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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Film] '더 퍼지', 한국 입맛에 맞지 않는 미제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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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잡다구리 2017. 7. 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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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지> - 한국 입맛에 맞지 않는 미제과자 같아


영화는 2020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범죄 1%의 미국은 1년의 단 하루 12시간 동안 모든 공권력이 무력화 되고 살인을 비롯한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상관없다. 한 가족의 가장이 일명 ‘숙청의 시간’ 동안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펼친다.
 
<더 퍼지>는 2013년 제작비 대비 최고 흥행 수익을 뽑아낸 영화다. 2013년 6월 7일, 북미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제작비 30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다. 그러나 개봉 3일 만에 제작비의 12배인 3,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쾌거를 이뤄냈으며, 북미에서만 6,4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둬드렸다. <더 퍼지>는 해외 수익까지 합산하면 8,900만 달러로 제작비의 29배라는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영화의 흥행은 제작 초기부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2010년 최고의 흥행작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제작진과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만큼 제작 단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비롯한 <비포> 시리즈로 여심을 단단히 사로잡은 에단 호크가 가족을 지키는 가장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홈런이 아니더라도 안타 정도는 칠 영화였다. 하물며 3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만큼 제작비 회수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아쉬운 흥행이다. 야구로 치자면 타자가 장외 홈런을 날렸지만 솔로 홈런인 격이다. 왜냐면 제작국가만의 흥행 잔치였기 때문이다.
 
<더 퍼지>는 총 흥행 수익 중 자국 수익의 비중이 72.2%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외국 수입 비중은 27.8%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한민국에서는 외국 수입 총 2,500만 달러 중 72만 달러에 그쳤다.
 
이렇게 설명하면 <더 퍼지>가 국내에서 얼마나 참패를 했는지 감이 안 올 것이다. 한국에서는 흥행 기준이 수입이 아닌 관객수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여 <더 퍼지>의 국내 관객 수를 알아 본 결과 13만 명에 그쳤다.
 
Why - 한국에서 흥행 참패?
 
<더 퍼지>의 장르는 공포, 스릴러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장르적 견해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흥행할 수 없었다.
 
북미에서 공포 영화, 즉 Horror로 지칭하는 영화들은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로 한정되지 않는다. 귀신이 등장하는 Horror – Supernatural를 비롯해 SF-Horror, 슬래셔 무비, <쏘우> 시리즈와 같은 부류의 영화도 공포(Horror)라는 커다란 범주에 포함시킨다.
 
<더 퍼지>는 북미 박스오피스 사이트 모조에서 보면 SF-호러 장르로 구분 짓고 있으며, 역대 7번째로 높은 흥행을 한 영화라고 나온다. 참고로 역대 SF-호러 장르 1위는 <나는 전설이다>다.

반면, <더 퍼지>를 공포 영화라고 하기엔 한국 관객 구미에 맞지 않다. 자고로 한국 관객에게 공포 영화라 함은 귀신이 등장해야 제 맛이다. 역대 한국 공포 영화 순위만 보더라도 <장화, 홍련>, <폰>, <여고괴담> 시리즈, <알포인트> 등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가 주류를 이룬다.
 
그렇기에 <더 퍼지>를 공포 영화로 소개하기엔 한국 관객에겐 공포스럽지 않은 영화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 관객에게 <더 퍼지>는 스릴러에 가까운 장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역대 한국 스릴러 순위를 먼저 살펴 보면 금방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역대 한국 스릴러 순위는 <숨바꼭질>, <살인의 추억>, <추격자>, <친절한 금자씨>, <이끼>, <올드 보이> 순서다.

쉽게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바로 숨막힘이다.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스릴러 영화들의 묘미는 바로 숨막혀서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나 같이 영화를 보는 관객을 숨막혀 죽게 만들 만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이런 영화들로 인해 내성이 생긴 한국 관객에게 <더 퍼지>는 숨 쉴만한 느슨한 영화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더 퍼지>는 한국 관객에게 무섭지도, 긴장감도 없는 밍밍한 영화일 뿐이다.
 
Nevertheless – 봐도 좋은 이유는?

영화는 집단의 강요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불합리도 다수가 되면 합리화 되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차를 타고 집에 가는 샌딘(에단 호크)의 차 안 라디오에서는 이 숙청의 시간을 지지한다면 파란 인디고꽃을 꽂아 놓으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샌딘의 집으로 숙청을 피해 들어온 흑인을 돌려 달라며 대문에 모인 무리들은 숙청의 시간을 지지한다면 흑인을 내놓으라고 강요한다.
 
이에 따른 샌딘, 그의 아내 마리, 딸 조이, 아들 찰리의 행동들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영화를 지배하는 핵심 논리는 성악설이다. 성악설은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으며, 학습을 통해서 선해질 수 있다고 본다. 영화 속 미국 사회는 인간의 파괴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 무조건 억누르기 보다 1년 중 단 하루 12시간만 해방시켜줌으로써 범죄 발생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우리로 하여금 제거 행위를 하게 해주시고 스스로를 정화시키게 허락해주신 새 지도자를 찬양합니다. 재 탄생된 국가, 미국에 축복이 있기를.”
 
이 영화를 보고 인간의 선악 기준을 뭐라고 판단할 것인가? 광기를 표출하는 이들의 모습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판단할 지, 흑인을 돕는 샌딘 가족의 모습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판단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라이스 웨이크필드의 연기가 일품이다. 역할 이름조차 없는 조연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다. 미소 속에서 표출되는 광기를 느끼게 하는 표정 연기가 섬뜩하다.
 
라이스 웨이크필드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다크나이트> 조커 역을 맡은 히스 레저가 떠오른다. <더 퍼지> 속 라이스 웨이크필드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히스 레저의 뒤를 이어 표정을 통해 내면의 광기를 표출하는 연기를 보여줄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총평 : 공포보다, 스릴러보다 철학적 접근이 필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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