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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 - 난 좋은데 대중적이지 않은 스토리

Drama/2021

by 꿈꾸는 잡다구리 2021. 3. 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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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 - 난 좋은데 대중적이지 않은 스토리

 

장르 : 드라마

시청등급 : 15세 이상

편성 : JTBC 2021.02.17. ~ 2021.04.08 (16부작)

제작사 : 드라마하우스, JTBC스튜디오

제작 : 박준서, 박상억

연출 : 진혁, 김승호

PD

극본 : 이제인, 전찬호

출연 : 조승우, 박신혜, 김병철, 성동일, 태인호, 채종협, 정혜인, 김종태, 최정우, 고윤, 허준석, 전국환, 태원석, 이연수, 양준모, 정하준, 이명로, 이시우

 

- 인물관계도

1

방송 날짜 : 2021년 2월 17일

시청률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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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공학자 한태술(조승우)에게 벌어진 충격적 사건의 전말에 촉각이 곤두섰고, 이제인, 전찬호 작가가 창조해낸 ‘시지프스’만의 독창적 세계관, 그리고 진혁 감독이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판타지 비주얼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보지 않을 수 없는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던 조승우와 박신혜의 연기는 역시나 놀라웠다. 조승우는 생사를 오가는 와중에도 위트를 놓지 않는 여유, 숫자와 과학적 논리로 대응하는 천재적 기행, 하지만 그 안에 숨기고 있는 깊은 상처와 자조적 태도 등, 스펙트럼이 넓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화면에 펼쳐놓았다. 박신혜는 단 한 손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액션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앞으로 미래에 발발할 전쟁과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전사로 거듭날 그녀의 활약에 기대를 불태웠다. 

 

이날 방송은 미스터리한 벙커에서 ‘업로더’ 여정을 준비하고 있는 미래의 강서해(박신혜)로부터 시작됐다. 차림새며 분위기며 어딘지 이질감이 느껴졌던 그녀의 팔에 ‘250811’이란 번호가 찍히고, 파란 불빛과 함께 눈을 떠보니 서해는 현재에 도착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한태술(조승우)한테 가면 절대 안 돼”라던 아빠 강동기(김종태)와의 약속과는 다르게 서해가 현재로 온 이유는 바로 한태술. 도착하기 무섭게 그녀를 맹렬히 쫓는 ‘그놈들’을 피해 태술을 찾아나서는 서해의 모습은 촌각을 다투는 긴박함을 자아냈다.

 

태술 또한 생사의 기로에 서있었다. 사이판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윈드실드에 무언가가 부딪혀 깨지는 바람에, 상공에서 추락하고 있었던 것. 기장까지 사망한 절체절명의 상황에, 추락까지 남은 시간은 단 3분 30초. 천재공학자 태술은 덕테이프와 보드판으로 깨진 윈드쉴드를 수습하고, 조종실 전력을 복구해내 261명의 목숨을 기적적으로 구해냈다. 이미 ‘뇌섹 국민 공대 오빠’로 유명했던 그는 ‘국민영웅’으로까지 추앙됐지만, “다 죽든 말든, 그냥 고장 난 게 있어서 고친 거야”라며 자조적으로 반응할 뿐이었다. 

 

비행기 사고로 겨우 깨어난 태술이 또 다시 격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미친 전개가 이어졌다. 비행기 사고를 같이 겪어낸 부기장(황동주)이 흙투성이에 상처를 입은 얼굴로 나타나 “단속국”, “슈트케이스” 등 이상한 말들을 꺼내며 태술에게 건넨 USB엔 그날의 진상이 담겨있었다. 비행기 윈드실드에 부딪힌 건 생뚱맞게도 슈트케이스였고, 이윽고 또 한번 충돌한 이는 이미 10년 전에 사망한 그의 형 한태산(허준석)이었다. 

 

세계적인 기업 ‘퀀텀앤타임’의 회장임에도 회사의 주가를 요동치게 만드는 기행을 부리는 태술은 겉보기에 이기적인 천재였지만, 그 내면은 후회와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과거 태산은 동생 때문에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퀀텀앤타임의 시초가 된 컨테이너 연구실까지 마련해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기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상에 우리만 살고 있는 게 아니다. 그 놈들이 너를 찾고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고, 태술은 그런 형을 술 때문에 돈을 뜯어가려는 사람 취급하며 그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겼다. 형이 급사한 뒤, 약을 먹어야 형의 환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망가진 이유였다. 

 

그런 태술 앞에 환각이 아닌 진짜 태산이 나타났다. 그것도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태술은 항공 사고 조사 보고서를 받아 진실 추적에 나섰고, 비행기의 행적을 밝히려 적어 내린 빼곡한 수식과 숫자들이 가리킨 김포의 갈대밭엔 슈트케이스가 있었다. 과거 태술의 생일을 모든 비밀번호로 만들었던 형을 기억해낸 태술은 그 번호로 슈트케이스를 열었다. 하지만 이는 “널 감시하는 놈들이 곧 널 잡으러 갈 거야. 잡히면 죽어. 그리고 슈트케이스를 절대 열지 마”라는 서해의 음성메시지와 맞물리며 긴장감을 폭발시켰다. 

2

방송 날짜 : 2021 2월 18일

시청률 :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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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해(박신혜)가 열지 말라던 슈트케이스를 한태술(조승우)이 연 이후, 그가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긴박한 사건이 전개되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또한, 이 미스터리를 풀고자 하는 태술과 그에게 벌어질 일들을 이미 알고 있는 구원자 서해가 ‘퀀텀앤타임’ 컨퍼런스가 열리는 부산으로 향한 엔딩에 두 사람의 만남을 고대하던 시청자들의 기대가 폭발했다. 

 

태술은 슈트케이스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본 뒤 충격을 금치 못했다. 어디서 본 듯한 열쇠와 낡은 필름카메라 등이 형 한태산(허준석)의 것이었기 때문. 죽은 형의 물건이 왜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데, 케이스에 들어있던 구형 2G 핸드폰으로 걸려온 한 남자, 박사장(성동일)의 전화에 태술의 혼란은 가중됐다. “한태산 씨, 잘 도착했어? 어디로 떨어졌어?”. “단속국은?”, “팔다리는 잘 붙어 있어?” 등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모든 질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미스터리한 사건은 연이어 터졌다. 집에 걸려 있던 그림 뒤에 “형을 찾지 마. 그럼 당신 죽어”라는 경고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지만, 경보 알람만 울렸을 뿐, 누군가 집에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또한 태산의 카메라 속 필름을 인화해보니 온통 태술의 사진으로 가득했는데, 촬영된 시점이 이상했다. 오늘 갈대밭에서 슈트케이스를 발견한 현장부터, 내일 모레 있을 부산 컨퍼런스 참석, 누군지 모르는 여자(서해)와의 결혼까지 찍힌 것. 

 

어쩌면 태산이 죽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정황들에 태술은 형의 흔적을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납골당. 유골로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예상대로 99.9%의 확률로 불일치, 형은 어딘가 살아있었다. 이어 과거 형이 마련해준 ‘퀀텀앤타임’의 최초 컨테이너 연구실로 향했다. 슈트케이스에서 발견한 낯익은 열쇠가 이곳에 보관된 금고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 하지만 박사장이 한발 앞서 금고를 가로채갔고, 태술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어 강제로 열면 안에 들은 게 파쇄되게 돼있다며 열쇠를 요구했다.

 

그 시각, 박사장이 “그 놈들한테 잡히면 살아서는 집에 못 돌아가”라고 경고했던 단속국 대원들은 컨테이너를 에워싸고 있었다. 서해를 쫓던 이들이 그녀가 퀀텀앤타임 ARS에 남긴 메시지를 통해 태술의 뒤를 밟은 것. 천재공학자의 기지를 발휘해 컨테이너를 폭파시키기도 했지만 결국 단속국에 붙잡혀갔고, 자신을 “출입국 외국인청 단속 7과 소속”이라 밝힌 남자 황현승(최정우)은 태산의 슈트케이스 행방을 물으며, 협조하지 않으면 “당신 형처럼 된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그렇게 단속국과 형이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 태술은 형이 찍은 사진 속 부산 컨퍼런스로 향했다. 

 

한태술을 찾기 위한 서해의 고군분투도 계속됐다. 태술이 슈트케이스를 열었으면 ‘그 놈들’이 그를 죽일 것이란 사실을 아는 서해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었다. 서해를 잡으러 온 단속국 대원들을 단숨에 때려눕혔고, “나 오늘 죽는 날 아니야”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강한 기백으로 맞섰다. 서해가 터뜨린 짜릿한 액션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서해가 향한 곳은 기차역. 태술이 참석할 부산 컨퍼런스에 가기 위해서였다. 앞선 격투로 허리춤에 피가 배어 나오는 고통스런 상처를 입었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걸음엔 태술을 지키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같은 곳을 향하게 된 두 사람의 아련하게 엇갈린 기차역 엔딩은 그들 앞에 또다시 거세게 휘몰아칠 여정의 폭풍 전야와도 같았다.

3

방송 날짜 : 2021 2월 24일

시청률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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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한태술(조승우)과 강서해(박신혜)의 잊을 수 없는 첫 만남이 전파를 탔다. 위기에 빠진 태술은 용맹한 서해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또 한편으론 그녀 때문에 눈 앞에서 형 한태산(허준석)을 놓쳤고 이들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이날은 ‘퀀텀앤타임’이 새로운 미래를 좌중 앞에 선보이는 중대한 날이었다. 부산에 도착한 태술은 무대에 올라 기조연설을 시작했고,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순간 각설탕 하나를 꺼내 보였다. 다소 생뚱맞은 재료의 등장에 의아한 것도 잠시, 곧이어 마술 같은 기술이 시연됐다. 기계 안에 있던 각설탕이 눈 깜짝할 사이에 태술에 손에 들린 머그잔으로 이동한 것. 고분자화합물의 양자 전송을 통한 위상이동이었다. 

 

이처럼 미래는 단지 멀리 퍼져있지 않을 뿐,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기술력에 박수와 갈채가 이어졌지만, 태술이 관중 석에 앉아 있는 형 태산을 발견하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혼란에 빠진 태술이 약을 찾는 사이, 그를 저격하는 의문의 존재는 긴장감을 폭발시켰다. 혈관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는 보통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의 조준경 십자선 안에는 태술이 있었기 때문.

 

방아쇠가 금방이라도 당겨질 듯한 긴박한 순간, 그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부터 거슬러온 서해가 등장했다. 저격수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던 서해는 “엎드려”라고 외쳤고, 그 덕에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태술의 귀를 빗겨갔다. 계속되는 총격에 서해는 쏜살같이 태술에게 달려가 강연대를 엄폐물로 사용하고 연막탄을 던져 저격수의 시야를 차단, 탈출로를 만들었다. 

 

이후 ‘시지프스’ 표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이 이어졌다. 도망치던 서해는 이내 거구의 남자를 때려눕히는 등 정면승부로 맞섰다. “도망가봤자 소용없어. 너도 알잖아. 이게 다 어떻게 끝날지”라는 의미심장한 경고에도, “꺼져”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서해의 패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여기에 컨퍼런스장을 벗어나기 위해 건물 외벽을 미끄럼틀 삼아 내려오고, 건물 사이를 활강하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은 단연코 이날 방송의 명장면이었다.

 

그렇게 컨퍼런스장에서 탈출했지만, 이들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태술에게 열쇠를 끊임없이 요구했던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이 등장한 것. 태술과 서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시아마트에서 손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베일에 쌓여있던 이곳의 정체는 바로 비공식 대사관. 박사장은 미래에서 현재로 넘어온 밀입국자의 정착을 도와주는 ‘브로커’였다. 그의 실체에 관한 미스터리가 한 꺼풀 벗겨진 순간이었다.

 

10년 전 죽었던 형이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부터 태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미스터리에 관한 진실도 드러났다. “내가 알려주면 열쇠 내놔”라는 박사장의 조건 제시와 함께 태술이 목격한 건 미래에서 현재로 시공간을 이동한 슈트케이스와 사람이었다. 컨퍼런스에서 자신이 각설탕의 위상이동을 시연해 보인 것처럼 말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씩 웃으며 “미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던 박사장의 목소리는 어쩐지 섬뜩하게 들려왔다. 

 

한편, 첫 만남부터 삐걱대던 태술과 서해의 케미는 시청자들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로 떠올랐다. 서해 덕에 태술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다. 10년이나 그리워했던 형을 서해 때문에 놓쳤고, 결혼 사진 속 여자가 서해라는 사실까지 깨닫게 되면서 그녀를 향한 불신이 커져만 갔던 것. “생명의 은인”도 몰라보고 윽박을 지르는 태술에게 서해는 꿀밤과 무시로 일관했다. 첫 만남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티격태격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향후 시지프스 여정에 깊게 발을 들일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궁금증을 드높였다.

4

방송 날짜 : 2021 2월 25일

시청률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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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낮은 성공률에도 이들이 ‘업로드’를 타는 이유가 ‘후회’란 사실은 먹먹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태술(조승우)과 강서해(박신혜)를 끈질기게 쫓는 단속국과의 추격전은 손에 땀을 쥐는 긴박감을 자아냈다. 점점 좁혀오는 단속국의 포위망에 다리 위에 갇힌 두 사람이 결국 한강으로 뛰어내린 엔딩에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최고조로 치솟았다.

 

브로커 박사장(성동일)의 안내에 따라 태술이 목도한 다른 세계의 비밀은 충격적이다 못해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천재공학자의 지식으론 각설탕이면 몰라도, 사람같이 정보량이 많은 물체는 절대 시간제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마술’은  달랐다. “무게 2.73g, 밀도 0.468/cm, 가로세로 높이 18mm의 정사각형 가공당” 보다 모든 면에서 정보값이 큰 슈트케이스와 사람이 마치 복사가 되는 것처럼 시공을 이동한 것. 

 

그래서인지 ‘다운로더’의 오류도 잦았다. 밀입국자들은 옷도 최소한만 갖추는 등, 최소 정보만 가져오기 위해 줄이고 줄여도 성공확률은 겨우 10%였다. 설사 그 확률을 뚫었다고 해도 둘 중 하나는 단속국에 잡혀가기 때문에 최종 정착확률은 5% 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동일한 위상에 동일한 정보가 있을 경우 ‘타임 패러독스’로 인해 둘 중 하나는 없어져 버린다. 그럼에도 방금 막 도착한 정현기B(고윤)처럼 사람들은 죽자 살자 현재로 건너오고 있다.

 

이렇게 낮은 확률에도 이들이 업로더를 타는 이유는 바로 ‘후회’. 도착하자마자 단속국에게 잡히게 생긴 현기B는 “한태산(허준석) 있는 곳 어디인지 알려줄게”라는 거래로 태술과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 현기B의 집으로 향한 태술과 서해는 그의 후회와 마주했다. 몸이 아픈 엄마(성병숙)는 잡곡밥과 야채만 먹으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한사코 라면만 끓여 먹어 애를 먹였다. 그날도 혈당은 높은데 라면 타령만 하자 속이 상해 크게 화를 낸 현기는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그때는 차마 알지 못했다. 그래서 현기B는 그날로 돌아와 못 먹은 라면을 끓여주며 엄마의 임종을 함께했고 오랜 응어리를 풀었다.

 

허나 이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현기B가 도착했던 폐공장에서부터 쫓아오던 단속국이 기어코 집까지 찾아온 것. 단속국의 난사에 현기B는 숨을 거뒀고, 태술과 서해는 이를 악물고 탈출을 시도했다. 사위가 단속국에 포위된 절체절명의 순간, 먼저 기지를 발휘한 이는 태술이었다. 뷰테인 가스의 끓는 점을 이용, 시원한 콜라와 합체해 단속국을 향해 발사한 것. 일명 ‘콜라로켓’은 이들에게 정확히 명중했다. 

 

다음은 서해가 나설 차례였다. 총이 장착된 드론까지 쫓아오자, “도망만 치면 못 버텨”라고 판단, 정면승부로 맞섰다.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드론의 타이밍을 맞춰 차 문을 열고, 총을 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모조리 박살냈다. 입으론 투덜대면서도 기막힌 타이밍에 차를 돌려준 태술의 운전 실력도 한몫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좁은 골목길에서 이뤄낸 격추는 숨조차 쉴 수 없는 박진감을 선사하며 ‘시지프스’만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그렇게 단속국의 포위망에서 벗어나는 듯 싶었지만, 한 수 앞을 내다본 이들이 예상 도주로를 모두 통제해버리는 바람에, 이제는 정말로 도망칠 곳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태술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수학적 계산까지 모두 마쳤고, 뛰어내릴 때 맞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까지 내렸다. 허나 뛰어내린 순간, 서해가 단속국의 총에 맞는 바람에 태술의 손을 놓쳤고, 물 밑으로 홀로 가라앉았다. 의식을 잃어가는 희미한 서해의 시야로 헤엄쳐오는 태술이 들어왔다. 

5

방송 날짜 : 2021 3월 3일

시청률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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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충관계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연대관계로 나아가는 한태술(조승우)과 강서해(박신혜)의 변화가 그려졌다. 서로 꽃피운 믿음 덕에 모처럼 평온한 밤이 지나갔다. 그 시각, 단속국 요원이 된 정현기(고윤)는 제 손으로 ‘원수’ 서해를 처단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태술과 서해 앞에 살며시 다가오는 검은 폭풍에 걷잡을 수 없는 긴장감이 폭발했다. 

 

단속국을 피해 한강으로 뛰어내린 태술과 서해는 가까스로 거친 물살에서 빠져나왔다. 이로써 한시름을 놓은 둘 사이에 남은 것은 관계 재정립이었다. 서해에 따르면, 태술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업로더’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아시아마트, 단속국, 시그마 등의 타깃이 됐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로부터 태술을 지켜내기만 한다면, 미래에 핵전쟁이 발발하게 될 일도 없다는 것. 서해가 태술 옆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였다.

 

그런데 태술은 어찌 된 일인지 “이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선언했다. 표면 상으론 서해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지켜줄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것도 불사할 서해의 일념이 형 한태산(허준석)을 찾는 데 방해가 될까 걱정하고 있었던 것. 이미 부산 컨퍼런스에서 한 번 겪은 일이 앞으로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형을 다시 찾았다 해도,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때도 말릴 거란 서해의 태도에 태술은 마음을 굳혔다. 

 

그렇게 태술을 지키기 위해 멀고도 위험한 길을 거슬러 온 서해는 다시 혼자가 된 채 갈 길을 잃었다. 태술 또한 마찬가지였다. 혼자가 되니 형의 환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과호흡까지 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너 혼자선 하루도 못 버텨”라던 서해의 말대로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화합을 선택했다. 형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드러내며, “아무리 위험해도 저번처럼 형이 앞에 있는데, 나 막 끌고 나간다거나 그러지 마. 그럴 수만 있으면 네가 나 좀 안 죽게 지켜줘라. 세상도 구하고”라는 절충안을 제안한 것. 서해 또한 화해의 손을 내밀며 이를 받아들였고, 짧고도 길었던 ‘각자선언’은 이로써 끝을 맺었다.

 

다시 둘이 된 태술과 서해는 그 후부터 정서적 연대를 쌓아나갔다. 단속국의 눈을 피해 숨어든 찜질방에서 ‘물 맛’과 ‘뚝배기 불고기’로 나름의 추억을 만들었고, 금고 열쇠를 찾으러 갔다가 에디 김(태인호)의 경비 강화로 인해 발이 묶이게 된 펜트하우스에서는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에 대해 차츰차츰 알아가기 시작했다. 형이 사라진 이후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게 어떤 감정인지 아는 태술은 핵전쟁을 겪으며 홀로 남겨진 서해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며 공감대를 형성해나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밝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 아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였다.

 

하지만 그 사이로는 검은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작은 단속국이 정현기를 요원으로 영입하면서부터다. 밀입국자와 접촉한 대상이 하필이면 경찰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명분이 필요했던 단속국 과장 황현승(최정우)은 서해를 이용했다. 그녀가 현기의 집에 숨어들어 총과 자동차를 훔쳐 달아났고, 반항할 힘도 없는 어머니를 죽였다며, 서해를 지병으로 사망한 현기 엄마(성병숙)의 살인자로 둔갑시킨 것. 

 

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현기는 황현승의 꾐에 넘어가 단속국 요원으로 거듭났다. 서해를 향한 복수심이 최고치에 달한 현기에게 내려진 첫 미션은 “밀입국자 강서해 사살”. 태술과 서해의 평온한 밤 위로 교차된 현기의 매서운 눈빛은 폭풍전야의 그것과도 같았다.

6

방송 날짜 : 2021 3월 4일

시청률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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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술(조승우)과 강서해(박신혜)는 미래에서 온 정현기(고윤)가 준 정보를 토대로 형 한태산(허준석)이 있다는 ‘퀀텀앤타임’ 이사장 김한용(정국환)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태술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석한 파티가 열렸고, 이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이사장의 집을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다. 이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서해는 외국계 투자사 직원으로 위장해 1층 연회장을, 얼굴이 드러나면 안 되는 태술은 몰래 2층을 살펴봤다. 

 

하지만 ‘강서해 사살’이란 첫 미션을 부여 받은 현기를 비롯한 단속국이 이미 그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먼저 이들은 통신 방해 공작으로 태술과 서해의 교신을 끊었다. “한태산 찾았어”라는 서해의 긴박한 교신이 태술에게 닿지 못한 이유였다. 결국 단속국에게 쫓긴 서해는 현기의 총에 다리를 맞았지만, 다른 한 발이 장전되던 순간, 태술이 만들어준 EMP로 건물 전체의 정전과 통신 마비를 일으켜 단속국을 교란시켰다. 때마침 서해가 알려준 번호로 로또에 당첨된 썬(채종협)이 등장, 그의 도움으로 연회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시각, 태술은 감춰진 진실을 향해 다가갔다. 김한용의 서재에서 양자 전송에 관한 모든 기술을 ‘시그마’에게 넘기겠다는 계약서를 발견한 것. 처음부터 ‘퀀텀앤타임’의 투자자였던 시그마는 아주 오랫동안 태술을 지켜보고 있었고, 심지어 김한용은 시그마가 누구인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사람들이 오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단 사실이 드러났다. 태술은 이를 모두 폭로하겠다며 분노했지만, 김한용의 딸이자 자신의 정신의학 주치의였던 김서진(정혜인)이 그의 목에 주사기를 꽃아 넣어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돌아가는 상황은 더욱 기이했다. 부산 컨퍼런스에서 서해를 만나면서 벌어졌던 시간들이 그에겐 선연한데, 병원에서 눈을 뜨자마자 서진과 에디 김(태인호)이 “너 총 맞았어. 컨퍼런스에서”라며 오늘이 부산 총격 사건이 일어난 뒤 나흘째 되는 8월 19일이라고 전한 것. 핸드폰, TV, 모니터, 병원 차트 역시 모두 ‘8월 19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진은 이 모든 게 전두엽 손상과 약물중독에서 비롯된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혼란스러운 태술을 일깨운 건 다름 아닌 서해였다. 서진이 준 약을 먹은 태술은 무의식 너머에서 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현재 시간을 가리키는 그녀를 만났다. 천재공학자답게 그 의도를 간파했고, 달의 방위를 통해 오늘 날짜가 컨퍼런스 이후 한 달이 지난 9월 15일이라는 계산을 도출해냈다. 곧이어 시작된 서해의 5초 카운트다운. 컵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뜬 태술 앞에는 서해에게 만들어준 EMP와 ‘나도 비혼주의자야’라고 적힌 태술과 서해의 결혼사진이 있었다. 태술이 겪은 일 모두가 진짜였다. 

 

시그마와 손을 잡은 김한용 부녀가 태술에게서 태산이 남긴 열쇠를 뺏은 뒤 정신병원에 넣기 위해 일을 꾸몄다는 사실을 파악한 태술은 서해가 보내온 EMP를 눌렀다.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정전된 틈을 타 도망쳤고, 곧바로 서해에게 연락해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내가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거든? 네가 나 좀 살려줄래”라며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태술과 극적으로 다시 만난 서해는 화려한 사격 실력으로 그를 구해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거듭난 두 사람의 입가엔 아름다운 호선이 그려졌다. 

 

그리고 드디어 이날 방송에서 떡밥으로만 존재했던 ‘시그마’(김병철)’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마치 전지적 작가 시점 마냥 태술과 서해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고, “나는 이 부분이 제일 좋더라. 로맨틱하잖아”라는 소름 돋는 감상평으로 긴장감을 폭발시켰다.

7

방송 날짜 : 2021 3월 10일

시청률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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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서해(박신혜)가 펜트하우스에 갇힌 한태술(조승우)을 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로또에 당첨된 썬(채종협)의 도움으로 연회장에서 탈출한 뒤, 곧바로 한태술 구출 작전을 세웠던 것. 태술의 신변이 안전하다는 보도가 단번에 가짜 뉴스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이에 서해는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을 찾아가, 원하는 금고 열쇠를 빌미로 도움을 요청했다. 

 

박사장은 태술을 확실히 빼내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태술이 빠져 나오는데 필요한 물건을 안전한 사서함으로 보내 미래까지 잘 보관한 다음, 미래에서 다시 현재의 태술 집으로 ‘업로드’ 하자는 것. 제일 작은 우체국 택배 상자 정도까지는 정확도가 100%였다. 서해는 태술이 만들어 준 EMP와 함께, 자신이 보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태술과의 결혼사진에 “나도 비혼주의자야”라는 둘 만의 암호를 써서 보냈고, 이는 성공적으로 태술의 펜트하우스에 떨어졌다. EMP로 정전된 틈을 타 태술이 도망치는 사이, 그가 공구상가 쪽으로 간다는 박사장의 정보를 받은 서해 또한 그곳으로 향했고, 마침내 둘은 “로맨틱한” 재회를 이룰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아시아마트에 진 빚을 청산하는 것. 하지만 태술은 금고 열쇠를 거래 조건으로 내세운 서해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예측이 맞다면, 금고 안에는 업로더의 토대가 되는 도면이 있고, 그것이 다른 이에게 넘어가는 순간, 대한민국의 멸망도 그만큼 앞당기게 된다. 서해의 생각은 달랐다. 연회장에서 마주친 한태산(허준석)은 “태술이를 구할 수만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돼도 아무 상관 없어”라고 할 정도로 동생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태산이 그 위험한 도면을 금고에 보관할 리 없다 확신한 이유였다. 그렇게 된다면 업로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태술을 죽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서해의 예상은 역시나 맞았다. 금고 안에는 태산의 편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도면은 태산의 손에 있었다. 더불어 태술은 “시그마가 누군지 알아냈어. 그 놈, 처음부터 우리 옆에 있었어”라는 편지의 추신으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형의 필름 카메라 속에 있던 사진은 자신이 아닌,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시그마를 찍은 것이었다. 시그마가 계속 옆에서 자신과 형을 지켜보며 농락했다는 사실에 태술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시그마를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먼저 시그마와의 커넥션이 발각된 ‘퀀텀앤타임’ 김한용(전국환) 이사장을 추궁했다. 태술과 이사장이 처음 만날 날부터 ‘퀀텀앤타임’ 상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그마의 계획이었다는 충격적 답변을 들은 태술은 ‘퀀텀앤타임’ 기자회견장에서 이 또한 지켜보고 있을 시그마에게 대대적인 경고를 날렸다. “비겁하게 뒤에 숨어있지만 말고 빨리 나와. 아니다. 너 그냥 거기 있어라. 내가 너 찾아갈 테니까”고 정면 돌파를 예고한 것.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그마는 “이제야 재미있어지네”라는 소름 돋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방송 말미, 시그마의 정보를 누출한 김한용이 자살, 딸 김서진(정혜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슬퍼하자, “사람 하나 죽었다고 뭐 이리 난리야. 나중에 오천만 죽을 땐 어쩌려고”라는 섬뜩한 본성을 드러냈다.

8

방송 날짜 : 2021 3월 11일

시청률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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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2001년에 도착한 뒤 현재 권력을 잡기까지, 시그마(김병철)의 이야기가 베일을 벗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마권을 샀다. 경마에서 어떤 말이 우승할지 이미 알고 있었고, 순식간에 일확천금을 거머쥐었다. 이제 주식으로 돈을 불릴 차례였다. 곧 있을 911 테러로 증권시장이 대폭락한다는 점을 이용, 풋옵션으로 상상도 못할 만큼의 엄청난 차익을 거뒀다.

 

이렇게까지 많은 돈을 모아야 했던 이유는 한태술(조승우)이 ‘업로더’를 만들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체를 밝힐 수 없었던 시그마는 IT 투자자 김한용(전국환)을 ‘퀀텀앤타임’ 투자자로 앞세워 회사 상장을 이끌었다. 그런데 투자금이 10배로 돌아오게 된 상황에도 좀처럼 기뻐하지 않았다. 되레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잘 봐둬. 곧 타버릴 거니까. 이제 전부 다 죽을 거라고”라며 섬뜩한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한태술에게 접근한 궁극적 목표가 궁금해진 대목이었다. 

 

태술은 본격적으로 숨어 있는 시그마를 찾아 나섰다. 10년 전 자취를 감춘 형 한태산(허준석)이 자신 주위를 맴돌고 있는 시그마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안면 인식 프로그램까지 돌리며 열을 올렸다. 그런 태술을 보며 강서해(박신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그마를 계속 쫓는다면 그는 10월 31일, 서울에 핵이 떨어진다는 그 날 죽을 운명이었기 때문.

 

태술은 자신이 죽는다는 서해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때마침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2001년자 신문에서 풋옵션을 터뜨린 시그마의 얼굴을 찾아냈고, 그 사진 속에서 시그마 옆에 있던 김동현(이재원)을 먼저 뒷조사했다. 당시 시그마를 담당했던 펀드매니저로 미래를 훤히 내다보는 시그마에게 현재까지도 무한 충성을 다짐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지난 주 사고로 사망한 상태였다. 이에 그의 아내 이유림(이소윤)을 찾아갔다. 그녀는 시그마가 집들이 선물로 줬다는 그림 하나를 보여줬다. 그가 직접 그린 이 그림엔 태술이 궁금해했던 충격적인 미래가 담겨 있었다. 시그마가 야경을 바라보며 했던 말처럼, 도시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 

 

‘시그마가 직접 그렸다’는 점에 힌트를 얻은 태술의 비상한 두뇌는 또 다시 가동됐다. 풍경을 올려다 본 각도까지 치밀하게 계산, 마침내 시그마의 은둔지를 찾아낸 것. 그곳에서 태술과 서해를 맞이한 건 산 꼭대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고 있는 ‘시지프스’의 그림. 절대 악, ‘시그마’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원한 죄인, 시지프스를 상징하고 있었다. 더불어 “산 꼭대기까지 돌을 밀어 올리면 다시 처음으로 떨어져. 그럼 처음부터 다시 밀어 올리고, 또 떨어지고, 다시 밀어 올리고”, 즉 태술과 서해가 끝나지 않은 운명에 갇혀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10월 31일, 자신의 예정된 사망일을 알고도 끝까지 맞설 태술과 그를 향해 날아오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아낼 만큼 무슨 일이 있더라도 태술을 지켜낼 서해는 이 지독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9

방송 날짜 : 2021 3월 17일

시청률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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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술(조승우)과 생일을 맞은 강서해(박신혜)의 달콤한 놀이공원 데이트로 막을 올렸다. 폐허가 된 미래와는 달리 진짜로 움직이는 놀이기구를 태술과 함께 마음껏 탈 수 있었던 서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그마(김병철)와 단속국이 놀이공원에 나타나는 바람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태술이 혼자 아이스크림 사러 간 사이, 시그마는 전화로 대면을 제안했다. 누구보다 그와의 만남을 원했던 태술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시그마가 단속국에 서해를 신고해 제동을 걸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그마와 태술이 전화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때, 혼자 남겨진 서해에게 단속국 무리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시그마는 이러한 상황을 알리며 서해와 세상 중 선택을 종용했다. 태술은 형의 복수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서해를 구할 수 있는 기회 앞에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서해였다. 하지만 그가 달려갔을 땐, 서해는 이미 복수심의 불타오른 정현기(고윤)의 총에 맞아 단속국에 속수무책으로 붙잡혀간 후였다. 

 

단속국 취조실에 갇힌 서해에겐 더 큰 시련이 닥쳐왔다. 출입국 외국인청 단속7과 과장 황현승(최정우)은 한태술에게 접근한 목적과 마지막 날에 일어날 일에 대해 캐물었고, 서해가 입을 열지 않자 ‘FOS 주사’를 놓았다. 이는 시간 여행의 성공을 좌우하는 FOS 단백질을 분해하는 주사로, 3번을 맞으면 다운로드 된 서해는 모조리 분해돼 원자 상태로 떠돌아다니게 된다. 지독한 심문에도 말을 하지 않던 서해는 이미 두 번의 주사를 맞았다. 그녀의 몸 전체가 깜박거렸고, 이는 1분 1초가 위급하다는 걸 의미했다. 

 

그 시각, 태술은 서해를 구하기 위해 모든 능력을 동원해 단속국의 본거지가 될 만한 장소를 추려나갔다. 형 한태산(허준석)의 슈트케이스를 연 직후 단속국에 잡혀갔던 기억을 떠올려, 목적지까지 48km 남았다는 점,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한강을 지났다는 점, 경기를 관람 중인 관중들의 함성소리와 목적지 부근에서 앰뷸런스 소리를 들었다는 점을 토대로 자애병원 지하 4층에 단속국의 본거지가 있음을 추론해냈다. 자애병원은 ‘퀀텀앤타임’ 재단에서 운영하고, 정신의학 주치의 김서진(정혜인)이 일하던 곳이었다. 즉 시그마와 김서진 부녀, 그리고 단속국은 모두 한패라는 의미였다.

 

모두가 한통속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태술은 포기하지 않았다. ‘퀀텀앤타임’ 회장이 된 에디 김(태인호)의 신경을 건드려, 확장된 동공을 순간 포착, 지하 4층 ‘출입증’인 그의 홍채를 얻어냈다. 그리고 에디와 엇비슷해 보이는 썬(채종협)이 ‘에디 김 회장’으로 위장해 지하 4층 서버실에 잠입했다. 태술이 준 USB를 꽃아 넣기만 하면 건물 전체를 통제할 수 있었다. 그 후 서해를 빼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서해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됐다. 서해가 엄마(성병숙)를 살해한 용의자라는 이유로 수사에서 배제된 현기가 동료의 출입증을 훔쳐 취조실에 들어가 그녀의 허벅지에 세 번째 FOS 주사를 찔러 넣은 것. 고통에 몸부림치는 서해와 복수의 총을 겨눈 현기가 대치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 그 때, 스프링쿨러가 터졌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그 사람 왔다”라던 서해의 말대로, 태술은 그녀를 구하러 자애병원 지하 4층으로 거침없이 발을 내딛고 있었다.

10

방송 날짜 : 2021 3월 18일

시청률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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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해(박신혜)를 구하기 위한 한태술(조승우)의 고군분투가 이어졌다. 먼저 서버 통제권을 손에 넣은 태술은 밀입국자들을 가둔 독방문을 개방했다. 혼란을 틈타 어디엔가 있을 서해를 찾아낼 계획이었다. 서해는 단백질 분해를 유발하는 ‘FOS 주사’의 여파로 정신을 잃은 채 복도 한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자꾸만 깜빡이는 몸을 보며 불안해진 태술은 “내가 빨리 데리러 왔어야 했는데. 미안해”라고 되뇌며 서해를 꼭 끌어안았다.

 

탈옥한 밀입국자들을 통제하느라 단속국이 정신 없는 사이, 태술은 서해를 부축해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고, 그때 아버지 김한용(전국환)이 명예롭게 죽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며 등장한 김서진(정혜인)이 탈출로를 일러줬다. 하지만 이는 그녀가 놓은 또 다른 덫이었다. 그 길엔 총을 겨누고 있는 단속국 요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위기의 순간, 태술은 서해를 먼저 보호했다. 이제 그에게 서해는 구원자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 때, 서해가 단속국에 신고하는 바람에 붙잡혀 들어온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과 엄선호(정하준), 엄선재(이명로) 형제가 나타났고, 이들이 C구역의 독방문을 개방, 아수라장이 된 틈을 타 다 함께 탈출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태술과 서해에게 감정이 좋지 않은 박사장과의 타협이 필요했다. 태술은 밖에 준비해둔 차량으로 회유했고, 그렇게 다 같이 아시아마트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일렀다. 한눈에 봐도 서해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 “주사 맞았네. 걔 오래 못 살아”라는 박사장의 이해할 수 없는 말 때문에 태술은 더욱 불안해졌다. 이에 다운로더를 빌미로 박사장을 협박했다. 아시아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다운로더부터 확인하는 그를 보며 미래에서 건너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음을 확신했기 때문. 본인이 짠 코딩이었기에 순식간에 서버를 다운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서버를 막은 태술은 서해를 살릴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박사장에 따르면, 서해는 “귀신처럼 이 시간대, 저 시간대 방황”하며 사라지고 있었고, 이틀 후면 완전히 없어진다. 서해를 이렇게 만든 FOS 주사를 미래에서 가져온 사람은 ‘아그네스 김’. 단속국이 만들어지기도 전, 임무를 가지고 미래에서 넘어온 첫 번째 선발대가 있었는데, 시그마(김병철)와 박사장을 비롯해 아그네스 역시 거기에 속해 있었다. 박사장은 약을 만든 장본인이니 서해를 구하는 방법도 그녀가 알 것이라고 했다. 

 

아그네스가 있는 고아원에서 만난 그녀의 정체는 충격적이었다. 시그마에게서 아픈 엄마의 약을 받아내기 위해 친구도 철저히 배신했던 서진이 중년이 돼 태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단속국에서 그녀에게 또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라 치를 떨던 태술은 서해의 해독제를 요구했다. “이젠 내가 걔를 잃고 싶지 않거든”이라는 확고한 진심도 드러냈다. 

 

그런데 아그네스는 “넌 오늘 여기 오면 안 됐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태술이 그렇게도 만나고 싶어했던 시그마가 휘파람을 불며 고아원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시공간을 떠돌며 사라지고 있는 서해를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토록 기다려왔던 시그마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긴장감과 궁금증이 동시에 폭발한 엔딩이었다.

11

방송 날짜 : 2021 3월 24일

시청률 :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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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대, 저 시간대를 떠돌아다니는 ‘결 엇갈림’ 상태에 들어간 강서해(박신혜)를 돌려 놓기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은 천재공학자 한태술(조승우)의 헌신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시그마(김병철)는 태술이 소멸되고 있는 서해를 살리기 위해 아그네스(김서진)를 찾아올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성사시켜, ‘업로더’의 마지막 코딩을 해주면 서해를 살려주겠다고 태술을 협박했다. 하지만 태술은 이번에도 거절했다. 정상적인 사람은 세상이 망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시그마는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제안했다. 한태술에게 총 한 자루를 쥐어주며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보라고 한 것. 

 

속절없이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는데, 태술은 차마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시그마를 죽인다면 세상을 구할 수 있겠지만, 서해의 약은 구할 수 없기 때문. 또 다시 온 선택의 시간에 태술의 답은 여전히 서해였다. 시그마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마지막 퍼즐’인 태술이 원하는 걸 해줘야 했고, 결국 해독약을 건넸다. 필요하면 아그네스도 데리고 가라는 아량도 베풀었다. 

 

그렇게 아시아마트에 함께 온 아그네스는 서해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결 엇갈림’ 상태의 그녀가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해독주사를 놔야 한다는 것. 자신의 몸 속 단백질을 분해해야 한다는 것도 무리였지만, 실패하면 그곳에 갇혀 영영 못 돌아온다는 위험도 있었다. 심지어 아그네스가 ‘테스트01’ 약은 실패했다며, 02번을 건네는 걸 보니,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해를 잃고 싶지 않은 태술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FOS 주사’를 맞고는 떠돌아다니고 있는 서해를 찾아 시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죽음을 무릅쓰고 시간을 거스른 태술은 여러 시간대를 거쳐 서해와 만났다. 부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 자신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녀였다. 이제 최대한 현재 시간대와 가까워진 상태에서 해독 주사를 맞기만 하면 됐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태술과 서해의 시간이 섞이는 바람에 이번에는 태술이 지나온 시간에 갇힌 것. 여기서 형 한태산(허준석)을 향해 모진 말을 쏟아냈던 그 시간을 다시 마주해야 했다. 형이 어떻게 희생했는지 알게 된 태술은 또 다른 문을 열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조그맣고 행복한 기억들이 다 우리 속에 있어. 그러니까 살 수 있는 거야”라던 서해를 떠올렸고, 형과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용기 내 다음 문을 활짝 열었다. 

 

태술과 서해 앞에는 반짝이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아그네스가 말한 현재 시간대였고, 태술은 해독 주사가 든 케이스를 열었다. 하지만 가지고 온 주사 두 개 중 하나는 바닥에 떨어진 충격에 산산조각 난 상태였다.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한 명뿐이었다. 태술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해, 서해의 팔에 해독주사를 꽂아 넣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서해는 절절하고도 애틋한 눈물의 키스로 태술과 작별해야만 했다.

 

이제 누구도 찾으러 올 수 없는 억겁의 시공간에 갇힌 태술에게 다가온 건 아무도 못 찾는 곳에 숨어 있겠다던 형 태산이었다. 10년만에 형과 마주한 태술은 후회와 미안함의 눈물의 흘리며 지난 상처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가슴이 절로 먹먹해지는 형제의 회포도 잠시,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던 태산은 품 안에서 해독제를 꺼내 그대로 태술의 팔에 꽂아 넣었다. 그렇게 태술은 다시 아시아마트에서 눈을 떴고, 눈물 범벅이 된 채 그가 깨어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서해는 태술을 힘차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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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날짜 : 2021 3월 25일

시청률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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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술(조승우)과 강서해(박신혜)가 시그마(김병철)의 실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이제 대한민국이 멸망하기까지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단 72시간, ‘강한’ 커플의 공조는 이번에야말로 지독한 시지프스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했다. 

 

태술은 다시는 서해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멸망 위기에 놓인 세상을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중국집에 가도 다 시킨다”는 태술은 서해도, 세상도 모두 구할 생각이었다. 이에 시그마의 실체를 먼저 파악해야 했다. 태술은 지난 첫 대면 당시 “한태술 나 기억 안나?”라고 물어오던 시그마의 의미심장한 질문에서부터 그 해답을 찾아나갔다.

 

시그마가 직접 그렸다는 멸망한 서울 그림을 정밀히 분석한 결과, 태술은 그 밑에 숨겨진 또 다른 그림을 찾아냈다.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이 그림은 무슨 이유에선지 익숙했다. 형 한태산(허준석)의 슈트케이스 속에 들어 있던 태술의 초등학교 졸업앨범과 학급 문집에서 봤던 기억을 떠올린 것. 차근차근 한 장씩 살펴보니 동일한 화풍의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그림들은 ‘추락하는 비행기를 고치는 태술이’, ‘타임머신을 발명한 태술이’, ‘한국 최고의 회사를 만드는 태술이’ 등 하나 같이 태술의 미래를 소름 돋게 예언하고 있었다. 

 

그림의 주인을 찾기 위해 태술과 서해는 태술이 다녔던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이윽고 생활기록부에서 ‘서원주’라는 이름을 발견한 태술은 오래 묻어뒀던 기억의 일부를 떠올렸다. 괴롭힘 당하던 원주를 태술이 구해주면서부터 이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나트륨과 물이 만나면 폭발을 일으킨다는 과학상식을 이용해 나쁜 친구들을 혼쭐내줬던 태술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폭력을 당하고 있던 원주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원주는 여러모로 음침한 아이였다. 타임머신 설계도를 그리는데 몰두하고 있는 태술에게 자신이 미래를 볼 줄 안다며, 자기가 그린 일은 꼭 실제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술이 세상을 구하게 될 거라며, “만약에 네가 진짜로 타임머신 만들면 내가 제일 먼저 타도 돼?”라고 물었다. 그의 예언대로 태술은 타임머신을 만들었고, 그걸 제일 먼저 탄 사람이 바로 시그마, ‘서원주’였다. 시그마의 소름 돋는 정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의 진짜 섬뜩한 과거는 이제부터였다. 태술이 알려준 과학 상식으로 큰 불을 내 집에 있던 할머니와 아버지가 목숨을 잃은 것. 그의 책상 서랍에는 불바다가 된 자신의 집 그림이 놓여져 있었다. 원주는 자신을 나무라는 태술에게 “네가 가르쳐 줬잖아. 너랑 똑같이 했는데 왜 너는 되고 나는 안돼”라고 말해 극강의 소름을 유발했다. 공포감에 뒷걸음치는 태술에겐 “너도 다른 애들이랑 똑같아. 다 죽여 버릴 거야”라며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태술은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을 떠올리며 시그마의 실체에 다가섰다. 이와 동시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이유로 미래에서 온 밀입국자를 통제하던 단속국이 아이러니하게도 시그마의 부하였고, 태술과 서해가 있는 학교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 무리의 선봉에 선 시그마는 여유롭게 “한태술 놀자”라며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핵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단 72시간, 강한커플은 세상의 멸망도 막고, 강서해의 소멸도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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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날짜 : 2021 3월 31일

시청률 :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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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술(조승우)과 강서해(박신혜)는 먼저 시그마(김병철)와 단속국 일당으로부터 벗어나야 했다. 이들은 한 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미래에는 ‘업로더’가 있다는 사실을 이용, 벽에 ‘2020.10.25 15:50, 한태술 강서해 이곳에 갇혀 죽을 위험에 처하다. 도와주세요’라는 SOS 메시지를 남겼다. 때마침 미래에서 태술의 흔적을 좇던 경호원 여봉선(태원석)이 이를 발견해 업로드했고, 강한커플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렇게 또 한 번 위기를 모면했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시그마는 여전히 넘기 힘든 산이었다. 현재에 있는 미래의 시그마, ‘서원주’를 찾은 것도 그래서였다. 경찰 강동기(김종태)에게 서원주의 뒷조사를 부탁한 결과, 그는 ‘서길복’이라는 예명의 화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악의 집약체인 시그마와는 달리 그의 삶은 보잘것없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했고, 설상가상 7년동안 한태술에게 꾸준히 악플을 달아 재판에 넘어갈 처지였다.

 

무력한 삶에 자살까지 마음먹었는데, 그림이 팔렸다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구매자는 다름 아닌 태술이었다. 태술은 그렇게 그의 거주지를 알아내 미래 어느 시점에 시그마가 될 서원주를 미리 처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총을 겨눈 순간, 서해의 타임 패러독스가 찰나에 발현됐고, 무언가 잘못 돼가고 있음을 암시했다. 

 

시그마는 이미 이 시점에 태술과 서해가 과거의 자신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서원주가 살 수 있는 탈출구를 사전에 준비해뒀고,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즐기고 있었다. 그리곤 절정의 타이밍에 여유롭게 태술에게 전화를 걸어 그만하라고 저지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는 있었다. 시그마가 과거로 숨어든 형 한태산(허준석)의 몸을 숨긴 것. 몸만 온전하다면 서해처럼 태산도 구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서해가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시그마는 태술은 자신을 절대 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결국 태술은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 앞에 “서해야, 오늘은 그냥 가자”라며 단념했다.

 

그때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이 등장했다. 시그마가 미래에서 현재의 아시아마트로 업로드한 무언가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이를 가져온 것. 한눈에 봐도 피가 범벅이 된 포장지 안에는 누군가의 잘린 손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함께 동봉된 강동기(김종태)와 서해의 사진은 손의 주인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시그마가 미래에 혼자 남겨진 아빠 동기를 죽였다는 사실에 분노한 서해는 금방이라도 서원주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기세로 맞섰다.

 

그 앞을 막아선 건 태술이었다. 태산과 서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수 없었던 태술은 “오늘은 그냥 가자. 아직 기회는 있어”라며 절박하게 만류했고, 사랑하는 아빠를 이미 잃은 서해는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어”라며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니들 지금 그 놈 시나리오에 그냥 그대로 말리고 있는 거야”라며, 시그마가 죽는 걸 원치 않는 박사장도 거들었지만, 서해는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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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날짜 : 2021 4월 1일

시청률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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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해(박신혜)의 저격은 실패했다. 미래의 시그마(김병철)가 될 서원주를 향해 쏜 총은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갔고, 서원주는 그대로 도주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는 그렇게 사라졌다. 

 

한태술(조승우)에게 서해의 아빠, 강동기(김종태)를 죽인 원수를 감싼 대가는 혹독했다. 시그마를 없앨 절호의 찬스는 날아갔고, 서해마저 그의 곁을 떠났다. 애타는 마음으로 건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또 한 번 시그마의 시나리오에 놀아난 태술은 극도로 분노했다. 

 

그때 “진짜 마지막에,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여세요”라며 미래에서 온 경호원 여봉선(태원석)이 건네 준 틴케이스를 떠올렸다. 그 안에는 미래에서 봤다는 태술의 무덤에서 가져온 뼛가루가 있었다. 이를 만진 태술은 깨질 것 같은 두통과 함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동일한 위상에 동일한 정보가 존재하면 기억이 뒤섞이게 되는 ‘타임 패러독스’였다. 

 

그 시각, 정처 없이 도심 속을 헤매던 서해의 발길이 멈춘 곳은 바로 핵폭발 이후 아빠와 함께 지냈던 벙커. 그곳에서 아빠한테 “살아남는 법”을 배웠던 서해는 물 밀 듯 밀려오는 추억에 눈물을 흘렸다. 그때, 태술이 찾아왔다. “내가 갈게. 너한테”라던 굳은 다짐대로 결국 서해를 찾아낸 것. 애초에 서해 가족이 피신할 수 있도록 벙커를 마련해준 이도 태술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벙커에 대한 서해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한 태술은 이곳을 대대적으로 개선해뒀다. 몇 십 년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항생제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무기고부터, 서해가 좋아하는 바나나, 불고기, 떡볶이, 그리고 수경재배로 키운 신선한 식재료까지 원 없이 먹고 생존할 수 있게 철저하게 준비한 것. 무엇보다 벙커 문은 이제 안팎에서 무조건 닫힐 수 있도록 수리했다. 문이 밖에서만 닫히는 바람에 엄마(이연수)를 잃은 서해를 생각한 조치였다. 

 

그리고는 타임패러독스에서 본 것을 토대로 얼마 남지 않은 결전의 날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러나 그 계획 안에 서해는 없었다. “너 혼자 가면 죽어”라는 서해의 애절한 만류에도 “따라오지마. 그래야 이길 수 있어”라며 그녀를 벙커 안에 가두고 혼자 떠났다.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시그마와 단속국 일당은 이런 태술을 추적하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전 회차를 토대로 작성한 기록에 의하면 두 사람이 같이 있어야 했지만, 이번엔 18시간이 넘도록 태술 혼자였다. 그렇게 정해진 운명에서 조금씩 빗겨나가기 시작했다.

 

태술은 대담하게 시그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넌 날 찾지마. 내가 널 찾는다”라는 시그마와의 암묵적인 룰을 깼고, “지금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들 전부 다 내가 계획한 거야”라며 주객전도를 예고, 짜릿함을 선사했다. 이제부터 태술이 짠 판에서 그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야 하는 건 바로 시그마였다. 그 결의에 시그마는 “이번엔 또 어떻게 이기게 되려나”라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려 긴장감을 상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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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날짜 : 2021 4월 7일

시청률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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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시지프스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태술(조승우)의 마지막 계획이 전개됐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벙커에 가둔 강서해(박신혜)가 시그마(김병철)의 시나리오대로 제 발로 그를 찾아오는 등, 태술의 계획은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결국 10월 31일, 운명의 장소인 성당에 선 세 사람이 엔딩을 장식하면서, 긴장감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먼저 태술은 서해를 벙커에 가두고 단독 행동에 나섰다. 예상대로 시그마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켜봤다. 항상 옆에 있을 수 있고, 눈에 띄지 않으며,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는 ‘퀀텀앤타임’의 청소 용역이었던 것. 창립자를 제외하고 제일 오래 일한 직원이 시그마라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태술을 지켜봐 왔는지에 대한 증거였다. 태술은 “이번엔 끝장을 보자”라며 용역 대기실을 찾았지만, 그곳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당연히 어둠에 익숙한 시그마가 우세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은 태술은 분노와 두려움에 허공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뿐이었고, 시그마와 부하들은 재빠르게 그를 포위했다. 그렇게 정신을 잃은 태술은 타임패러독스로 엿봤던 미래의 그곳, 성당에서 눈을 떴다. 10월 31일 죽음이란 정해진 운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몇 번의 기회를 다시 줘도, 결과는 결국 똑같아져”라는 시그마의 농락대로 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그마는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덫을 놓았다. ‘서해바라기’ 썬(채종협)을 이용해 태술이 숨긴 서해를 밖으로 끌어낸 것. 이에 벙커 안에 숨은 탓에 위치를 추적할 수 없었던 단속국이 그녀를 찾아냈고, 정현기(고윤)가 복수의 총을 겨눴다. 하지만 이번에 희생된 이는 서해를 보호하기 위해 막아선 썬. 오로지 자신만을 걱정해주던 그의 죽음에 서해는 흑화했고, 끝장을 보기 위해 성당으로 향했다. 시그마의 계획대로, 그녀는 제 발로 운명의 장소를 찾아갔다. 

 

시그마가 이들을 성당으로 불러 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핵전쟁으로 서울의 모든 것이 다 타버렸는데, 유일하게 이 성당만이 멀쩡했고, 업로더는 바로 이곳 지하에 있었다. 태술을 향한 열등감에 휩싸인 에디 김(태인호)이 이미 기계는 만들어 놓은 상태. 마지막 코딩만 완료된다면 시그마는 업로더로 핵을 날려 그날 자살을 시도하는 현재의 자신, ‘서원주’를 구하고, 혐오의 시선을 보냈던 사람들이 모두 없어진 세상에서 절대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그가 세상의 멸망을 원한 이유였다.

 

그런 의미에서 태술의 코딩은 그 계획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시그마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이따 네 애인 와서 총 맞고, 너는 울고불고 난리 치며, 마지막 코딩을 완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태술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네 그 머리에 총알이 박혀”라고 반박했다. 그때, 구원자 서해가 성당 안으로 들어섰고, 태술은 오히려 “서해 왔다”며 반가워해 의문을 자아냈다. 시그마의 계략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것 또한 태술이 내다본 미래의 일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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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날짜 : 2021 4월 8일

시청률 :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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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운명에 대항하는 한태술(조승우)은 이전 회차와는 다른 선택을 내렸다. 강서해(박신혜)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 믿어. 다 잘될 거야”라던 자신감은 곧 현실이 됐다. 성당 안에 있던 정체 모를 두 명의 저격수가 시그마를 사살했고, N번째 회귀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태술이 엿본 “이기는 미래”의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시그마를 죽인 저격수는 업로더를 타고 몇 시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본인들이었다. 업로더가 있는 성당 지하로 잠입, 에디 김(태인호) 모르게 딱 한 번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코딩을 짠 후 업로드하려는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시아마트 일동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과거로 돌아간 그들은 시그마에게 붙잡힌 태술과 서해를 구했다. 

 

이로써 시지프스 운명도 끝이 보이는 듯 했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에디 김이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오래도록 좋아했던 김서진(정혜인)의 마음을 얻지 못해 삐뚤어진 그는 업로더를 타고 돌아가 태술의 모든 것을 빼앗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서해에게 총을 쐈고, 시그마와 똑같이 태술에게 “여자야, 세상이야”라는 선택을 종용했다. 태술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결과가 동일해지자, 남은 방도는 하나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는 서해에게 “나 찾아와 줘”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렇게 밀입국자들은 모두 사라졌고, 형 한태산(허준석)은 돌아왔으며,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태술과 서해의 운명도 바뀌었다. “우리 꼭 다시 만날 거야. 내가 찾으러 갈게”라던 서해의 눈물의 다짐대로, 서해가 또다시 태술을 찾아온 것. 이로써 ‘강한커플’은 다시 만나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 시그마의 화가 예명 ‘서길복’이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그간의 일이 적힌 노트를 내려다보는 말미는 끝까지 미스터리를 꽉 잡았다.

- 총평

JTBC 10주년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다. 2020년 말 드라마 촬영이 종료된 100% 사전 제작 드라마다. 워낙 CG가 많기 때문에 몇 개월에 걸쳐 후반 작업을 한 뒤 공개된 작품이다. 장르물 중에서 조금더 하이한 내용이다. SF 장르 중에서도 시간을 다루는 스토리의 경우 더구나 시간 여행이 들어가면 되게 복잡해진다. 그러다 보니 이런 류의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류는 시간여행 고전인 '백퓨더퓨쳐' 시리즈부터 '타임머신' 등과 같은 교과서적인 작품을 어느 정도 봐줘야 한다. 

 

한태술과 미래에서 온 강서해의 이야기다. 미래 핵전쟁 이후 전쟁을 막고자 돌아온 강서해, 그리고 천재 공학자 한태술과 얽힌 이야기다. 나름 설계가 나쁘지 않다. 형과의 이야기, 주변 사람과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 등. 이런 작품은 차라리 종영 후 몰아서 보는 게 낫다. 중간에 끊어서 보면 전의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고 헷갈린다. 그러니 영화처럼 몰아서 쭉 보길 권한다.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결국 삶의 후회에 대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어땠을지를 후회하는 것.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중 그래 결심했어라고 하면서 두 가지 선택을 보여주는 내용이 있었다. 이휘재를 스타로 만들어줬던... 이런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후회다. '타임머신'이라는 영화도 아내의 죽음에 대한 후회가 타임머신을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모든 인물들이 후회에서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 더 큰 후회를 만들게 된다. 

 

국내에서는 저조한 시청률이지만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면서 해외에서는 나름 선전하는 듯 싶다. 해외 TOP10 안에 들어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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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더

 

2021년에 발명된 타임머신. 천재공학자 한태술(조승우)이 ‘퀀텀앤타임’ 컨퍼런스에서 선보인 고분자화합물의 양자 전송을 통한 위상이동이 바로 ‘업로더’의 토대다. 업로더가 작동하는 방식을 비유하자면  A 장소에 있는 사물의 정보를 스캔해 B 장소로 보내는 팩스에 가깝다. 이용수칙은 다음과 같다. 30kg이상의 수하물은 반입할 수 없고, 세균성 물질 생물,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건은 모두 반입금지다. 

 

#다운로더

 

미래에서 현재로 보내는 게 업로더라면, 미래에서 전송한 것을 현재에서 받는 장치가 바로 ‘다운로더’다. 아직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성공확률은 지극히 낮다. 오는 도중에 오류가 나면 팔다리 하나가 없어지기도 하고, 혈관이 다 보일 정도로 피부가 불투명해지는 기형적 외모를 가지기도 한다. 부산 컨퍼런스에서 태술에게 총을 겨눈 저격수의 외관이 기이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운로더의 작동이 성공했을 때의 얘기. 대다수는 오는 도중 사망한다. 

 

#밀입국자 (feat.슈트케이스)

 

미래에서 업로더를 타고 현재로 넘어오는 사람들을 일컬어 ‘밀입국자’라고 한다. 강서해(박신혜), 한태산(허준석),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과 그 휘하의 직원들이 바로 우리 세상에 숨어 살고 있는 초대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건너올 때 상당히 가벼운 차림으로 오는데, 이는 최소한의 정보값으로 다운로더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다.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하나 같이 검은 슈트케이스를 들고 온다는 것. 그 안에는 현재로 돌아온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각자만의 아이템들이 들어 있다. 태술을 지키기 위해 온 서해의 경우, 미래의 일들이 적힌 다이어리와 각종 총기류가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 현재에 도착한 순간 무조건 뛰는 것이다.

 

#단속국

 

밀입국자들이 도착하자마자 뛰어야 하는 이유는 출입국 외국인청 단속7과 때문. ‘단속국’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밀입국자를 단속한다. 언젠가부터 미래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는 어지러워졌고, 이로부터 현재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밀입국자를 모두 잡아들여 통제하고 있다. 밀입국자와 접촉한 대상도 이들의 단속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접촉자 전원 ‘격리’가 이들의 원칙이기 때문. 단속국에 한번 잡히면 살아서 집에 돌아가기는 힘들다.

 

#브로커

 

밀입국자를 쫓는 이가 있다면, 돕는 이도 있다. 바로 스스로를 ‘비공식 대사관’이라고 칭하는 아시아마트의 박사장이다. 현재에 연고가 없이 넘어온 밀입국자를 단속국으로부터 빼돌려 현지 정착을 돕는 그는 일종의 ‘브로커’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 ‘기브 앤 테이크’가 철저한 그는 이자의 이자의 이자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서 받아낸다. 심지어는 밀입국자가 슈트케이스에 가져 온 물건들도 전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재공학자

 

한태술(조승우)이 ‘천재공학자’란 설정은 지금의 판타지 세계관을 쌓아 올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손에서 미래의 타임머신 ‘업로더’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저마다의 ‘후회’를 품은 미래의 사람들이 과거로 넘어오고 있었고. 이는 모든 미스터리의 시초였다. 하지만 ‘시지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 설정을 보다 다양하게 활용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일례로 한태술의 펜트하우스에 있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투명 디스플레이,  20년 전의 얼굴도 잡아낸다는 안면 인식 프로그램 등과 같은 최첨단 기술의 향연 등이다. 무엇보다 태술이 위기에서 벗어날 때마다 갖가지 수학적, 과학적 사고를 이용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제까지 나온 분진폭발, 콜라로켓, 달 방위를 이용한 날짜 계산 등이 모두 그러했다. 앞으로 남은 8회에서 천재공학자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탈출법이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되기도 한다. 

 

#위상이동

 

한태술은 천재공학자의 비상한 능력으로 고분자화합물의 양자 전송을 통한 위상이동을 실현했다. 쉽게 말하자면, 복사의 원리로 A에서 B로의 물체 이동을 이뤄낸 것. 현재 ‘퀀텀앤타임’의 기술로는 작은 각설탕 하나 정도 이동시킬 수 있지만, 미래에 있는 ‘업로더’는 사물이 아닌 사람까지도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미래에서 현재로 사람이 넘어 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업로더만 있다면 ‘시지프스’가 이야기하는 무한대의 타임루프가 가능해진다. 2020년에 살고 있는 9살의 서해가 시간이 흐른 2035년에서 다시 9살의 서해가 있는 곳으로 계속해서 되돌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시지프스’는 이를 통해 두 주인공들에게 ‘영원히 반복되는 형벌’인 시지프스 운명을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6회에서 강서해(박신혜)가 갇혀있는 태술을 구하기 위해 위상이동으로 EMP를 보낸 획기적인 방법은 이 세계의 참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타임패러독스

 

시공간 이동에도 몇 가지 법칙이 있는데, 타임패러독스가 그 중 하나다. 만약 미래에서 온 사람과 현재에 있는 사람이 만나게 된다면, 즉 동일 위상의 동일 정보면 몸과 기억이 섞이다가 하나가 없어지는 타임패러독스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아시아마트 직원 엄선재(이명로)의 설명을 통해 알려지며, 떡밥으로만 존재하다가 지난 8회 방송 말미 서해의 미래 회상을 통해 회수됐다. 미래에 있는 서해가 이전 회차에서 끝내 한태술을 지키지 못하고 죽은 자신의 백골 사체를 발견했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정에 백골에 손을 댄 순간, 백골이 가지고 있던 기억이 미래의 서해에게 스며들었다. 미래에 있던 서해가 또 다시 업로더를 타기로 마음 먹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게다가 타임패러독스의 쓰임새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무궁무진한 활용법에 기대를 더한다. 

 

#. 천재공학자 한태술X무공고수 강서해

 

한태술은 조립 및 분해 등 엔지니어링 쪽에서 못 하는 게 없는 천재공학자. 인류 최초로 양자 이동을 성공시킬 만큼 두뇌도 비상한 인물이다. 반면 미래에서 온 강서해는 총격전, 육탄전, 맨손액션, 로프활강 등, 몸을 쓰는 것이라면 못 하는 게 없는 무공의 고수다. 천재공학자 태술은 마치 즐거운 과학시간처럼 주변에 있는 물건을 십분 활용한다. 이를테면, 분진으로 폭발을 일으키고, 콜라병을 로켓 마냥 발사하고, 단속국에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도 앱을 만들어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직접 만든 EMP로 건물의 모든 전기와 통신을 끊었다. 그렇게 태술이 탈출로를 만들어두면 그 다음은 서해가 나설 차례. 태술을 자신의 뒤에 꼭 숨겨 두고 안전한 곳까지 철벽 보호한다. 무공고수답게 홀로 십 수명의 장정들을 거뜬히 제압하는 등의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둘이 함께라면 시그마(김병철)며, 단속국이며, 아시아마트며 못 빠져 나오는 곳이 없었다. 그야말로 탈출 스킬 만렙의 경지에 오른 둘 이었다.

 

#. 산수형 한태술 X 협박형 강서해

 

한태술의 산수 스킬과 강서해의 협박 스킬도 빼놓을 수 없는 주력 포인트다. 그들을 노리는 존재들에게 잡힐 위험에 처했을 때 자연스레 발휘되는 능력인데, 천재공학자 태술은 먼저 숫자를 따진다. 단속국이 대교의 앞뒤를 모두 통제해버리는 바람에 도망갈 곳이 한강 밖에 없을 때 태술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떨어져야 생존 확률이 올라갈지 그 결과값을 구한 것. 이러한 태술의 두뇌풀가동은 지난 6화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달의 방위를 통해 현재의 날짜를 알아내며 자신을 망상으로 정신병원에 가두려고 했던 시그마의 계략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기 때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능력치에 시청자들의 입이 다물어질 새가 없었던 명장면이었다. 서해 또한 남다른 협박 스킬을 발휘하며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특히 시그마에게 붙잡혀간 태술을 구해내기 위해 열쇠를 빌미로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을 협박하며 원하는 바를 달성시킨 과정은 짜릿했다. 더불어 화가 치민 그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공동의 적인 단속국을 불러 들이는 서해의 잔머리는 결코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걸 단단히 각인시켰다.

 

#. 운명에 맞서는 한태술과 강서해의 투지

 

무엇보다 ‘영원히 반복되는 형벌’인 시지프스 운명에 대항하는 이들의 투지는 그 어느 능력보다 강력하다. 무려 20년 가까이 숨어서 지켜보며 형 한태산(허준석)과 자신을 농락한 시그마에 분개한 태술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는 ‘퀀텀앤타임’ 기자회견장에서 대대적으로 시그마에게 도전장을 날린 것도 모자라 그의 뒷조사까지 하며 빠르게 포위망을 조여나갔다. 시그마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고 그의 은둔지까지 찾아낸 태술은 분명 시그마에게도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게다가 시그마를 쫓다가 10월 31일, 예정된 죽음을 맞닥뜨린다고 해도 상관 없을 정도로 그의 투지는 막강한 상태다. 그런 태술을 지키기 위한 서해의 투지도 견줄 데가 없다. 태술을 향해 내리 꽂는 칼날도 맨손으로 잡아낼 정도이니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면야 서해는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었다.

 

#. 판타지+액션+멜로+감동 꽉 눌러 담은 종합선물

 

‘시지프스’는 판타지, 액션, 멜로, 웃음, 감동을 꽉 눌러 담은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았다. 저마다의 후회를 안은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오는 설정은 판타지 미스터리 세계관을 구축했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친 태술과 서해는 오가는 액션 속에 멜로 꽃을 피우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했고, ‘강한커플’의 환상의 티키타카는 광대 승천 유발하거나, 또 때로는 애틋한 서사로 마음을 촉촉히 적시며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몰이에 성공한 요인이었다. 

 

#. 믿고 보는 배우, 조승우X박신혜, 그리고 김병철 열연

 

믿고 보는 배우 조승우X박신혜 그리고 김병철의 열연은 판타지 미스터리에 깊이감을 더했다. 조승우는 세상을 구할 천재공학자 ‘한태술’로 분해 그간의 연기 내공을 제대로 폭발시켰다. 상처와 후회 앞에 냉소적이었다가도, 어느 샌가 능청과 여유를 오가는 자유자재의 변주를 꾀한 것. ‘시지프스'를 통해 그가 얼마나 다채로운 연기를 완벽히 구사해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박신혜의 새로운 도전 역시 두 말이 필요 없었다. 한태술의 구원자 ‘강서해’로 변신한 박신혜는 용맹한 ‘전사’의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온갖 전술에 능한 강인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액션스쿨을 다니고 액션팀과 철저하게 합을 맞춘 결과였다. 뿐만 아니라 핑크를 좋아하는 서해의 소녀미부터 방탄소년단 사진, 후르츠칵테일 통조림을 ‘득템’해 좋아하는 천진난만함, 한태술과의 애틋한 감정 연기까지 유려하게 표현해내며 인생캐를 탄생시켰다. 중반부 이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극적 긴장감을 이끈 김병철은 ‘절대악’ 캐릭터의 신기원을 열었다. 무표정 속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소름 돋는 악의 기운은 강한 커플의 시지프스 운명을 더욱 지독하게 몰아붙이며 극을 장악했다. 

 

#. 후회와 선택에 대하여

 

‘시지프스’는 후회와 선택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영원히 커다란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의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태술과 서해의 시지프스의 굴레는 후회하는 사람들의 집념으로 인해 지속된 것이었다. 이를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과거 자신의 가정폭력이 짙은 후회로 남은 박사장(성동일)은 시그마를 제거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그가 없으면 이 시지프스 운명도 반복되지 않고, 그렇게 된다면 그리워하던 가족을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태술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몇 번의 기회 앞에서 망설였다. 10월 31일, 마지막 선택 앞에서 몇 번이나 똑같이 서해를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시그마가 원하는 대로 업로더를 만들어 주면 태술과 서해는 한 번의 기회를 더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차의 태술은 좀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해 서해를 선택했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결정을 내렸다. 후회투성이인 과거를 바라보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쳇바퀴만 돌던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나’였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함께 고민하게 만든 유의미한 대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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