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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가드너] 집에서 상추 재배 해보기, 저처럼 하면 망함

인테리어/홈가드닝

by 꿈꾸는 잡다구리 2022. 1. 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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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일 상추 씨앗이 첫 발아를 했으니까 대략 3개월의 시간 동안 상추를 키우면서 망한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해볼게요. 베란다에서 상추 재배 망하는 방법, 혹은 주의 사항이 궁금하면 중간 내용을 스킵하고 바로 하단으로 내려주세요.

 

맨날 먹을 수 없는 식물만을 키우다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을 키워보자는 생각에 유튜브며 블로그를 기웃기웃거리다가 찾게 된 상추. 야채 가격도 비싸다 하고 베란다에서 상추를 키우는 가드너들의 성공기를 보고 호기롭게 도전하기로 했어요.

 

1. 상추 씨 발아부터 망할 조심….

 

 

상추 씨 발아를 하기 전부터 발아를 하던 녀석이 있었어요. 바로 잉글리쉬 라벤더. 상추와 같은 다이소 출신이에요. 사연을 풀자면 잉글리쉬 라벤더를 애지중지 키우다가 여름에 타 죽고 새롭게 드린 라벤더가 알고 보니 잉글리쉬 라벤더가 아니라 마리노 라벤더였어요. 결국 잉글리쉬 라벤더를 다시 들이느냐 아니면 씨부터 키워 보느냐 고민 끝에 씨부터 키워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미 만들어 놓은 발아통이 있었어요.

 

문제는 상추 씨 발아를 앞두고 인터넷에서 본 글이 화근이었어요. 발아를 위해서 25도 정도의 온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자기는 셋톱박스 위에 발아통을 올려 놓는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거다 싶어서 셋톱박스 위에 발아 통을 올려 놨어요. 이미 자리를 하고 있는 라벤더 씨 옆에 상추 씨를 줄 맞춰서 10개 정도만. 일단 테스트를 해볼 생각이었거든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록 발아가 안 되는 거에요. 심지어 한두 개씩 꾸준히 발아가 되던 라벤더도 더 이상 발아가 되지 않았어요.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 보니 씨앗이 너무 낮은 온도에 동면을 하지만 너무 높은 온도에도 동면처럼 발아가 안 된다는 거에요. 심지어 상추는 기온이 30도가 넘으면 발아율이 떨어진대요. 그래서 다시 원래의 자리를 가져다 놨어요. 라벤더가 어두운 곳에서 잘 발아가 된다고 해서 책상 밑 바닥에요. 난방이 되면 따뜻해지고 공기도 훈훈한 편인 방이죠.

 

근데 상추 발아율이 낮은 건가 싶어 상추 씨를 조금 더 넣는다는 게 쏟아버렸어요. 이미 젖은 상추 씨를 다시 건져내기 뭐해서 내버려 뒀더니 하루 만에 짜잔….. 기겁을 했어요. 너무 많은 상추가 발아를 해버린 거에요.

 

2. 두 가지 방식의 테스트에 도전

 

이렇게 말하면 뭔가 거창한 듯 싶지만 사실은 그냥 경험 없는 초보 가드너라서 이래저래 부딪히고 알아보고 하면서 배워가는 초초보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재배 방식 중에 흙과 저면관수 방법, 또 하나가 수경재배였어요. 대부분 수경 재배로 상추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기계를 사용하더라고요. 근데 기계를 사기에는 가격이 비싸서 DIY로 해보자 어렵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려워요. 아니 망해요.

 

1) 수경재배

 

 

우선 액비를 구비했어요. 가장 많이 쓰는 물푸레. 과채용과 엽채용이 달라요. 상추니까 엽채용을 샀어요. 액비도 AB가 있어요. 내용물이 다른데 중요한 건 농도를 잘 맞춰야 한대요. 액비를 칼란디바에 뿌려 줘봤는데 한 녀석이 줄기가 물러버렸어요. 생존력 강한 칼란디바도 못 버틸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통에 보면 20리터에 40ml 씩 넣으라고 되어 있어요. 그래서 2리터에 4ml씩 넣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다이소로 고고싱

 

 

2리터 통과 시럽통을 구매했어요. 2리터 통은 가득 담으면 딱 2리터가 들어가더라고요.

 

중요한 건 액비 두개를 동시에 넣는 게 아니라 A를 넣으면 섞어 주고 B를 넣어 섞어 줘야 한다는 거에요. 왜 그러는 지는 모르겠어요. 다들 그렇게 하라네요. 그럼 그렇게 해줘야죠. 그리고 시럽 통에 A B를 적어서 구분을 해줬어요.

 

액비를 넣은 물도 투명해서 일반 생수랑 다르지 않아 보였어요. 자세히 보면 조금 뿌옇게 보이기도 하는데 거의 구분이 안 되는 느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오해할 수 있으니까 안전조치를 해놓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일단은 액비를 담아 어느 정도 자라 모종 사이즈가 되면 따로 따로 키울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상추가 지지할 곳이 필요할 것 같아서 황토볼을 넣어줬어요. 그리고 그 위에 발아한 씨를 막 뿌려 줬어요. 문제는 생각 이상으로 잘 자란다는 거였어요.

 

 

2) 흙에서 자라는 상추는

 

인터넷에 보면 패트병으로 저면관수용 화분을 만드는 방법이 많이 나와 있어서 따라했어요. 그렇게 만든 화분에 발아한 상추를 몇 개 꼭 심어줬어요. 그랬더니 수경재배 쪽보다는 천천히 올라왔어요. 흙을 덮어 놨더니 흙을 뚫고 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3. 상추가 너무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액비에 있던 상추들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리가 좁아지기 시작했어요. 상추는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한다는데 자란 애들을 솎아내기 아까워서

 

그리고 액비에 담겨 있다 보니 발아를 했어도 액비의 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물러지는 새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일부는 웃자람 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몇 상추씩 짝을 지어주기로 했어요.

 

보니까 발아용 스펀지에 한 두 개씩 나는 걸 보고 나중에 액비에 담아서 키우려면 스펀지가 필요하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고 발아용 스펀지를 사자니 돈이 아깝고 집에 있는 남아 도는 설거지용 스펀지를 잘라서 쓰면 되겠다 싶어요.

 

 

주황색 스펀지를 네모나게 자르고 가운데를 갈라서 그 사이에 상추를 두 세개씩 끼워 놨어요. 그러니까 무슨 당근 잎처럼 생겼더라고요. 그리고 액비가 아까우니 통에 스펀지를 동동 띄워 놨어요. 하지만 이게 판단 미쓰였어요.

 

갑자기 애들이 생기를 잃더니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액비에 키우는 식물이 빨리 자라는 이유가 물 안에 공기와 자주 맞닿아서 그렇대요. 그런데 뿌리가 스펀지에 그것도 설거지용 스펀지에 갇혀 있으니 숨을 쉬지 못했던 거 같아요. 다행히 줄기 부분을 꽂아 놓은 개체는 살아 남고 뿌리를 스펀지 안에 꽂아 놓은 개체는 다 죽어버렸어요.

 

이걸 뒤늦게 알게 되면서 일단 죽은 개체를 정리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최대한 뿌리가 숨을 쉴 수 있게 바닥과의 공간을 띄어 놓기로 결정했어요.

 

배달 음식을 시키면 오는 양념 통 중 깊이감이 있는 플라스틱 통에 액비를 넣고 그 위에 패트병 윗부분을 잘라서 통에 거꾸로 꽂고 뚜껑은 뺐어요. 그리고 그 위에 스펀지의 압박에서 살아 남은 상추를 올려 놨어요.

 

그 와중에도 테스트를 해볼 겸해서, 아직까지는 개체수가 좀 됐어요. 사진에 있는 개체 말고도 제법 됐어요. 그래서 황토볼을 넣은 액비에 얹어 놓은 녀석, 맥반석을 넣은 액비에 넣은 녀석을 지켜보기로 했어요.

 

4. 겨울이 오면 액비는 어떻게?

 

그렇게 12월 중순이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낮 동안 베란다에서 일광욕을 쬐던 상추들이 거실로 들어와야 했어요. 12월 초까지만 해도 그래도 햇빛이 따뜻하다 보니 베란다의 낮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갔거든요. 심지어 날이 조금 더 따뜻한 날은 19도까지 올라갔어요. 하지만 계속되는 추위에 모든 식물이 거실로 피신을 가야 했어요. 그나마 베란다 바로 앞 거실로 옮겨서 창을 두 번 걸러 들어오는 햇살을 볼 수 있게 했어요.

 

근데 갑자기 시들시들거리기 시작하는 상추. 이유를 알 수 없는 마름에 원인을 찾지 못하고 하나씩 떠나 보내야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액비에 손가락을 넣게 됐는데이런

 

 

상추들이 한겨울에 냉수마찰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근데 또 다른 문제는 웃풍 때문에 베란다에서 멀어지면 햇빛을 보지 못해 웃자람 현상이 생기고 햇빛을 보게 하려니까 액비 온도가 차가워지고

순간 초보 가드너는 현질을 고민해야 했어요. 아씨이래서 수경재배 기계를 쓰나 보다 싶었다니까요.

 

그래도 방법을 찾아 보자고 밤에는 셋톱박스 위에 통을 얹어 놔서 액비 온도를 올리고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큰 창문인가, 아무튼 창틀도 막아줬지만…..새해를 맞아 모두 안녕~~~

 

5. 흙에 자라도

 

 

그나마 상추 티가 나기는 시작했지만 12월이 지나면서 베란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거실에만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까 웃자라기 시작했어요. 웃자라면서 누워버리는 현상이 계속됐어요. 어플을 깔아서 LUX 체크도 해봤어요. 근데 식물이 자라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의 햇빛이 거실까지도 들어오긴 했어요. 근데 웃자라는 걸 막을 수 없어요.

 

인터넷이 문제일지상추 키우는 걸 찾다가 웃자람 현상도 결국 영양분의 부족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글을 보고 흙에서 자라는 상추의 저면관수를 위한 하단의 물을 액비로 교체. 수경재배에서 죽기 전 화분에 심은 상추에도 액비를 줬어요. 웃자람 현상을 막아보려고요. 그래도 화분 외각 쪽으로 액비를 주고 가운데 상추에 직접 닿지 않게 세심하게 물을 줬어요.

 

 

그리고 과감히 웃자란 잎들도 잘라줬어요. 근데 화분에 심은 상추는 결국 누워 버렸어요. 저면관수 상추는 액비를 넣었더니 물을 빨아 들이는 천 부분에 곰팡이가…. 일단은 물로 씻어 준 뒤 공기가 닿지 않게 액비를 더 채워줬지만 점점 누렇게 변하는 듯한 상추..

 

두 녀석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이쯤 되면 이렇게 하면 망해요 시리즈가 탄생할 것 같아요.

잉글리시 라벤더, 봉선아, 유칼립투스에 이어 상추까지 초록별로 떠나 보냈네요.

 

상추 수경재배 주의사항

1. 액비 관리 : 농도, 온도, 양, 오염 정도 늘 체크

- 그래서 수경재배 기계를 보면 물을 순환 시켜주고 수조에 쓰는 공기 공급 기계가 있나 봐요.

 

2. 햇빛 : 자기가 초보 가드너다 싶으면 계절에 맞게 키우자. 아니면 수경재배용 기계, 식물 생장용 등을 사자. 

 

액비로 키우는 방식이나 흙에서 키우는 방식은 상추의 파종 시기인 3월말에서 4월 초쯤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그때가 되면 베란다에서 키우기에 온도가 나쁘지 않고 햇빛도 베란다에서 잘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을 쓰려고 4번 날려 먹고 나니 중간에 재미있게 써보려고 개그도 치고 했던 게 기억도 안 나고 쓸 힘도 없고 그냥 드라이하게 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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