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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Film] '20세기 소년', 무서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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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잡다구리 2017. 8. 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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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무서운 추억


1990년대 어린 시절을 경험한 나로서는 20세기 소년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기에 충분했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는 산과 가까워서 동네 형들과 함께 산을 뛰어 다니며 비밀기지를 만들었고,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보물이라며 비밀기지에 숨겨두었던 추억이 있다.


20세기 소년처럼 예언의 서를 만들거나 그런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사마귀가 물면 손에 사마귀가 생긴다고 하거나 사마귀를 마지막에 죽이는 사람에게 사마귀 알처럼 사마귀가 나서 고통스럽다는 말도 있었다. 또한 제비나비를 잡으면 행운이 생긴다고 해서 산을 뛰어다니며 제비나비를 잡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했다.


추억이라는 것은 잡을 수 없기에 애틋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20세기 소년에서 가장 공감했던 말은 21세기가 되면 자동차는 날아다니고 우주여행을 할 줄 알았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2020 원더키디'를 보면서 우주를 날아다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자동차는 바닥 붙어있었고 우주여행은 세계적인 갑부가 아닌 이상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더구나 '2020 원더키디'의 배경이 된 2020년이 3년도 남지 않았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 우리는 허무맹랑한 소리도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을 되새기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나름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 소년은 그런 추억이 현실이 된다.


추억은 기억하지 않으면 잊혀 간다. 하지만 추억은 시간이 지나도 단편적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런 추억이 현실이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20세기 소년을 통해서 본다. 중학교 때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 빠져서 친구들이 사인북이라고 만든 적이 있었다. 한자 죽을 사에 사람 인을 써서 사인북이라고 하고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을 그린 공책이었다. 20세기 소년과 같은 논리라면 그 사인북을 그린 친구 한명이 그대로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것이다.


켄지 역시 세상에 굴복한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소년 시절의 기억이 현실이 된다는 것은 끔찍함 그 자체 일 것이다. 신령님은 ‘아이들의 장난은 끝이 없다. 단지 장난이 끝났을 때는 어른이 된 순간이다’라는 말을 한다. 켄지는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다시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자신이 버린 꿈을 다시 봐야하고 다시 잡아야 하는 것이 20세기 소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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