.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고, 아끼는 선후배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이런 그 두 사람 사이를 흔든 이가 있었으니, 바로 최창수(조성하)였다. 그가 “곧 마무리 짓겠다”고 자신하던 플랜B의 주인공이 바로 유정석이었던 것. 그를 제작팀에 복귀시켜서 고아인을 견제하고, 매출 50% 상승 목표달성을 방해해 약속대로 회사를 나가게 만들 심산이었다. 그의 이런 제안을 거절하는 유정석에겐 폐부를 찔렀다. “하나밖에 없는 딸도 너처럼 무시당하면서 살게 하겠냐”며, 부정을 자극했다.
VC기획에서 쫓겨난 후, 사업하다 실패하고, 운영중인 술집 월세도 못 낼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유정석은 결국 현실과 타협했다. 결혼식 당일, 일찌감치 식장을 찾아간 고아인은 화환이 즐비한 신랑 측에 비해 신부 측에는 자신의 화한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정승집 개가 죽으면 찾아와도 정승이 죽으면 안 오는 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상황은 곧 급변했다. 강회장(송영창)을 비롯해 강한수(조복래) 부사장, 최창수까지 VC그룹에서 보낸 화환들이 줄줄이 들어온 것. “유정석 제작 전문 임원 따님의 결혼을 축하한다”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유정석과 최창수가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는 장면은 화룡점정이었다. 고아인은 유정석의 배신을 직감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강한나(손나은) 역시 ‘믿는 도끼’를 잃었다. 박차장(한준우)이 상의도 없이 강한수(조복래) 부사장을 찾아가 사표를 제출한 것. 강한나가 “내가 백프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박영우 너 하나밖에 없다”며 붙잡았지만, 박차장은 “철 좀 들라”며 냉정하게 돌아섰다. 강한나가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선 거절, 패배, 절망, 그리고 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조대표(박지일)의 조언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사실 박차장이 ‘내 편’ 하나 없는 강한나를 두고 ‘영원한 퇴근’을 결정한 데는 사연이 있었다. 그의 말대로, 인생은 크리에이티브한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파였던 것. 강한수는 “현금 3,000억과 계열사 건물 관리하는 회사 지분 100%를 주겠다”며 강한나와의 결혼을 종용했다. 하지만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돈을 갖게 된다고 한들, 강한나의 미래에 염산 뿌리는 짓을 한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한 박차장은 결국 회사를 떠났다. 이런 박차장의 한결 같은 순애보는 시청자의 마음도 울렸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멘토에게 배신당한 고아인, 그리고 세상에 유일한 ‘내 편’을 잃은 강한나. 그 가운데, 최창수는 플랜B에 이어 플랜C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고아인의 우원 기업PR 덕분에 자신했던 우원회장 구속 재판에 실패하고 승진에서도 미끄러진 김우석 검사를 만나 “전 직원이 알게 울려 퍼뜨리는 스피커가 돼드리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건넨 것. 과연 몰아치는 위기에 고아인과 강한나가 어떤 크리에이티브한 전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14회
방송 날짜 : 2023년 2월 19일
시청률 : 13.4%
부제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난다
고아인(이보영)의 사내 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녀를 끌어내리고 VC기획 차기 대표 자리에 오르려는 최창수(조성하)의 플랜B가 본격 가동된 것. 먼저 최창수가 제작팀 임원으로 복직시킨 고아인의 멘토 유정석은 긴급 소집된 임원회의에서 제일 먼저 고아인의 TF팀 해체를 건의했다. “당장 편하다고 잘 맞는 직원들끼리만 붙여놓는 건 회사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의견을 가진 팀원들을 논리, 전략, 크리에이티브로 설득해내는 방법을 터득해야 최종적으로 광고주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논리적인 주장에 고아인은 단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유정석은 과거 고상무를 이렇게 가르쳤으니 같은 의견일 것이라며 쐐기를 박아 조대표(박지일)의 승인을 얻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아인은 VC그룹 부사장 강한수(조복래)와도 척을 졌다. 제작팀 인사권을 가진 자신과 상의없이 유정석을 제작팀 임원으로 들인 것에 불만을 표출하자, 강한수가 안하무인 본색을 드러낸 것. 더 이상 자식들의 전쟁을 원치 않는 아버지 강회장(송영창)으로부터 VC그룹 부회장으로 추대해주겠다는 소식을 접한 그에게 더 이상 능력 있는 동지가 필요 없었다. 그의 진면모를 목도하고 “이제부터 내 마음 가는 대로 하겠다”고 돌아서는 고아인에게 강한수는 후회할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고아인은 “후회는 보통 잃을 게 많은 사람이 한다. 누가 더 잃을 게 많겠냐”며 맞섰다. 단단히 화가 난 강한수는 고아인이 약속했던 매출 50% 상승을 방해하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 VC기획의 광고를 모두 중단시켰다. 최창수의 플랜A가 어부지리로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 소식에 쾌재를 부른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강한나(손나은)였다. 그동안 “스트레스가 되어주라”는 VC그룹 절대 권력자 왕회장(전국환)의 지시 하에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았던 고아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기회였기 때문.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 박차장(한준우)마저 퇴사하고 없는 상황에서 고아인은 그녀가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 한달음에 고아인을 찾아간 강한나는 다시 한번 ‘기브앤테이크’를 제안하며, “강용호 회장 딸이라는 간판 하나뿐이지만, 나를 이용하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당장 행동에 돌입했다. 우원그룹 부사장 김서정(정예빈)과의 내기에서 따냈던 소원권을 발휘, 중지됐던 우원그룹 광고를 다시 집행시켰다.
하지만 이제 막 신참 임원이 된 강한나와 VC그룹 차기 부회장 유력 후보인 강한수의 영향력은 월등하게 차이가 났다. 우원그룹 광고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광고 재개는 불가능했다. 결국 고아인은 조대표를 찾아가 “6개월 내로 매출 50% 상승 못 이뤘으니 약속대로 퇴사하겠다”며 사표를 내밀었다. 그리고 TF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동안 일선에서 물러나 정년을 채우기 위해 대표직에 앉아, 힘이 없어지니 신경 쓸 일도, 갈등할 일도 없어 편하다며 ‘뒷방 늙은이’를 자처했던 조대표가 참전을 예고, 이목을 끌었다. 고아인의 사표를 받아들고는 “10년만에 처음으로 힘이 없어진 게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던 그가 “내가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네. 잘 쉬었다”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고아인에게 힘을 실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치열한 사내 전쟁이 기대를 폭발시켰다.
15회
방송 날짜 : 2023년 2월 25일
시청률 : 13.1%
부제 :하고 싶은 일, 하지 말아야 하는 일, 해야 하는 일
퇴사 위기에 처했던 고아인(이보영)이 이를 극복하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그녀가 6개월 내 50% 매출 상승을 채울 수 있는 제2금융권 광고를 거절하고 상무 자리를 내놓은 이유는 그 광고가 “제일 잘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지 말하야 하는 경우”였기 때문. 부모님의 감당 못할 빚 때문에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경험이 얼마나 끔찍한 지 누구보다 잘 아는 고아인은 한 사람으로서 최소의 양심이자 광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런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VC기획 대표, 조문호(박지일)였다. 고아인의 사표를 받아든 그는 곧장 VC그룹 최고 권력자 왕회장(전국환)을 찾아가 중단됐던 광고를 집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급속도로 성장할 회사가 부도나는 꼴을 보고만 있겠냐”며 고아인이란 사람이 어디까지 가는지, 무슨 일까지 해낼 수 있을지 한 번 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거래의 조건은 그가 일선에서 물러나 정년 퇴직까지 한가롭고 자유롭게 보내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다시 ‘전쟁터’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조대표의 희생으로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 고아인은 제일 먼저 “강한나(손나은)를 좀 도와달라”는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 VC그룹 강회장(송영창)의 막내딸 강한나는 시의를 읽을 줄 아는 천재적인 감을 지녔지만,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멋모르는 철부지이기도 했다. 이에 VC그룹 차기 부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인 오빠 강한수(조복래)의 스파링 상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 그런 그녀가 VC그룹 승계 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실전 경험과 수 싸움에 능수능란한 노련미가 필요했고, 고아인은 그걸 가르칠 수 있는 적임자였다. 그녀는 강한나에게 “지금부터 속이거나 이용하는 거 없이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건 모두 다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했고, 가장 먼저 퇴사한 박차장(한준우)을 다시 데려오는 법을 알려줬다.
강한나는 고아인의 조언대로 최대한 침착하게 “박차장은 내 약점 아니다. 내가 실수 한 거 인정한다. 박차장 없는 회사가 무섭다. 그냥 내 옆에 있어 달라”는 진심을 전했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섰던 강한나가 고아인의 덕분에 한 뼘 더 성장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고아인도 나서 “공공의 적이 생겼으니 할 일이 있다. 받은 건 돌려주자”고 박차장을 설득했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년처럼 행동하는” 고아인과 강한나, 그리고 “이제 슬슬 까불어볼까”라는 독기를 장전하고 두 사람 곁에 돌아온 박차장의 ‘윈윈’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한편, 상상도 못했던 반전도 있었다. 고아인의 멘토였지만, 경쟁자 최창수(조성하)와 손을 잡았던 유정석(장현성)의 배신이 사실 내부에서 그의 약점을 찾아내 무너뜨리기 위한 미끼였던 것. 최창수의 지시로 우성우유 회사 광고 경쟁PT에 참여했던 그는 최창수의 필승 전략이 “VC그룹 모든 계열사 구내 식당에서 우성우유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임을 알게 됐다. 대기업이 자본으로 영세 광고대행사들을 짓밟는 부당한 방법이었다. 유정석은 뉴스 생방송에 직접 출연, 이와 같은 광고대행사의 민낯을 폭로했다. 또한, 자신과 최창수가 그 일을 지시했다며, 실명을 거론, 최창수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그러나 자신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던, 고아인을 위한 ‘논개 작전’이었다.
이처럼 조대표와 유정석의 희생으로 전쟁의 우위를 점하게 된 고아인에게 또 하나의 희소식이 들려왔다. “이겼다고,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실수하는 법”이라며, 때를 기다렸던 그녀가 VC그룹 본사에서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인 배우를 모델로 계약, VC건설에 통보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직감한 고아인은 “슬슬 왕자님 낙마시켜드려야겠네”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6회
방송 날짜 : 2023년 2월 26일
시청률 : 16%
부제 :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노를 저어 나아간다
고아인(이보영)의 마지막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선배 유정석(장현성)과 VC기획 조문호(박지일) 대표의 희생으로 퇴사 위기를 모면한 그녀는 VC그룹 강회장(송영창)의 막내딸 강한나(손나은)와 손을 잡고,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 부사장 강한수(조복래)가 “이겼다, 다 끝났다”고 생각해서 실수할 때만을 기다렸던 것.
그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본사에서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인 배우를 모델로 계약, VC건설에 통보했다는 소식을 접한 고아인은 대번에 강한수와 해당 배우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가 부회장으로 추대되는 주주총회에서 이 사실을 알려 해당 안건을 무마시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강회장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장(정승길)이 모든 책임을 최창수(조성하)에게 전가했다. 유정석이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 대기업을 등에 업은 광고대행사의 민낯을 폭로하고, 그 책임자로 자신과 최창수를 지목했기 때문. 어차피 회사를 나가야 될 사람이 짊어지고 가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이제 쓸모가 다 한 최창수는 VC기획에서 내쫓겼다.
경쟁자가 사라졌지만, 고아인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강한수가 부회장으로 취임한다면, 강한나와 함께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불보듯 뻔했다. 이에 고아인은 강한나에게 “주주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프레젠테이션”을 특훈했다. “내용만큼 중요한 게 형식이고, 형식만큼 중요한 게 태도다. 프레젠터의 사소한 표정, 행동, 자세, 이런 요소들이 듣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며 밤새도록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다.
고아인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한 강한나는 주주총회장에서 제 실력을 십분 발휘, 강한수와 모델의 부적절한 관계를 밝히고, ‘부정적 이슈로 인한 VC그룹 브랜드가치 손해'를 제대로 보고했다. 또한, 강한나와 강한수의 무한 경쟁을 바라는 할아버지 왕회장(전국환)의 적극적인 도움과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파혼을 결정한 우원그룹 김회장의 결단에 힘입어 강한수의 부회장 추대는 결렬됐다. 대신 그 자리는 조대표가 차지했다. 고아인을 살리는 조건으로 왕회장이 요구했던 ‘전쟁터’로의 복귀였다.
이제 공석이 된 VC기획 대표 자리는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낸 고아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최고가 되면 만족할 것이란 모두의 예상을 다시 한번 뒤엎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녀의 '오장육부’ TF 팀원들, 그리고 끝까지 의리를 지킨 비서 정수정(백수희)와 함께 작은 독립대행사를 차렸던 것. 그리고 모두에게 ‘주주’의 자격을 부여했다. 안정적인 ‘머슴’보다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주인’이 되는 길을 택한, 자신의 한계를 남들이 결정하게 두지 않는 고아인다운 파격 행보에 앞으로도 코끼리처럼 길을 터주며 한계 없이 나아갈 그녀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완벽한 엔딩이었다.
이보영에게 승리는 트로피가 아닌 갑옷, 그 이유는? 송수한 작가 인터뷰
- ‘대행사’ 속 고아인은 유난히 성공을 좇는 인물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녀에게 성공은 트로피가 아닌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갑옷이다. 고아인에게 성공은 누구 위에 서고 싶은 욕망이기 보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에 가깝다.
- 고아인이 성공을 ‘갑옷’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대행사’의 인물들이 각자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다르다. 특별히 ‘성공’을 키워드로 잡은 이유가 있나?
‘대행사’ 안에 악인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너무 쉽게 악인을 만든다. 그래야만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쉬우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나와 갈등하는 사람과 미워 죽겠는 사람도 찬찬히 살펴보면, 그들에겐 그들만의 입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과 악의 대결보단,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욕망과 욕망이 부딪혀 벌어지는 갈등, 모두가 앉고 싶은 자리가 단 하나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자 했다.
- 고아인은 정말로 ‘광고’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그녀에게 ‘광고’란 어떤 의미인가.
옷 입고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밥벌이이자, 힘든 만큼 지루하지는 않은 일이다. 승패가 빠르고 명확하게 판가름 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녀의 성향과도 잘 맞았을 거다.
- 고아인 인생의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1위 일, 2위 돈, 3위 나. 고아인은 철저한 워커홀릭이다. 워커홀릭에겐 저 세 가지 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 고아인은 돈과 성공을 좇지만,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일에는 서툰 인물이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고아인을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참고로 나랑 같은 나이로 설정했으니 반말로 하겠다).
“야! 쓸데없이 없이 행복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소리 듣지도 마라. 행복 자체가 잘못된 말이다. ‘요행’할 때 행(幸)에 ‘복되다’ 할 때 복(福), 이게 ‘Happiness’냐? ‘Lucky’지! 남들이 ‘너 워커홀릭이야. 적당히 좀 해!’라고 하는 말 듣지 마라.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더 해봐라. 세상의 변화는 너 같은 워커홀릭들이 만드는 거니까. 다만, 그냥 워커홀릭은 좀 후지다. 건강한 워커홀릭이 돼라. 여기서 너의 선택이 필요하다. ‘건강함’이라는 단어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 거기서 네 인생이 바뀔 거다. 성공해라.”
- 이보영, 조성하, 손나은, 한준우, 전혜진 등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잘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캐스팅되었기 때문에 100% 신뢰하고 있다. 나만 게으름 피우지 않으면 좋은 드라마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대본을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 ‘대행사’에서 가장 좋아하거나 기대되는 장면은.
1부 첫 장면에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대행사’도 1부 첫 장면에 많은 것들이 함의돼 있다. 또한, 각 회차의 엔딩도 기대해서 보셔도 좋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대행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포기가 배추밭처럼 널려있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나보다 돈이 많거나, 직위가 높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서 내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져간다. 나를 포함해서,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때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강자 앞에서 고개 숙이지도 않으면서 자기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그런 고아인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성공’이 서사를 이끈다면, 주체성’은 중심을 잡아주는 키워드이자, 이 드라마의 메시지다. 16부를 다 보고 나면 왜 제목이 ‘대행사’이고, 왜 저런 단어들이 자주 나왔는지 아시게 될 거다.
드라마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하나의 행동은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행사’를 다 보고 나면 뭐라도 하고 싶어 졌으면 한다. 하다못해 내 방 청소, 동네 산책이라도. 그러고 나면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지고, 나도 무언가 해 낼 수 있을 것 같아질 거다. 지금, 당장,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사소한 그 무엇이라도.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필수 지침서
이런 ‘대행사’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보영을 비롯한 조성하, 손나은, 한준우, 전혜진은 입을 모아 ‘한 명의 캐릭터를 선택해 감정이입해서 보는 방법’을 추천했다. 이에 앞서 ‘대행사’에 등장 인물들의 쫄깃한 관계성을 알아본다면 더할 나위 없다. 연출을 맡은 이창민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회사 안에서 사람의 관계를 재미있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관계성이 특별한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대행사에는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다양한 인물, 그리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다양한 이해관계가 리얼하게 그려진다. “회사를 다녀본 적 없는 저에겐 사내에 인맥, 계산, 라인, 정치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웠다”는 이보영의 전언처럼, 이 리얼한 이야기는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인물과 관계성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면, 그 다음엔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픽(Pick)’할 차례. ‘대행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회사 내에서 살아남는 전략과 방식이 각양각색이다. 이에 그 중엔 나와 닮은 사람 혹은 따라가고 싶은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이보영은 “고아인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남았는지 집중해서 따라오시면 성공에 대한 희열과 재미를 함께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다”라며 ‘고아인 픽’을 추천했다.
반면 사내 정치력이 매우 뛰어난 본부장 ‘최창수’ 역의 조성하는 “재미있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그 중 누가 나와 가깝고, 내 옆사람과 가까운가를 생각하면서 보시면 인물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동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벌3세 강한나(손나은)의 충직한 비서 ‘박영우’ 차장 역의 한준우 역시 “광고대행사 안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그려진다. 영우도 복싱 선수를 준비하다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일찌감치 진로를 바꿔야 했던 사연이 있다.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는 타입인데, 맘 속에 품은 야망을 어떻게 이뤄나갈지 응원해달라”며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했다.
나와 닮은, 혹은 가장 끌리는 캐릭터를 선택하고 이입하다 보면,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좋아하는 야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10년차 카피라이터 ‘조은정’ 역의 전혜진은 “은정이가 어마어마한 식사량을 자랑하는 대식가다. 덕분에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맛있게 먹었다. 시청자 여러분의 식욕을 제대로 자극할 것 같다. 미리 좋아하는 야식을 준비하시라”며 재치 있는 관람 팁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창민 감독이 “진짜 VC기획에서 일하는 사람들 같았다”던 ‘대행사’ 배우들의 오피스 케미를 강조한 이는 바로 SNS 인플루언서이자, VC재벌집 막내딸 ‘강한나’ 역의 손나은이다. 그녀는 “등장인물들 간의 케미가 진짜 좋다. 매회 어떻게 대립하고 협력하는지를 지켜보시면 더 재미있게 시청하실 수 있다. 한 명, 한 명이 매력 넘치고, 서사가 정말 재미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거침없이 행동하지만, 사랑스러운 한나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우아한 팩트 폭격기 이보영, “흥행 바람 몰아쳐드릴게!”
VC 그룹 최초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 역을 맡은 이보영은 첫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예고한 대로, 돌려 말하는 법 없는 직설, ‘팩트’를 부인할 수 없는 촌철살인 대사를 쏟아내며 시청자들에게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맘껏 내지르는 중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이보영의 완벽한 변신, 카랑카랑한 발성과 정확한 딕션은 이러한 전율에 큰 몫을 차지했다.
고아인은 8년차인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 카피라이터에게 “사람은 좋아하는 일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되고 싶다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착각으로 바뀔 때가 종종 있다. 애 그만 쓰고 딴 일 찾아라”라고 호된 현실을 알려줬다. 뼈가 다 얼얼할 정도의 이 팩트는 스스로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결국 퇴사를 결정한 카피라이터가 자신에게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는 소시오패스”라고 분노를 표출하자, “나가는 날 처음으로 인사이트있는 말 한다”며 ‘인정’으로 응수한 것. 실력은 없지만 ‘빽’만 믿고 큰소리치는 입사동기 권우철(김대곤)이 함정인 줄도 모르고 아이디어를 훔쳐가자, “권씨디, 난 동기 중에 네가 제일 좋다. 입사 때부터 한결 같아서. 꾸준히 (바보)”라며 조소를 날릴 땐, 짜릿하기까지 했다.
‘프로꾼’ 고아인은 그녀가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안착할 수 또 다른 매력이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거머쥔 탄탄한 실력, 이를 바탕으로 얻어내는 뛰어난 성과, 계속되는 승리에서 오는 당찬 자신감과 여유로움까지,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워너비 스펙’을 모두 갖춘 진정한 프로였기 때문. 게다가 최상의 조건으로 마케팅 임원 스카우트를 제시하는 광고주 정재훈(이기우)에게 “광고 만드는 일이 옷 입고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즐거운 일”이라며 거절,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또 잘하는 ‘멋쁨’ 발산하기도 했다. “옷 안 입고 하는 가장 즐거운 일도 있다”는 센스 넘치는 농담까지 던지는 여유까지 보이니, 정재훈은 “거절도 크레에이티브하게 한다”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고아인이란 입지전적인 인물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현실감 높은 스토리와 공감대를 형성한 시청자들도 다수 존재했다. 고아인을 비롯한 제작2팀 팀원들은 PT 준비를 위해 밤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며 아이디어 찾기에 열중했고, 원하는 방향성이 잡힐 때까지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사람들의 욕망을 꿰뚫는 30초 짧은 광고 한 편을 위해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광고대행사 직원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카피라이터 조은정(전혜진)의 에피소드는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직장인의 고충과 더불어 워킹맘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계속되는 야근에 “아들과 계약 파기 직전 상황”에 직면한 조은정은 ‘아들 접대’를 위해 모처럼 6시 정시 퇴근을 하려던 찰나, 광고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또다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나도 죽기 전에 광고주 한 번 해봐야 하는데”라며 쓸쓸한 얼굴로 한탄하는 장면은 가슴을 후비기도 했다.
No.1 시한부 임원 이보영 파격 인사와 개혁 단행_3회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며 유리천장을 뚫고 그룹 내 최초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그러나 이내 곧 자신이 VC그룹의 강회장(송영창)의 막내딸 강한나의 '레드카펫’ 역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잡음없이 다 큰 딸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었던 강회장의 고민을 알아챈 최창수(조성하)가 고아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세웠던 것.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애, 취미 등 사적인 즐거움은 모두 포기한 채 일과 성공에만 매달려 살아 온 고아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아 반격을 시작했다. 그 첫 걸음으로 인사 개혁을 단행했다. 최창수가 장악하고 있던 VC기획 제작팀을 분열시켜 자신의 편을 만들고,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녀의 인사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그녀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6개월 내로 매출 50% 상승 걸고, 결과 못 내면 책임지고 회사 나가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조대표(박지일)의 승인을 얻어냈다.
처음으로 “근본도 없는 애한테 휘둘린” 패배감을 맛 본 최창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고아인을 쫓아가 “한 번 해보자는 거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나 고아인은 물러서지 않고, 더 독하게 맞섰다. “비바람 불면 알게 된다. 하우스에서 곱게 자란 꽃과 길바닥에서 자란 들꽃의 차이를. 곱게 자란 그 멘탈에 비바람 몰아쳐드리겠다”고 일갈하며, 살벌한 경고를 남겼다.
이보영은 “촬영 초반 이 장면을 먼저 찍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세게 가야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떻게 나왔을지 가장 궁금한 장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조성하 선배님은 악역이라기 보다는 경쟁자다. 나를 제쳐야 대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대립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사실 선배님이 워낙 온화하고 유머러스하신 분이라서 나중엔 강하고 나쁜 모습이 많이 희석돼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No.2 재벌집 막내딸 손나은과 강렬했던 첫 대면_4회
이보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선택한 것은 4회 엔딩, 재벌집 막내딸 강한나(손나은)와의 첫 대면이다. 그녀는 “강한나가 첫 출근했을 때 제가 아주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준다. 이 장면만 봐도 고아인이라는 인물이 다른 사람들과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포인트가 다르구나 느껴진다”고 설명하며 “굉장히 재미있게 찍었다. 시청자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는 소회를 전했다.
인사 개혁을 위한 고아인의 특별 인사 평가는 직원들의 불만도 야기했다. 최창수는 이를 이용해 고아인 상무 해임 결의안을 준비했다. 다시 한 번 위기에 몰린 고아인은 내부의 화살을 외부, 즉 광고주에게로 돌렸다. VC기획 광고주들에게 “금요일 업무지시 후 월요일까지 제출과 광고주 개인적인 업무지시를 거부한다"며 업계에 잘못된 관행을 바꾸겠다는 공지 메일을 보냈던 것. 그동안 광고주들의 갑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직원들은 쾌재를 부르며 기꺼이 고아인의 해고철회서에 동의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주님’보다 더 높은 ‘광고주님’을 건드린 뒷감당은 천하의 고아인에게도 버거운 일. 결국 그녀는 “그룹 내 내 편 하나 없는 공주님”인 강한나를 “그룹의 내일을 이끌 차기 부회장”으로 둔갑시켜 자신의 방패막이로 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강한나의 첫 출근 날. 90도 폴더 인사로 환대하는 다른 임원들과 달리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당당하게 눈맞춤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게다가 회사생활이 처음인 강한나를 멋모르는 어린 아이 취급하며 “모르는 거 많을 테니 앞으론 물어보면서 일해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키지도 않은 일 하다가 사고 치지 말라”고 도발했다. 강한나에게 변별력을 심어주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No.3 우원그룹 기업PR 경쟁PT_9회
상무 자리를 지키기 위해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을 달성해야 하는 고아인. 그녀에게 300억 예산의 우원그룹 기업PR 광고는 절대적으로 성공시켜야 하는 목표였다. 이번 건 뿐만 아니라, 우원그룹 전체 광고를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PT였다.
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이라는 부정적인 이슈를 덮고 긍정적인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우원그룹 기업PR 광고의 방향성은 사실 뻔했다. 하지만 업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고아인은 달랐다. 여의도 진출을 원하는 담당 판사에게 정치의 길을 터주고, ‘우원회장 보석 허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진의를 알아차렸던 것. 그래서 경쟁PT 당일 들으나 마나 한 뻔한 기획서를 대충 읊다 지루함이 극에 달하는 시점에 진짜 기획안을 꺼내는 반전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남들과는 다른 그녀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돋보였던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이보영은 이 장면을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으로 꼽았다. 그녀는 “이 장면이 ‘대행사’의 클라이맥스다. 어떻게 보면 이 장면을 위해 7-8회부터 빌드업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틀에 걸쳐서 심혈을 기울여서 찍은 장면이다”고 설명했다.
이창민 감독 인터뷰 공개, “오피스물 한계를 깨기 위해 관계성에 몰입했다.”
Q.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을 이어가며 사랑받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솔직하게 좋다. 사실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오피스물이 한계가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물의 관계성에 조금 더 몰입했다. 단순한 오피스물보다는 인물들 간의 관계성을 더 살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청자분들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Q. 이렇게 ‘대행사’가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대본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해줬다. 현장에서도 배우들끼리 워낙 친해서 한 팀 같은 느낌이 항상 있었다. 그런 것들이 시너지가 난 것 같다.
Q. 제작발표회 당시 이보영 배우가 “집요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한 장면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오피스물의 특성 상 사무실 세트 촬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공간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의미다. 단순하게만 촬영하면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고, 그래서 템포가 느껴질 수 있게 다양한 앵글에서 촬영해 속도감을 내려고 했다. 그래야 보는 사람이 덜 지루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촬영 외적인 요소 중에서도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먼저 앞서 밝힌 것처럼,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이 VC기획 세트장에서 촬영되니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했다. 층고도 높게 만들었고, 사무실 자리 배치도 신경 썼다. 가령 제작본부장과 제일 가까운 자리는 권씨디의 제작1팀이 있다. 고아인의 제작2팀은 그 다음이었다. 결국 제작본부장 자리에 고아인이 앉았는데, 그녀가 올라가는 걸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임원 방도 각 캐릭터에 맞춰서 차별성을 줬다. 예를 들어, 고아인의 방에는 다름 임원들과 다르게 소파를 두지 않았다. 치열한 릴레이 회의를 선호하는 캐릭터를 반영해, 긴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다. 상대적으로 최상무(조성하)의 방은 일반적으로 꾸몄고, 강한나의 방은 조금 더 색감 있는 소파와 감각적 인테리어로 차별화했다. 조대표(박지일) 사무실은 바둑 두기 좋은 방이다. 그리고 대표니까 특별히 문도 두개다.
음악엔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 프레임마다 음악이 나오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서 꽉 채워 편집했다. 그러다 보니 음악 작업을 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쏟았다. 공간의 한계를 오디오로 채우고 싶은 욕심이었다.
Q.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강한나(손나은)가 첫 출근하는 장면이다. 새로운 판이 시작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긴장감을 많이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2~300컷 이상 엄청 많이 촬영했다. 주말에만 촬영이 가능한 곳이어서, 그 다음 주말에 다시 가서 추가 촬영을 할 정도였다.
Q.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5회에서 VC그룹 본사 비서실장(정승길)이 법무팀장(김민상)에게 우원그룹 회장 보석 허가를 받아낼 방안을 찾아내라고 다그치는 장면이 나온다. 솔직히 대본으로 읽었을 땐 크게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찍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두 배우의 호흡이 너무 잘 맞으니까 작가가 쓴 의도에 이런 면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얘기와 동떨어진 이야기라 별로 안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런 장면들이 쌓여서 관계성 정립이 더 잘 된 것 같다. ‘대행사’에 이런 빌드업이 많은 편이다. 시청자분들도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있나?
12회 엔딩 장면이다. 강한나가 맞선 상대인 석산 그룹의 아들(이동하)이 박차장(한준우)에게 무례하게 굴자 똑같이 얼굴에 와인을 뿌리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들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촬영하긴 했는데, 이 상황을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통쾌하다”며 좋아해 주셨다.
Q. 앞서 말한 것처럼 ‘대행사’는 다양한 관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밸런스를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비결은 무엇인가?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잘 쌓아가려고 노력했다.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는 우원그룹 기업PR 광고 경쟁PT로 가기까지, 철저하게 계산해서 비중을 골고루 잡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우원그룹의 이야기도 처음에 나올 때는 의미 없는 장면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서 결정적인 상황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다 필요한 장면들이 됐다.
Q. 그렇다면 다양한 관계성 중에서 ‘최애’ 조합이 있다면?
이보영 배우 다음으로 제일 먼저 이창훈 배우를 캐스팅했다. 한부장 역할 캐스팅 1순위였다. 이보영 배우는 단정한 이미지에 정확한 연기를 한다. 상대적으로 정확한 연기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가 함께 하면, 엇박자로 두 사람이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더 재미있고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이창훈 배우의 전작 ‘블랙독’을 봤는데, 정말 선생님 같더라. ‘대행사’에 캐스팅하면 정말 회사원 같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 기대 이상으로 두 배우의 케미가 정말 잘 살았다.
Q.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배우들끼리 워낙 친해서 분위기가 좋았다. 나도 농담을 좋아하는 편이라 장난도 많이 치고, 가끔 약도 올리고 그러면서 다들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현장 분위기는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보영 배우가 다른 배우들을 잘 챙겼다. 주인공으로서 무게를 견뎠다는 느낌이 있다. 도움이 많이 됐다. 이보영 배우랑 모니터 옆에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서로 의지도 많이 했다. 동지애를 느꼈다. 정말 고마웠다.
Q. ‘대행사’를 통해 시청자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작품을 보고 느끼는 메시지는 시청자 여러분 각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연출자로서 한 시간을 투자하시는 분들이 그 순간만큼은 재미있게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첫번째다. ‘대행사’에 투자한 한 시간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Q. 아등바등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고아인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앞으로 남은 4회 중에 나올 대사인데 인용하고 싶다. “미지근한 것도 나쁘지 않다.”
Q. 마지막으로 남은 4회차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람 팁이나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남은 기간 동안 고아인이 어떻게 더 높은 곳으로 가는지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을 편집하고 보는데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 장면을 위해 지난 16회를 달려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해주셔도 좋다.
No.1 이보영의 마지막 반격?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실수하는 법.”
지금 현재 가장 큰 화두는 고아인의 '사표'다.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을 목전에 뒀지만, 강한수가 인맥을 동원해 대기업의 광고를 중단시키면서 남은 엿새 안에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고, 이에 고아인은 약속대로 조대표(박지일)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고아인이 이대로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방송 직후 공개된 15회 예고영상에서 강한나에게 공공의 적이 생겼으니 누군가를 만나보라 설득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 게다가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실수하는 법이다. 기다려라. 반드시 실수한다”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듯한 발언으로, 그녀의 마지막 반격을 기대케 한다. 그동안 예상을 뛰어넘는 크리에이티브한 전략으로 매 위기를 극복해왔던 그녀가 전세를 역전시키고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마지막 2회가 손꼽아 기다려진다.
No.2 “영원히 퇴근하겠다“ 한준우 복귀 가능성은?
강한나의 충직한 오른팔 박차장(한준우)의 ‘사표’ 역시 주목해야 한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아버렸고, 그래서 박차장은 VC그룹 승계자가 되고 싶은 강한나의 ‘약점’이 됐다. 그런 강한나의 미래에 염산을 뿌릴 수 없었던 그는 “현금 3,000억과 계열사 건물 관리하는 회사 지분 100%를 주겠다”는 오빠 강한수(조복래)의 엄청난 제안을 거절하고, VC그룹에서 영원히 퇴근한 상태.
하지만 그의 사표는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강한나와 박차장 사이를 알게 된 VC그룹의 강회장(송영창)이 손을 써 뒀던 것. 강한수를 VC그룹 부회장으로 추대해 남매 간의 전쟁을 종결시키고, 딸 만큼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될 것이 있다. 강한나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고아인과 손을 잡고 공조를 약속했던 바. 중단됐던 우원그룹의 광고를 다시 재개하는 ‘기브’를 했으니 이제는 ‘테이크’할 차례.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년처럼 행동하는” 두 임원이 또 어떤 파격 전략을 보여줄지, 강한나는 바라는 대로 박차장의 복귀와 VC그룹 승계 다툼에서의 우위를 선점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No.3 이보영의 오장육부, TF팀 해체! 이대로 와해될까?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조은정(전혜진), 한병수(이창훈), 서장우(이경민), 배원희(정운선)으로 이루어진 고아인의 TF팀 향방이다. VC기획의 사활이 걸려 있었던 우원그룹 기업PR 광고 경쟁PT를 위해 꾸려졌던 TF팀은 이후에도 쭉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추며 불가능해 보였던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목표를 목전까지 달성한 전우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고아인의 오장육부를 자처하며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던 그녀에게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소중한 팀원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유정석(장현성)이 긴급 소집된 임원회의에서 “당장 편하다고 잘 맞는 직원들끼리만 붙여놓는 건 회사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TF팀 해체를 건의, 승인을 받아냈다. 최창수(조성하)가 바라는대로 고아인이 매출 상승 목표 달성에 실패하도록 그녀의 수족 같은 팀을 와해시켰던 것. 하지만 고아인이 마지막 반격을 예고했으니, 그녀의 오장육부도 재가동 되어야 할 터. 이제는 고아인과 “운명 공동체”가 된 TF 팀원들이 펼칠 마지막 전투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보영X조성하X손나은X한준우X전혜진, 직접 전한 종영 소감
#. 이보영, “재미있었고, 행복한 촬영이었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하다.”
전례 없던 독한 연기로 파란을 일으키며 ‘대행사’ 흥행에 앞장섰던 이보영.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12월에 모든 촬영이 끝났다”고 운을 뗀 그녀는 “재미있었고, 행복한 촬영이었다”고 회고했다. “오랜만에 여러 배우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해서 정말 재미있었다”는 것. 즐겁게 찍고, 그 과정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기쁠 것 같았다는 그녀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하다”며 끝까지 함께 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조성하, “걱정으로 시작했던 첫 오피스 드라마 도전, 큰 사랑 덕에 힘을 얻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빌런’이 아닌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경쟁자로 악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조성하 역시 제일 먼저 큰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창수가 얄밉고, 화도 나게 하는 인물이라 이렇게 큰 사랑은 예상 못 했는데 시청자 여러분 덕에 많은 힘을 얻었다”는 것. 또한, “첫 오피스 드라마이고,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거라 걱정으로 시작했는데 큰 위안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끝으로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노력하겠다. 항상 건강하시고 늘 행복한 날들 보내시라”는 끝인사를 남겼다.
#. 손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애정이 많이 갔다. ‘강한나’로 지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뻔하지 않은 재벌3세’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안착한 손나은은 “종영이라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한나’에게 애정이 많이 갔다던 그녀는 “한나로 지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함께하신 감독님과 작가님, 스태프분들, 선배님들과 배우분들 모두 너무 고생 많으셨고, '대행사' 시청해 주시고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시청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덧붙여 “마지막회까지 꼭 함께해주세요”라는 귀여운 당부도 잊지 않았다.
#. 한준우, “감사함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박차장의 선택을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사내 전쟁과 같은 치열함으로 촬영을 했다는 한준우. 그는 손나은과 마찬가지로 종영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이야기가 시청하시는 분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까, 박차장이 어딘가에, 혹은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인물로 보여질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는 그는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있지만, 감사함이 넘치는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박차장의 선택을 응원해주시고, ‘대행사’와 함께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그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시청자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 전혜진, “은정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현장에서 더 즐겁고 유쾌하게 촬영했다.”
‘대행사’의 ‘햇살 요정’ 전혜진은 유쾌했던 현장의 추억을 떠올렸다. “은정이라는 캐릭터를 만났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 즐겁고 유쾌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촬영하는 동안 선배님들과 동료들과 행복하고 즐겁게 작업했다”는 것. 그만큼 드라마 ‘대행사’가 많은 사랑을 받아 더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동안 ‘대행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오피스물에서 벗어나,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간 '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한 발자취는 시청자들이 사랑과 지지를 보냈던 요소. 그 중 뭐니뭐니 해도 1순위는 "재미"였다.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고아인과 사내정치 9단의 능구렁이 같은 최창수의 치밀한 전략이 엎치락뒤치락 공방전을 벌이며 재미를 선사했던 것. 이들의 치열한 수 싸움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매회 판도를 뒤흔들거나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키는 극적 엔딩은 다음회에 대한 기대감을 폭발시키며 시청률 상승곡선을 이끈 공신이었다.
두번째는 회사 생활의 리얼리티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매일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광고인들과 조은정(전혜진)으로 대변됐던 ‘워킹맘’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것. "마! 이게 회사고, 이게 사회생활이다!”라는 짤이 돌거나, "예전 직장 상사가 생각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오는 것 같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특별한 '빌런’ 없이, 욕망이란 키워드로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관계성 역시 ‘대행사’가 오피스 드라마의 전형성을 탈피할 수 있었던 요인. 서로 가지 못한 길을 걷는 사람이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던 고아인과 조은정, 손익계산을 따지는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지만 종내엔 함께 싸우는 동지가 된 고아인과 강한나 등 워맨스부터, 신분 차이를 넘어 함께 승계 전쟁에 뛰어들며 로맨스 꽃을 피운 강한나와 박영우의 러브라인, 그리고 비서실장, 법무팀장(김민상), 권CD(김대곤) 등 세상 모든 '머슴들'의 안심할 수 없는 지위고하 등 이 모든 관계는 스토리 전개 속에서 탄탄하게 빌드업 됐고, 그 안에서 허투루 쓰인 관계성은 단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이보영, 조성하, 손나은, 한준우, 전혜진 등 명품 배우들이 열연이다. 특히, 이보영의 독한 연기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에 독기 품은 눈빛은 ‘우아하게 처절한’ 전투를 치뤄 온 ‘고아인’ 그 자체였다. ‘대사 전달력이 좋은 배우’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그녀가 내뱉는 귀에 쏙쏙 박히는 우아한 팩트 폭격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고아인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당위성을 부여했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이보영의 독한 연기와 밸런스를 맞추며 극의 긴장감을 이끌었던 조성하, 솔직 당당한 매력에 사랑스러움까지 더하며 독보적 재벌 캐릭터를 연기했던 손나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묵직한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한준우,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 ‘조은정’을 찰떡처럼 소화해낸 전혜진까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시너지가 빛을 발했다. 여기에 이창훈, 이경민, 김대곤, 정운선, 박지일, 백수희, 김미경, 장현성, 신수정, 김수진, 전국환, 송영창, 조복래, 정승길, 김민상, 정원중, 정예빈 등 존재감을 발휘했던 조연들의 명연기는 지난 8주간 진짜 '광고 대행사’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재미 속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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