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드라마, 휴먼, 우정, 로맨스
시청등급 : 15세 이상
편성 : JTBC 2022.02.16. ~ 2022.03.31. (12부작)
제작사 : JTBC스튜디오, 롯데컬처웍스
제작 : 최병환, 정경재, 김세아
연출 : 김상호
음악 : 권영찬
극본 : 유영아
출연 :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연우진, 이무생, 이태환, 안소희, 강말금, 송민지, 오세영
간만에 여성 서사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차미조, 정찬영, 장주희를 중심으로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다.
세 사람은 19살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된다. 친모를 찾기 위해서 외딴 동네로 가던 중 지갑을 잃어버린 미조, 이를 발견한 찬영, 친모가 일을 했던 떡볶이 가게집 딸 주희. 오해에서 비롯된 세 사람은 그렇게 19살에 친구가 된다. 그리고 20년을 함께 하면 웃고 울며 39살이 된다.
20년이 지나 미조는 의사가 되고 찬영은 자신의 꿈인 배우가 사건 사고로 이뤄지지 못하고 첫사랑 진석과도 애매한 관계다. 주희는 엄마가 암으로 인해 아프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백화점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하다가 갑질에 못 이겨 때려 친다.
드라마는 사람들이 유독 특별하게 생각하는 19살, 29살, 그리고 39살의 시기에 격변하는 마음가짐을 세 친구를 통해서 보여준다. 뭔가 이룬 것 같으면서도 아직까지도 어설픈 세 사람의 모습이 유독 눈길이 간다. 흥미로운 건 19살의 모습을 보여준 아역의 모습과 현재의 배우들의 싱크로율이다. 아역이 등장했을 때 이름을 몰라도 현재의 캐릭터들의 말투 행동이 아역의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나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다.
진석과 선주 그 사이에 낀 찬영 때문에 불륜 미화 논란이 있긴 했다. 서로 사랑했던 사이인 진석과 찬영은 부모의 반대로 인해서 결국 헤어지게 된다. 유학을 가게 된 진석은 술에 취해 매일 전화로 찬영에게 매달리지만 찬영은 거절을 한다. 전 남친의 아이를 임신해 궁지에 몰린 선주는 술에 취한 진석을 데리고 호텔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서 결혼을 한다. 진석은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소속사 배우들의 연기 지도를 찬영에게 맡기는 등 늘 옆을 맴돈다.
미조는 진석과 찬영의 관계를 불륜이라고 하지만 찬영은 서로 자지 않았다면서 불륜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로 인해서 불륜 미화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전사를 알면 불륜 미화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이야기 초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슬의생' 시리즈로 채송화라는 캐릭터를 연기해 스타덤에 오른 전미도는 전작과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도 찰떡 같았다. 걸걸한 욕설, 거침없는 언행 등이 안 어울릴 것 같았지만 오히려 너무 잘 어울려 완전히 채송화라는 이미지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눈에 띈 배우는 김지현이다. 뭔가 힘이 빠진 듯하면서도 의외로 내면의 강단이 있는 인물이다. 외형적이나 말투가 자신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세 사람 중에 가장 내면이 단단한 인물이다.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한 배우가 김지현이다. 미조는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공황을 앓고 있고 의외로 여린 모습을 보인다. 주희는 엄마가 암 때문에 오랜 시간 투병을 하고 했기 때문인지 일렬의 사건에 대해 가장 유연하게 무던히 대처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술꾼도시여자들'이라는 작품이 떠오르게 한다. '서른 아홉'은 조금 어른스럽고 진지한 드라마라면 '술꾼도시여자들'은 조금 가볍고 아이 같은 면이 돋보이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가장 명장면이라면 아무래도 브런치 리스트다. 부고 리스트를 미조에게 준 찬영. 그런 찬영에게 미조는 부고 리스트의 사람들과 브런치를 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한 이유는 부고 리스트가 찬영이 전화가 왔을 때 밥 한 번 먹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 때문이다. 그렇게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난 찬영은 썩 괜찮은 삶이었다면서 친해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친구가 그리워지고 세월을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였다.
1회
방송 날짜 : 2022년 2월 16일
시청률 : 4.4%
부제 : 서른, 아홉
절친 3인방 차미조(손예진 분), 정찬영(전미도 분), 장주희(김지현 분)의 바람 잘 날 없는 일상과 변화의 조짐을 알리는 짜릿한 엔딩을 선사,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먼저 열여덟에 만나 서른아홉이 된 세 친구의 진한 우정을 조명하며 시작됐다.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콜라 대신 소주를 찾는 것처럼 흐르는 세월에 취향은 변해도 우정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공감의 불을 켰다. 이어 누군가의 장례식장을 비추며 이들 앞에 이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 늘 함께 웃고 떠들 것 같던 세 친구에게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지 호기심을 피워냈다.
궁금증을 자극하며 본격적으로 펼쳐진 세 친구의 일상은 시트콤 그 자체였다. 번지수를 잘못 알고 들이닥친 불륜녀 응징단으로 인해 한순간에 머리채를 잡히고 나란히 경찰서에 앉아 있는 장면은 폭소를 터트렸다. 여기에 쉴새 없이 터지는 세 친구의 티키타카와 뒤늦게 나타난 미조의 언니 차미현(강말금 분)의 우렁찬 기세까지 더해지면서 대환장 전개를 펼쳤다.
이런 상황 속 정찬영의 신경을 건드리는 화두가 등장, 차미조와 정찬영 사이에 날 선 대화가 이어졌다. 전 연인 김진석(이무생 분)과 연을 끊지 못하는 정찬영에게 차미조가 비수를 꽂은 것. 정찬영은 자신을 생각해서 모진 말을 퍼붓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고 날로 근심이 더해갔다.
그런가 하면 차미조와 김선우(연우진 분)의 우연에서 인연으로 이어지는 시퀀스가 로맨틱한 설렘을 안겼다. 온누리보육원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차미조가 놓고 간 손목시계를 김선우가 대신 전해주게 되면서 다시 만났다. 김선우는 다소 차가웠던 보육원에서의 모습과 달리 살짝 취기가 오르자 귀여워진 차미조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어 갔다.
차미조와 김선우는 우연히 공연장에서 또 한번 조우, 이번에는 묘한 기류가 감돌았다. 차미조가 준 작약의 향처럼 치명적인 끌림을 느낀 김선우는 평소 그답지 않게 저돌적으로 다가섰고 결국 둘만의 로맨틱한 시간을 이뤄냈다. 하지만 차미조는 안식년을 위해 떠날 예정이었기에 더이상 인연을 이어가지 않으려 했다. 그녀의 의지에 김선우는 붙잡지 못하고 보내고 말았다.
더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은 네 번째 만남에서 서로가 스치는 인연이 아님을 깨달았다. 차미조가 안식년을 지내는 동안 병원을 책임질 새 의사 미팅 자리에 김선우가 나타난 것. 비로소 차미조와 김선우의 만남이 시작된 그 순간, 정찬영은 지독했던 김진석과의 인연을 끊으려 이별을 선언,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극과 극의 엔딩으로 1회를 마무리했다.
이렇듯 ‘서른, 아홉’ 첫 회는 누군가는 시작하고 누군가는 끝내는 차미조와 정찬영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서른아홉 살들을 그려냈다. 특히 배꼽 잡는 세 친구의 추억들과 짊어진 삶의 무게 등 희로애락(喜怒哀樂)들이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이는 손예진(차미조 역), 전미도(정찬영 역), 김지현(장주희 역), 연우진(김선우 역), 이무생(김진석 역) 등 배우들의 호연이 빛을 발한 터. 김상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유영아 작가의 감성적인 스토리 위에 활보하는 배우들의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풍성한 감정 이입을 체험케 하며 앞으로를 기대케 했다.
2회
방송 날짜 : 2022년 2월 17일
시청률 : 5%
부제 : 말 같지도 않은, 어느 날
이날 방송에서는 차미조(손예진 분)와 김선우(연우진 분)의 핑크빛 연애 기류가 본격화되는 한편, 정찬영(전미도 분)의 건강검진 결과를 알게 된 차미조의 오열로 가슴 아리는 엔딩을 선사했다.
먼저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 차미조와 뼈 아픈 이별 중인 정찬영의 모습이 시작부터 강한 몰입을 이끌었다. 지난 하룻밤은 일시적인 감정의 휘둘림이 아니라는 김선우의 진심이 차미조를 심쿵하게 만든 반면, 이별을 통보했지만 잡지도 못하는 김진석(이무생 분)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 정찬영의 눈물이 먹먹함을 안긴 것.
각자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하고 만난 차미조와 정찬영은 이별의 아픔을 보듬고 새로운 시작에 반색하며 특별했던 자신들의 하루를 공유했다. 언제 울었냐는 듯 “이 언니... 시련의 아픔을 너의 시작으로 달래도 되겠니?”라며 설렘에 몸부림치는 정찬영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마음 저리게 하다가도 이내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그런가 하면 장주희(김지현 분)에게도 핑크빛 기류가 감지됐다. 단골 노가리 집에 중식당 차이나타운이 들어선 것이 영 못마땅했던 그녀가 차이나타운 사장 박현준(이태환 분)의 친절함에 묘한 감정을 느낀 것. 박현준은 ‘일찍 문을 닫는다’는 동네 주민 장주희의 의견을 반영해 마감 시간을 늦췄을 뿐이지만 이는 모태솔로인 그녀에게 자그마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이렇듯 하룻밤 인연으로 끝날 줄 알았던 김선우와 함께 일하게 된 차미조부터 묵은 사랑과 이별 중인 정찬영, 자꾸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긴 장주희까지 세 친구들은 조금은 달라진 서른아홉을 평화롭게 보내고 있었다.
특히 차미조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김선우에게 이끌리는 것은 물론 파양을 요구했다는 그의 동생 이야기를 듣고 남에게 잘하지 않았던 속 깊은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함께 보낸 하룻밤을 ‘사고’라고 말했던 그녀가 이를 정정하고 “참 묘한 날이었어”라며 웃어 보인 장면은 김선우가 그녀에게도 특별한 사람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김선우의 고백으로 웃음꽃이 피어나던 차미조가 우연히 걸려온 선배 전화를 받으면서 극의 분위기는 180도로 달라졌다. 친구들과 함께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정찬영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던 것. 무언가에 홀린 채 정신없이 선배의 병원으로 향한 그녀는 정찬영이 검진 이후 추가 검사를 받았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차미조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휘청였다.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등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감정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이런 차미조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정찬영의 전 연인 김진석의 사무실, “죽일 거야... 너 내가... 죽일 거야”라며 그를 붙잡고 저주하듯 오열했고 그 순간, 정찬영의 영정사진이 드러나면서 마침내 1회에 나온 장례식의 주인공이 정찬영임이 밝혀졌다. “너 때문이고, 나 때문이야”라며 통곡하는 그녀에게선 정찬영을 김진석 눈에 들게 했다는 죄책감과 정찬영을 힘들게 했던 김진석에 대한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이를 모두 본 김선우가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차미조의 손을 잡으며 마무리, 가슴 찢어지는 2회의 막이 내려졌다.
3회
방송 날짜 : 2022년 2월 23일
시청률 : 7.4%
부제 :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단 한 번도.
3회에서는 정찬영(전미도 분)에게 차마 몸 상태를 말할 수 없었던 차미조(손예진 분)의 고독한 날들이 계속된 가운데 정찬영이 제 상태를 눈치채면서 슬픔에 고개 숙인 그녀들의 모습으로 안방을 눈물짓게 했다.
먼저 정찬영의 병을 알게 된 차미조는 극도의 불안과 슬픔에 휩싸인 나머지 그녀답지 않은 돌발행동을 보였다. 정찬영의 전 연인 김진석(이무생 분)을 무작정 찾아가 멱살을 잡은 것도 모자라 김진석 아내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기까지 한 것. 차미조의 낯선 모습들은 정찬영으로하여금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움트게 했다.
이어 정찬영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등 갈피를 잡지 못한 차미조의 위태로운 나날들이 시작됐다. 차미조는 다른 친구 장주희(김지현 분)와 상의하려 했지만 과거 암 투병을 했던 엄마로 인해 여전히 불안함을 안고 산다는 장주희의 고백에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장주희는 분명 차미조의 얼굴에 어떤 사연이 읽히고 있지만 말이 없는 모습에 내심 서운함을 느꼈다. 쉬이 털어놓을 수 없는 차미조의 답답한 심정과 서운한 감정이 들어선 장주희의 상황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혼자만의 고독한 사투 중이던 차미조가 처음으로 마음을 털어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김선우(연우진 분)였다. 그는 “아무 영향력도 없는 사람에게 하소연을 하면 속이 시원하던데”라며 혼자 끙끙 앓고 있는 마음의 체증을 풀어주려 했다.
또 김선우는 시원한 밤공기를 가로지르며 무작정 달리기를 추천, 주춤하는 차미조를 이끌었다. 얼결에 따라 달리던 차미조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름에도 멈추지 않았고 얼굴에는 이내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김선우 덕분에 조금 후련해진 차미조는 잠시 망설이다 정찬영의 상태를 털어놨다. 가족만큼 소중한 세 친구의 존재와 그 중 정찬영이 췌장암 4기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하는 차미조의 표정은 불안감에 흔들리던 처음보다 안정된 모습이었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정찬영의 레슨실에 온 차미조는 열정적으로 배우를 가르치는 친구를 보며 서글픈 감정을 느꼈다. 이어 시간이 흘러 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해야 할 말을 꺼내지 못하고 어수선하게 떠들어대는 차미조의 모습이 정찬영의 눈에 이상하게 보였다.
이에 정찬영은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던데 너 뭐 죽을 병 걸렸냐?”라며 농담 섞인 말로 물꼬를 텄다. 죽을 병이란 단어에 차미조가 발끈하자 정찬영은 “아니면 나 뭐 꼬였냐?”라며 무언가 직감한 듯 정곡을 찔렀고 그제서야 자신의 몸 상태를 짐작했다.
차미조는 차마 췌장암 4기를 말할 수 없어 병원에 가자는 말로 대신했지만 그럴수록 정찬영은 자신의 상태가 최악일 거라는 확신이 섰다. 차미조는 마치 스스로의 주문처럼 “우리한테 그럴 일 없어”라며 “우리 아직 삼십 대야. 아직 더 놀아야 돼”라고 부정했지만 이미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담겨 있었고 이를 보는 정찬영의 눈에도 눈물이 조금씩 차올랐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의 생과 사의 깊은 괴로움을 만나기엔 채 여물지 않은 겨우... 서른 끝자락이었다”라는 차미조의 내레이션과 함께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잊지 못하는 차미조와 덤덤한 정찬영의 모습을 끝으로 코끝 시린 3회가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김선우의 여동생 김소원(안소희 분)의 충격적인 사생활이 밝혀졌다. 독립해서 잘 지내는 줄 알았던 그녀가 룸살롱을 다니고 있던 것. 설상가상으로 이 모습을 김선우의 친구가 우연히 목격하면서 남매 앞에 불어닥칠 시련도 예고되고 있다.
4회
방송 날짜 : 2022년 2월 24일
시청률 : 7.5%
부제 : 선택
이날 방송에서는 정찬영(전미도 분)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모두 바치기로 한 차미조(손예진 분)와 장주희(김지현 분)의 뜨거운 다짐으로 진한 감동을 안겼다.
췌장암 4기에 시한부 6개월을 선고받은 정찬영은 항암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 차미조의 속을 애태웠다. 차미조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믿어보고자 했지만 정찬영에게 0.8%의 생존 확률은 희망을 기대하기에는 절망적인 수치였다.
그런 상황 속 정찬영의 상태를 모르던 장주희가 복권에 당첨된 기념으로 모두를 불러 모았다. 한껏 신이 나 떠드는 장주희 앞에 차미조는 가라앉은 얼굴로 술만 마셨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자신만 모르는 상황에 소외감을 느낀 장주희가 서운함을 토로하자 차미조는 그제서야 정찬영의 상황을 털어놨다. 세 친구와 어울리지 않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찬영에게는 가족과 김진석(이무생 분)에게 알려야 하는 잔인한 숙제들이 생겼다. 때마침 김진석이 이혼할 거라고 하자 정찬영은 펄쩍 뛰며 극구 말렸다. 주원이가 친아들이 아니란 사실과 그럼에도 키우겠다는 엄청난 말들은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결국 정찬영은 모든 걸 털어놓으며 눈물로써 이혼을 말렸고 김진석은 소리 내어 울었다.
한편, ‘찬영이가 시한부가 됐다’는 사실은 차미조와 장주희의 삶에 변화를 일으켰다. 먼저 차미조는 ‘하루를 살아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정찬영의 진심을 외면하지 않고 골프 유학을 계획했던 안식년을 정찬영을 돌보는 데 쓰기로 결심했다. 골프 유학은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을 위한 선물이었지만 지금 그녀에게 친구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가장 나중에 소식을 접한 장주희는 눈물로 하루를 보냈다. 몸에 좋은 것들을 잔뜩 사들고 정찬영에게 가기도 했지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우연히 차이나타운 셰프 박현준(이태환 분)에게 터놓은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대 관계를 쌓아갔다.
또한 장주희는 자신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 복권의 기운을 빌려 친구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그리고는 당첨된 복권을 파쇄기에 넣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전했다. “내 인생에 처음 찾아온 큰 행운이다. 그 행운, 너 가져가. 그래서 4년만 더 살아. 그거 4등짜리잖아”라며 웃어 보이는 장주희의 모습에 정찬영은 눈물을 꾹 삼키며 ‘살아보겠다’고 응답했다.
슬프지만 왠지 미소가 지어지던 차미조는 잔뜩 들고 온 쇼핑백 물건들을 펼치며 모두를 집중시켰다. “난 정했어. 내 친구 찬영이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신나게 놀 건지, 아니면 심각하게 슬퍼할 건지. 난 신나게 놀자로 정했어”라며 오직 정찬영을 위해 결심한 당찬 계획을 밝혔다.
애써 눈물을 참아왔던 정찬영은 이어진 차미조의 한 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치료받자는 말 안 할 테니까. 부탁 하나 들어줘. 지구에서 역사상 제일 신나는 시한부가 되어줘”라는 부탁에 고개를 떨군 것. 친구들을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은 죽음을 앞둔 슬픔과 두려움을 잠시나마 잊게 할 만큼 벅찬 감정으로 다가왔다. 정찬영의 손을 잡은 두 친구의 면면에도 같은 감정이 서려 있었고 세 친구의 모습은 더없이 애틋하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로써 세 친구의 ‘신나는 시한부 프로젝트’가 시작, 차미조가 사온 비싼 옷들로 멋을 낸 뒤 클럽으로 향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신나게 춤을 추고, 서로의 춤 실력을 비웃으며 까르르 웃고 즐겼다.
슬픔은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보기로 한 그때, 룸살롱에서 일하는 동생과 실랑이를 벌이는 김선우(연우진 분)가 세 친구 눈에 포착됐다. 가장 참담한 순간, 차미조를 알아본 김선우의 슬픈 눈빛과 차미조의 시선이 맞닿으며 4회가 막을 내렸다.
5회
방송 날짜 : 2022년 3월 2일
시청률 : 5.5%
부제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남은 시간을 오로지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위해 쓰기로 한 정찬영(전미도 분)의 버킷리스트가 공개되는 한편, 김소원(안소희 분)에게서 어릴 적 자신을 투영한 차미조(손예진 분)의 모습으로 가슴 아린 전개가 펼쳐졌다.
먼저 차미조와 정찬영의 조우가 시작부터 뭉클함을 선사했다. 공황장애 치료를 받던 차미조는 ‘앞으로 일어날 일보다 그 친구와 좋았던 일을 생각해 보라’는 의사의 말에 정찬영과 처음 만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홀로 승강장 벤치에 앉아 옛 추억을 떠올리던 그녀는 건너편에서 자신처럼 앉아있는 정찬영을 발견, 애틋한 시선을 마주치며 조우했다.
정찬영은 자신 때문에 미국 유학을 포기한 차미조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계속 제 곁에 있길 원했다. 그리고는 “미조야 나 겁나, 무서워”라며 처음으로 두려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들었던 생각을 털어놓은 그녀는 차미조에 대해 “웃긴 게 이 부분인데, 너를 생각하잖아? 벌써 그리워서 슬퍼”라고 말했다. 서로를 생각하면 물밀듯이 밀려드는 그리움이 시청자들의 코끝을 시리게 했다.
그런가 하면 정찬영은 오랫동안 고민해온 것들을 버킷리스트로 결정했다. 모태솔로 장주희(김지현 분)의 남친을 만들어주고 차미조의 친엄마를 찾아주는 것이 바로 그녀의 마지막 소원. 여기에 ‘엄마 아빠께 인사하기’, ‘진석이 집에 돌려보내기’까지 목록에 추가, 고작 4개뿐인 것도 모자라 모두 남겨진 이들을 위한 계획들이란 점이 먹먹함을 배가했다.
차미조와 본가에 간 정찬영은 딸의 핼쑥해진 얼굴만 봐도 걱정인 부모님 앞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심지어 건강에 별 이상이 없다는 거짓말까지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부모님을 보고 마음이 더 무거워진 정찬영은 돌아오는 길에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자신이 떠나면 자식 없이 쓸쓸히 살아갈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 것. 그때마다 “내가 할게”라며 꼬박 대답해주는 차미조의 모습이 더욱 감정을 복받치게 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버거운 현실 앞에 그녀들은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한편, 이날은 술집에서 일하게 된 김소원의 남모를 속사정도 밝혀졌다. 김소원은 하던 일도 그만두고 마음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피아노를 다시 치란 말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부잣집에 입양돼서 피아노라도 두드리고 살았지, 그냥 고아로 버티다간 젓가락이나 두드리고 살지 않았을까”라며 어울리지 않는 말도 내뱉었다. 이에 적잖이 놀란 김선우(연우진 분)는 얼마 후, 동생의 그 말이 아버지가 한 폭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늘 동생을 위해 왔지만 정작 힘들 때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그를 괴롭혔다.
김선우는 자신이 걱정돼 찾아온 차미조에게 가족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에 차미조는 말이 없어서 두 번이나 파양됐고, 지금의 가족에게 마음을 열었던 어린 시절을 고백했다. 김선우에게 받았던 위로와 사랑을 고스란히 베푼 것. 차미조의 진심 어린 위로는 김선우를 또 한 번 반하게 만들었고 설레는 키스로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진짜 연인이 되었다.
차미조와 김선우, 그리고 김소원이 저녁 식사를 하러 나선 가운데 이들 앞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 김선우의 아버지가 나타났다. 아버지를 보자 얼어붙은 김소원의 표정이 차미조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마치 어릴 적 기댈 곳이 없어 불안해 떨던 자신의 어린 날을 엿본 차미조는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려는 김소원의 손을 붙잡았고 떨리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며 5회가 막을 내렸다.
6회
방송 날짜 : 2022년 3월 3일
시청률 : 6.9%
부제 : 신념
이날 방송에서는 정찬영(전미도 분)과 찬영의 엄마의 시간을 지켜주고자 모든 것을 내던진 차미조(손예진 분)의 처절한 애원이 그려졌다. 차미조, 정찬영, 장주희(김지현 분)는 지구에서 제일 신나는 시한부가 되자고 호기롭게 약속했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졌다. 이에 차미조와 장주희는 순번을 정해 정찬영 집에 가기로 결정, 한동안 적막했던 집에 세 친구의 웃음소리가 채워졌다.
그런가 하면 정찬영과 함께 살 작정으로 짐을 싸들고 찾아온 김진석(이무생 분)의 간절한 부탁이 시청자들의 눈가를 적셨다. 김진석을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다짐이 자꾸만 무너지는 것 같아 모질게 화를 낸 정찬영은 “찬영아 나 못가, 너 가도 난 같이 못 가”라는 말에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그저 곁에만 있게 해달라는 말을 주절주절 쏟아내는 모습이 그녀를 아프게 했다. 정찬영은 “너랑 나는 악연이야”라며 김진석과의 지독한 관계에 탄식했다.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정찬영의 집에 엄마 김경애(이지현 분)가 찾아왔다. 어리둥절한 김경애 앞에 김진석은 “제가 좋아서 쫓아다니는 중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얼마 전 집에 들른 딸이 영 마음에 걸렸던 김경애는 괜한 걱정을 했다는 듯 금세 안색을 환히 밝혔다.
여기에 진상 손님과 한바탕 한 뒤 직장을 관둔 장주희와 차미조가 합류, 엄마를 제외한 모두가 좌불안석인 상황이 펼쳐졌다. 아직 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김경애의 얼굴에만 웃음꽃이 만개, 어색했던 기류는 점차 정겹게 흘러갔다.
함께 저녁을 먹는 순간 정찬영의 집에 불청객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바로 김진석의 아내 강선주(송민지 분)가 찾아온 것. 김선우인 줄 알고 문을 열어준 차미조는 일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리고는 강선주가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온몸으로 밀어 건물 밖으로 내보냈다. 강선주의 거센 저항에도 “제발 가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찬영과 엄마를 위해 ‘정직하자’는 자신의 신념을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화가 난 강선주가 손을 뿌리치고 들어가려 하자 차미조는 길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 “곧 부서지겠지만 한 번은 딸의 남자친구에게 밥을 지어주는 엄마의 시간을 지켜야 했다. 한 번은 엄마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시간을 지켜야 했다”는 차미조의 말이 가슴 시린 공감을 자아냈다.
공황장애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와중에도 차미조는 강선주에게 애원했다. 환멸감에 치를 떠는 강선주 눈에 차미조의 바들바들 떠는 몸과 맨발이 들어왔다. 결국 강선주는 떠났고 정신을 잃은 차미조와 한걸음에 달려와 안아주는 김선우의 모습을 끝으로 6회가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장주희의 엄마 박정자(남기애 분)가 차미조의 생모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박정자가 서랍 깊숙이 숨겨둔 편지를 꺼내며 “네 품에서 자랐으면 저만큼 못 됐지”라고 한 것. 특히 교도소에서 보낸 발신 정보가 포착되면서 차미조의 친엄마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증도 폭발 중이다.
‘서른, 아홉’ 6회는 자신의 신념도 저버릴 만큼 정찬영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은 차미조의 모습으로 안방에 또 한 번 깊은 전율을 일으켰다. 특히 차미조의 필사적인 의지를 표현하는 손예진(차미조 역)의 폭발적인 열연이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벌써부터 다음 회를 빨리 만나보고 싶게 만든다.
7회
방송 날짜 : 2022년 3월 16일
시청률 : 5.7%
부제 : 불편한 진실
낳아준 엄마의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 차미조(손예진 분)부터 동생 김소원(안소희 분)의 파양 전말을 알게 된 김선우(연우진 분)까지 불편한 진실이 몰고 온 파장으로 강렬한 엔딩을 장식했다.
이날 방송은 과거 장주희(김지현 분)의 집에 불쑥 찾아온 여인과 주희 엄마 박정자(남기애 분)의 심상치 않은 대면으로 시작됐다. 평소와 달리 여인이 내뱉는 말에 날을 세우는 박정자의 태도가 불길한 긴장감을 움트게 했다. 특히 ‘지민’이란 이름에 평정심이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박정자를 뒤흔든 여인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이어 정찬영(전미도 분)과 찬영 엄마, 그리고 김진석(이무생 분)의 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김진석의 아내를 필사적으로 막았던 차미조의 심경 고백이 펼쳐졌다. 공황장애로 쓰러진 뒤 겨우 정신을 차린 차미조는 항암치료를 안 받겠다던 정찬영을 좀 더 설득했어야 한 건 아닌지, 신나는 시한부를 핑계로 쉽게 타협한 것은 아닌지 등 그간의 결심을 후회하며 자책했다.
또한 김진석에게 “믿을 뻔했어. 오빠는 찬영이 남자친구고 찬영이는 건강하고, 엄마는 사위를 만난 것처럼 설레고... 나도 거기 섞여서 주희랑 같이...”라며 진심을 털어놓았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음에도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그대로 믿고 싶을 만큼 현실이 서글펐던 차미조의 참담한 심정이 읽혀졌다.
친구를 위해 ‘정직하자’는 신념도 무너뜨리며 자신을 옥좨는 차미조의 모습은 깊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그녀에게 김선우는 “정찬영을 생각하는 것만큼 차미조 자신도 생각해달라”고 부탁, 그만의 방식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자 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찬영 역시 함께 아파하며 차미조의 여린 마음을 달랬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며 지내던 중 이들 앞에 차츰 예고된 위기가 다가왔다. 먼저 박정자를 찾아온 여인은 차미조의 생모로 확인, 그녀의 입에서 나온 ‘지민’이란 이름도 차미조의 옛 이름이었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생모는 차미조의 양부모와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왔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반갑지 않은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김소원의 속사정도 밝혀졌다. 그녀의 갑작스러웠던 파양 요구가 사실은 양아버지의 강압이었던 것. 쫓겨나다시피 집을 떠나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서러움이 느껴져 가슴을 더욱 아리게 했다.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 위기는 드디어 저마다의 삶에 불편한 진실이 되어 찾아왔다. 호텔 수석 셰프 자리를 거절한 박현준(이태환 분)은 결국 자신의 행복보다 ‘호텔 셰프’라는 타이틀이 더 중요한 여자친구의 원망 섞인 말을 들었고, 사위 볼 생각에 들떠 있던 정찬영의 부모는 김진석의 아내로부터 딸의 불륜 사실을 직접 전해 들었다.
동생의 파양 요구에 얽힌 비밀을 듣게 된 김선우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그리고 생모에 대해 안다고 고백하는 박정자와 얼어버린 차미조의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이 최정점에 도달, 충격과 슬픔 그리고 혼란에 휩싸인 인물들을 비추며 막을 내렸다.
이처럼 ‘서른, 아홉’ 7회는 기어코 나타나 시련을 안겨주는 불편한 진실들을 그리며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삶의 굴곡들로 진한 공감과 감정적 몰입을 배가했다. 이에 이들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연기 선생님이 된 후 고이 접어둔 배우의 꿈을 다시 펼친 정찬영의 도전이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오직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세워 생애 마지막 용기를 낸 그녀가 과연 꿈에 닿을 수 있을지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고 있다.
8회
방송 날짜 : 2022년 3월 17일
시청률 : 7.2%
부제 : 끝이라 생각될 때
이날 방송에서는 마침내 사기 전과자 생모(生母)를 만나러 간 차미조(손예진 분)부터 시한부 사실을 부모님께 전한 정찬영(전미도 분)까지 휘몰아치는 시련들에 아파하는 모습들로 가슴 먹먹한 여운을 안겼다.
먼저 부모님께 시한부 상태를 고백한 정찬영의 이야기가 시작부터 코끝을 찡하게 했다. 김진석(이무생 분)의 아내로부터 딸의 불륜 사실을 접한 찬영의 부모는 곧장 딸과 친구들을 불러냈다. 때마침 정찬영의 오디션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세 친구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호출에 혹여 시한부 사실을 아신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느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 세 친구는 눈물이 아닌 분통을 터트리는 엄마를 보고 어리둥절 했지만 사안이 시한부가 아닌 불륜임을 알고 더욱 절망했다. 결국 정찬영은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하고 난리 속에서 시한부 사실을 고백, 분기탱천하던 엄마는 이내 실신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뒤 오히려 딸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버텨내는 찬영 부모의 모습은 눈물을 샘솟게 했다.
한편, 생모의 정체를 알게 된 차미조는 혼란과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박정자(남기애 분)가 ‘(너가) 너무 고와서 차마 말해줄 수 없었다’고 했지만 이는 좋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다가왔다. 예상대로 생모는 사기 전과 7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죄자. 낳아준 엄마를 그토록 궁금해했던 차미조에게는 비극적이고 잔인한 진실이었다.
차미조가 힘겨워하던 때 동생의 파양 전말을 알게 된 김선우(연우진 분)는 파양을 종용한 아버지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적반하장인 태도에 좌절했다. 마음이 복잡해진 그는 차미조에게 오해도 사고 말았다.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거절해 차미조로 하여금 서운한 감정을 들게 한 것. 김선우의 속사정을 모르던 차미조는 앞서 보육원 출신을 싫어하는 김선우 아버지의 태도가 떠올라 거절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았다. 설상가상으로 생모의 전과자 신분은 그녀의 평정심마저 흔들어 오해를 확신하게 만들었다.
김선우가 아버지와 갈등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사이 차미조의 오해와 억측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자기도 모를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인 차미조는 결국 “내가 부끄러워요? 내가 고아여서? 내가 입양아여서? 왜 막상 인사하려고 하니까 겁나? 내 친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겁나?”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선우는 제어되지 않는 감정들을 마구 쏟아내는 차미조를 끌어안으며 울음을 멈출 때까지 사과했다.
김선우는 그간의 일을 털어놓으며 사과 없는 아버지와의 절연 선언과 먼 훗날 실현할 입양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결혼’을 꺼내며 은근슬쩍 청혼을 하기까지 했다. 늘 마음속에 불안감을 지닌 차미조에게 평온과 믿음을 심어주는 김선우의 존재는 설렘을 넘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폭풍 같은 혼란의 시간을 보낸 뒤 차미조는 정찬영과 장주희(김지현 분) 그리고 김선우에게 비로소 생모에 대해 털어놨고 마침내 생모를 만나러 나섰다. 교도소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정찬영, 장주희, 김선우 앞에 면회를 끝내고 나온 차미조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이어 “내가 떠나기 전에 그날이 온 것은 선물 같지만, 이렇게 아프게 울 줄은 몰랐다”라는 정찬영의 내레이션이 흐르며 막을 내렸다.
‘서른, 아홉’ 8회는 세찬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서른아홉 살들을 그리며 또 한 번 깊은 감동과 울림으로 안방을 매료시켰다.
9회
방송 날짜 : 2022년 3월 23일
시청률 : 6.5%
부제 : 천 밤, 또 천 밤, 또 또 천 밤...
차미조(손예진 분)와 김선우(연우진 분)의 로맨틱한 프러포즈 데이부터 정찬영(전미도 분) 엄마의 생일 케이크를 위해 벌인 유쾌한 활극까지 버라이어티한 세 친구의 이야기로 수요일 밤을 매료시켰다.
먼저 교도소에서 이뤄진 차미조와 생모(生母)의 대면이 시작부터 가슴을 아리게 했다. 애틋한 대화들을 상상했던 차미조는 지극히 뻔뻔한 생모의 태도에 당황했다. 자신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마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일상적으로 대하는 상황이 그녀를 혼란케 한 것. 낳아준 엄마를 평생 궁금해했던 차미조로서는 화나고 어이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상황 속 김선우 아버지로부터 아들과 만나지 말라는 압박도 받은 차미조는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적어도 이 일로 헤어지진 않을 겁니다”라는 말 속에서 얼마 전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눈물짓던 차미조의 한층 더 단단해진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소식을 뒤늦게 접한 김선우 역시 아버지에게 차미조와 같은 마음임을 전했다. 그리고는 차미조를 데리고 강릉으로 가 근사하게 프러포즈 했다. 데이트 정도로 여겼던 차미조는 겨울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 때마침 흘러나오는 라흐마니노프 음악, 둘만 있는 상황들이 모두 이날을 위함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매일매일 알게 해줄게”라는 김선우의 진실한 고백이 전해지는 순간 차미조는 선우 아버지가 떠올라 망설였지만, 망설이는 이유 역시 잘 알고 있던 김선우이기에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채우며 사랑을 확인했다.
한편, 엄마의 생일을 앞둔 정찬영은 어쩌면 자신이 챙길 수 있는 마지막 생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이에 엄마를 위한 스페셜 케이크를 주문 제작, 케이크가 만들어지는 동안 생일 선물을 고르며 즐거운 기다림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행복에 젖은 순간 불행이 찾아왔다. 난생처음 느껴본 고통스러운 통증이 정찬영을 휘감은 것. 응급실에서 눈을 뜬 정찬영은 케이크가 생각나 그대로 달려갔지만 가게는 정찬영의 케이크만 덩그러니 놓인 채 문을 닫았다. 하필 이럴 때 쓰러진 자신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차미조, 장주희(김지현 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정찬영의 모습에 마음 아파했다.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던 세 친구는 뒷일은 나중으로 하고 케이크만 생각하기로 결심, 손에 쥔 벽돌을 있는 힘껏 던져 가게 문을 박살 냈다. 정찬영은 곧장 케이크를 들고 집으로 향했고 부모님과 오붓한 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
남겨진 차미조와 장주희는 자진신고로 수습에 나섰다. 다행히 케이크 가게 사장은 그녀들의 사연에 깊은 감동을 받아 흔쾌히 합의, 슬플 뻔했던 찬영 엄마의 생일 파티가 완벽한 결말을 이뤘다. 이 버라이어티한 하루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어 포장마차로 간 세 친구는 소소한 이야기에 웃고 떠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이별의 그늘에서 벗어난 듯 그 어떤 시련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행복한 세 친구의 시간을 끝으로 9회가 막을 내렸다.
이처럼 ‘서른, 아홉’은 회를 거듭할수록 짙어지는 세 친구의 우정 스토리로 매주 안방에 감동을 선사 중이다. 특히 누군가에겐 무모해 보일지라도 친구의 행복을 지켜주고팠던 이날의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전율과 여운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정찬영의 병세가 본격적으로 악화되면서 이들의 우정도 더욱 애틋해질 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또 어떤 추억들을 쌓을지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고 있다.
10회
방송 날짜 : 2022년 3월 24일
시청률 : 7.1%
부제 : 결자해지 : 일은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마침내 생모가 주변 사람들에게 벌인 일들을 알게 된 차미조가 혈육의 관계를 매듭짓기 위해 교도소를 향하는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사기 전과자 생모와 만난 후 차미조의 병원에 수상한 남자가 찾아왔다. 남자의 정체는 바로 생모가 보낸 빚쟁이, 그녀의 일상에 불길한 기류가 엄습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면서도 별일 아닌 척하는 모습이 김선우(연우진 분)와 언니 차미현(강말금 분)의 눈에 이상할 정도로 불안해 보였다.
생각이 많아진 차미조는 엄마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그리고 엄마는 이미 생모가 어디에 지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것과 심지어 양부모님에게도 돈을 요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차미조는 주희(김지현 분) 엄마부터 양부모님까지, 어른들이 자신에게 생모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일순간 창피하고 서럽고 분하고 슬픈 감정들이 밀려들었다.
혹시나 자신이 밉지 않았는지 묻는 차미조에게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은 했어. 네가 우리 집에 와서 다행이다. 이기적인 생각일진 몰라도 친엄마랑 컸으면 어쩔 뻔했나, 고단했겠구나. 그랬어”라고 말했다. 엄마의 따뜻한 토닥임이 차미조의 응어리진 불안감과 생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그런 상황 속 격앙된 말투로 차미조 생모와 통화 중인 주희 엄마의 모습이 장주희의 눈에 포착됐다. 미조 생모의 일로 힘들어하는 엄마와 병원에 수상한 남자가 찾아왔다는 소식이 장주희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차미조에게 물은 장주희는 ‘별일 아니다’라는 대답에 감정이 북받쳤다. 장주희는 “우리 엄마가 무슨 잘못이야. 그치? 너 친엄마 만나게 해주려고 한 게... 잘못은 아니잖아”라며 조금씩 날 선 반응을 내비쳤다. 이에 차미조는 당황하기 시작, 서서히 두 사람의 뒤틀린 감정들이 표출됐다.
장주희는 차미조와 정찬영(전미도 분) 사이에서 느낀 소외감을 쏟아냈다. “찬영이 없이 너랑 둘이 여전할까도 겁나”라며 눈물 흘리는 장주희의 말이 차미조를 서운하고 속상하게 했다. 각자의 사정으로 마음 아파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정찬영과 함께 늦은 밤 장주희 집으로 간 차미조는 생모를 만난 후기부터 빚쟁이가 돈을 요구했던 일까지 전부 털어놨다. 그리고 “엄마 덕분에... 엄마 혼자 가슴에 품고 견뎌내신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좋은 추억만 넘쳐요. 혼자 힘드셨을 생각에 마음이 아파요. 고마워요 엄마”라며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주희 엄마는 일찍 알려주지 않았다는 원망도 아닌 고맙다는 차미조의 말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장주희 또한 엄마가 짊어진 마음의 짐을 덜어준 차미조가 고마웠다. 펑펑 우는 장주희와 다독이는 차미조 사이에 어색한 기류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런 두 친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정찬영의 미소까지 더해 안방에도 훈훈한 감동이 전해졌다.
차미조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시간을 참아준 주희 엄마와 부모님을 생각하며 ‘일은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생모가 있는 교도소로 향했다. 불안하고 초조했던 첫 대면과 달리 한결 단단해 보이는 차미조의 비장한 표정이 그녀의 다음 행보를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서른, 아홉’ 10회는 생모의 존재로 인해 혼돈의 시간을 겪으며 비로소 자신의 길을 찾아낸 차미조의 이야기가 몰입감 있게 펼쳐졌다.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갈등과 오해 등에 아파하면서도 끝끝내 해답을 얻는 과정들이 현실 공감을 더했다.
11회
방송 날짜 : 2022년 3월 30일
시청률 : 6.4%
부제 : 낭만에 대하여
죽음을 앞둔 정찬영(전미도 분)의 두려움과 그녀의 힘겨운 고군분투를 외롭지 않도록 지키는 차미조(손예진 분), 장주희(김지현 분)의 이야기로 깊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했다.
먼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생모(生母)를 다시 찾아간 차미조는 두 번의 파양 후 지금의 가족과 만난 입양 이야기를 전했다. 시종일관 남 일처럼 반응하는 생모에게 앞으로 연락하지 말 것을 엄중히 고했다. 생모가 염치도 없이 낳은 정을 운운할수록 차미조는 ‘그런 건 혼자 안고 살라’며 응수,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매정하고 독한 말들을 퍼부은 후 “건강하세요”라는 마지막 인사만 남기고 일어섰다. 돌아서는 순간까지 자식에 대한 미안함 따위 없는 생모의 태도가 차미조를 서글프게 했지만 담담하고 의연하게 버텼다.
그런 상황 속 정찬영은 통증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진통제 없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점점 더 자주 찾아왔다. 죽음이 다가옴을 몸으로 느낄수록 마음이 더 조급해진 정찬영에게 김진석(이무생 분)은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해 더욱 그녀를 펄쩍 뛰게 했다. 정찬영은 납골당 예약에 이어 영정사진 찍기, SNS 폐쇄 등 자신의 삶을 하나씩 정리해갔다. 그중에는 예전엔 미처 생각지 못한 낡고 오래된 부모님의 가게 ‘정가네 밥상’을 말끔히 수리하는 것도 있었다.
전보다 기운도 없고,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있는 정찬영의 소식이 차미조에게 닿자, 차미조는 한사코 거절하는 정찬영을 밖으로 불러냈다. 조금 기분이 환기된 정찬영은 자신이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털어놨다. 홀로 영정사진을 찍으려다 웃지도 못하는 증명사진을 찍은 일, 진통제에 의지하는 나날 등 두려움을 느끼는 친구의 심정이 차미조에게 오롯이 전해졌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속상한 차미조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말이 고마운 정찬영의 상황이 가슴 한편을 욱신거리게 했다.
이에 차미조와 장주희는 저마다 정찬영의 기운을 북돋아 줄 방법을 강구했다. 차미조는 찬영의 엄마를 만나 가게 공사를 허락해 줄 것을 설득했고, 장주희는 다짜고짜 풍경 좋은 곳으로 친구들을 불러 정찬영의 영정사진을 찍기로 작정했다.
푸릇푸릇 한 식물들이 근사하게 펼쳐진 곳으로 온 차미조와 정찬영은 일일 포토그래퍼 장주희의 피사체가 되었다. 영정사진 소식을 듣고 팔을 걷어붙인 장주희의 속을 두 친구가 모를 리 없을 터. 장주희의 호들갑에 정찬영은 점점 기분이 나아졌고, 차미조는 친구의 웃음이 터지는 순간을 휴대폰에 담았다.
이어 방송 말미, 가게 공사를 돕기 위한 정찬영의 사람들이 ‘정가네 밥상’에 모였다. 여전히 깨가 쏟아지는 차미조와 김선우(연우진 분), 혼인신고 문제로 냉랭한 정찬영과 김진석(이무생 분) 그리고 장주희와 직접 찾아온 박현준(이태환 분)까지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은 사람들의 온기가 가게를 가득 채웠다.
구석에 있던 노래방 기계도 대동, 흥겹고 유쾌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차미조는 여느 때처럼 애창곡인 ‘낭만에 대하여’를 선곡했다. 늘 부르던 노래인데 새삼스럽게 가사가 서글퍼진 차미조는 어느 순간 주춤하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등 한 소절 한 소절이 세 친구의 가슴을 후벼팠다. 노래를 멈춘 차미조는 어느새 붉어진 눈으로 정찬영과 장주희를 바라봤고, 서로를 향해 슬픈 미소를 짓는 세 친구의 모습을 끝으로 11회가 막을 내렸다.
12회
방송 날짜 : 2022년 3월 31일
시청률 : 8.1%
부제 : 삼성동, 효창동 그리고 고척동
이날 최종회에서는 사랑하는 이들의 보살핌 속에 행복한 추억만 안고 떠나간 정찬영(전미도 분)과 씩씩하게 살아가는 남은 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먼저 고통에 몸부림치는 정찬영의 모습이 시작부터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가는 만큼 병세는 더욱 악화됐고 이제는 모두가 의연하게 버티기 힘든 시간에 접어들었다.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자 정찬영은 부고 리스트를 차미조(손예진 분)에게 건네줬다. 또 다시 차미조의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던 중 브런치 카페에 온 정찬영은 반가운 옛 친구를 발견하고는 이내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두 아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바로 자신이 준 부고 리스트를 차미조와 장주희(김지현 분)가 브런치 리스트로 만들어 모두를 불러 모았기 때문. 밥 한 번 먹자고 하면 밥 먹고 싶은 정찬영의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덕분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게 된 정찬영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함을 ‘충분한 삶이었다’라는 말로 전한 뒤 봄날, 먼 곳으로 떠났다.
정찬영이 떠난 후 차미조와 장주희는 ‘찬영이 부모님 생일에 양평 가기’, ‘건강검진 챙기기’, ‘2주에 한 번 김진석(이무생 분)과 삼겹살에 소주 먹기’ 등 정찬영과 한 약속들을 수행하며 마흔을 지냈다. 여전히 정찬영의 부재가 익숙하진 않지만 그녀가 남긴 몫을 채우며 허전함을 대신했다.
어느덧 모두가 기다려온 정찬영의 영화도 개봉됐지만 차미조는 선뜻 영화를 볼 결심이 서지 않았다. 개봉하면 별점을 주기로 했는데, 유독 이 약속만큼은 망설여졌다. 이런 그녀에게 장주희는 예전 정찬영이 부탁했던 선물을 전했다. 카드에 쓰인 글씨체만 봐도 정찬영이 보낸 것임을 안 차미조는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가 남긴 영상 편지를 열었다.
영상 속 정찬영의 편지에는 고척역에서 처음 만난 열여덟 차미조를 회상하며, 마흔 살의 안부, 특별한 장례식에 대한 고마움, 먼저 떠난 미안함과 아쉬움 등 애틋함이 가득 묻어났다. 이어 “나한테 너는 있잖아... 아주아주 친밀하고 아주아주 소중해. 그러니까 나도 너를 친애한다는 말이야”라며 못다 한 이야기를 전했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웃고 있는 정찬영과 펑펑 우는 차미조의 모습이 시리고도 아름답게 펼쳐졌다.
차미조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는 마흔의 삶을 담담하게 전하며 “몇 살쯤 되면 너의 부재에 익숙해질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아. 셋이었던 우리가 둘이 되어서 너를 그리워해. 찬영아, 많이 보고 싶어”라며 편지의 답장을 끝맺었다. 정찬영이 쉬고 있는 납골당을 도란도란 걸어가는 남은 두 친구, 차미조와 장주희의 아련한 뒷모습을 끝으로 막이 내렸다.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서른, 아홉’은 시한부가 된 친구의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삶에 충실해지는 세 친구를 그리며 2022년 JTBC 드라마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특히 ‘신나는 시한부’, ‘버킷리스트’라는 소재를 통해 여타의 드라마들과 다른 결의 감동을 선사, 세 친구의 우정 행보를 끝까지 응원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버킷리스트를 통해 고대하던 소망을 이루면서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삶의 아이러니함과 그 속에서 부딪쳐야 하는 고단함까지,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을 반영해 현실 공감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실감나는 호흡을 보여준 배우 손예진(차미조 역), 전미도(정찬영 역), 김지현(장주희 역)의 탁월한 연기를 비롯해 연우진(김선우 분), 이무생(김진석 역), 이태환(박현준 역) 등 캐릭터에 온전히 젖어 든 배우들의 열정이 감동을 배가, 매회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은 혼심의 힘을 다한 배우들의 명연기와 가슴을 파고드는 스토리, 이를 아름답게 구현한 연출까지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며 2개월간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이토록 친애하는 줄 미처 몰랐던 세 친구의 아름다운 서른아홉 시절의 이야기 ‘서른, 아홉’은 시청자들 가슴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2020년 드라마 리스트
2020년 드라마 리스트 ※ 파란색으로 된 드라마는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면 드라마 정보, 회차별 내용, 시청률, 스틸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KBS 기막힌 유산 누가 뭐래도 계약
lmez0810.tistory.com
2021년 드라마 리스트
2021년 드라마 리스트 ※ 파란색으로 된 드라마는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면 드라마 정보, 회차별 내용, 시청률, 스틸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KBS 달이 뜨는 강 안녕? 나야! 이미테
lmez0810.tistory.com
[2022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 캐릭터 붕괴가 망친 엔딩 몰입도 (0) | 2022.04.22 |
---|---|
[2022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 - 역시 로맨스퀸 박민영, 그리고 지질 연기마저 사랑스럽게 바꾼 윤박 (0) | 2022.04.21 |
[2022 드라마] 트레이서 - 묵직한 정치 암투, 임시완의 한없이 가벼운 연기 (0) | 2022.04.12 |
[2022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 완벽한 고증이 주는 소름 (0) | 2022.03.26 |
[2022 드라마] 고스트 닥터 - 8회 알까기 장면 소름 '인생 컷' (0) | 2022.03.2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