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서랍 속 Film] ‘싱글라이더’ 무관심, 그리고 무너진 경계

Movie

by 꿈꾸는 잡다구리 2019. 10. 11. 23:23

본문

320x100
반응형

영화 : '싱글라이더'

개봉 : 2017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 : 97

감독 : 이주영

출연 :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시놉시스 : 그가 사라졌다. 그에게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증권회사의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족,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는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난다. 그러나 다른 삶을 준비하는 아내 수진의 모습을 보고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돌연 자취를 감추는데... 완벽한 가정, 사라진 남편, 아무도 몰랐던 그의 충격적 진실이 밝혀진다.

 

(※ 이 글에는 영화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TMI 리뷰. 강력 스포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메시지

영화의 제목 싱글라이더는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고 번역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싱글이다. 강재훈, 이수진(공효진), 지나(안소희) 모두 싱글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커플의 반대 개념인 솔로로서의 싱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는 인생의 여행 길을 홀로 걷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훈은 잘나가는 증권회사의 지점장이다. 포르쉐를 타고 다닐 만큼 부유한 그는 수진과 그의 아들을 호주로 유학 보낸다. 영어라는 경쟁력이 아들에게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재훈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홀로 한국에 남는다. 그리고 인생 위기의 순간 재훈은 가족에게 기대기 보다는 홀로 감당한다.

 

수진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 때문에 자신의 꿈인 바이올린 연주자의 꿈을 접는다. 그가 꿈을 접은 이유는 남들이 죽기살기로 노력하는데 가정에 매여 있는 채 매달려 봐야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다. 그렇게 수진은 자신의 꿈을 포기한 인물이다. 그리고 재훈의 제안대로 타지에서 2년간 생활을 한다. 그렇게 수진은 재훈 때문에, 그리고 아들의 교육을 위해 혼자가 된다. 남편의 자리가 부재하게 된 수진. 재훈이 자신 남편이자 아이 아빠임에도 재훈의 부재로 인해 크리스(잭 캠벨)가 그 역할을 한다. 그런데 타의로 싱글이 된 수진은 호주에서 다시 삶의 주체자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놓았던 바이올린을 다시 잡은 그녀다.

 

지나는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온 유학생이다. 친구 하나 없는 그는 곤경에 처해도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 사람이 없는 고독한 인물이다. 심지어 그가 묵고 있는 숙소에는 이층 침대가 두개나 놓여 있음에도 그 방 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무관심이 낳은 비극

 

재훈, 수진, 지나는 무관심에 희생된 인물이다. 수진은 2년 동안 호주에서 아들 유학 뒷바라지를 한다. 자신을 호주로 보낸 재훈은 2년 동안 한 번도 호주에 찾아오지도 않은 채 자신과 아들을 방치한다. 하지만 수진과 그의 아들은 남편, 혹은 아빠라는 존재가 필요한 이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크리스다. 아이가 급성장염에 걸리자 크리스는 발에 피가 난 줄도 모른 채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내달린다. 뒤늦게 재훈은 크리스와 수진의 관계를 의심하지만 이런 결과를 만든 건 재훈 본인이다.

 

수진 역시 재훈에게 무관심한 인물이다. 호주를 찾은 재훈이 크리스와 수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처음으로 두 사람 관계를 의심한다. 수진은 크리스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처럼 웃는다. 그러나 재훈과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수진은 웃지 않았다. 바이올린을 그만두는 이유를 설명할 때, 유학을 제안하는 재훈 옆에 섰을 때도. 재훈이 모자를 방치한 것처럼 수진 역시 재훈을 방치했다. 재훈의 회사가 위기에 처한 사실을 뒤늦게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다. 통화가 되지 않는 재훈을 걱정하지만 적극적으로 재훈의 안부를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의례적인 통화 뿐이다. 계속된 연락 두절에 결국 아파트 소장에게 집에 들어가 봐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다.

 

지나는 사람에게도 국가에게도 도움 받지 못한 채 무관심에 방치된 이다. 비자가 만료된 이유로 돈을 다른 유학생들에게 빼앗기도 경찰에 신고조차 못한다. 그렇다고 대사관을 찾아 가지도 못한다. 결국 법이라는 테두리 밖에 있는 존재인 지나는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을 하고자 한다. 그나마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재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세 사람을 통해 영화는 무관심이 누군가에게 큰 비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가족에 대한 무관심일수도 있고 사회의 냉대일 수도 있다. 그나마 수진은 크리스가 내민 손 덕분에 타향살이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재훈, 지나는 크리스와 같은 존재가 없었기에 비극을 맞게 된 것.

▶경계를 무너트리다

 

이 파트는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해 쓸지 말지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영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트린 영화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교묘하게 섞어 놓는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결국 재훈이라는 존재가 산 자가 아닌 죽은 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야 영화 곳곳에 숨겨진 조각이 하나로 맞춰진다.

 

재훈은 죽은 자이기 때문에 산 자들이 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훈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수진이 재훈이 탄 버스를 탔음에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에게 말을 건 이들은 모두 죽은 자 혹은 혼수상태인 자들이다. 그에게 말을 건 인물은 노파, 다리 위 노동자 크리스의 아내, 그리고 지나 뿐이다.

 

지나 역시도 처음에는 재훈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유학생들에게 돈을 빼앗긴 뒤 재훈 앞에 나타난 지나는 재훈에게 말을 건다. 이미 이 시점부터 지나 역시도 산 자가 아닌 죽은 자가 되어 버렸다.

 

재훈의 정체에 대한 힌트는 노파를 통해서도 등장한다. 노파는 재훈에게 수진의 집을 배회하는 재훈에게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라고 한다. 하지만 재훈은 노파의 말대로 하지 못한다. 죽은 자인 재훈이기에 문을 열고 수진에게 나설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대사인 셈이다.

 

수진의 집에서 유일하게 재훈을 알아보는 존재가 반려견 치치다. 치치는 중요한 키 플레이어로 치치를 통해 재훈의 존재가 산자가 아닌 죽은 자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재훈을 쫓아 거리로 나온 치치는 재훈이 길을 건너자 뒤를 이어 길을 건넌다. 그 순간 차가 덮친다. 하지만 치치는 멀쩡하게 차 밑에서 나온다. 이 순간 치치 역시도 죽은 존재가 된 것. 이후 경찰이 죽은 치치를 수진에게 데리고 온다. 하지만 그 시각 치치는 재훈, 지나와 함께 있다. 그 뒤에 지나가 자신의 시체를 마주하게 되면서 재훈 역시 산 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재훈과 지나, 노파 모두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매번 같은 옷을 입고 있다. 그들의 의상은 한 번도 바뀌지 않는다.

 

솔직히 영화에 대해 모르고 싱글라이더를 보고 난 뒤 다시 한 번 영화를 보면 놓쳤던 부분들이 보이게 된다. 감독이 생각보다 많은 복선을 깔아 놨다는 걸.

 

한 줄 평 : 불륜 영화로 오해해서 미안하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