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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불패’ 시간 지나도 강력한 이야기의 힘 [서랍 속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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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잡다구리 2019. 11. 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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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동방불패'

개봉 : 1992

장르 : 액션,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 : 107

감독 : 정소동, 당계례

출연 : 이연걸, 임청하, 관지림, 이가흔, 이자웅

 

시놉시스 : 사부의 위선에 실망한 수제자 영호충은 추동자들과 유랑길에 오르며 일원신교의 무사 임영영을 만나 회포를 풀기로 하지만 약속장소는 누군가의 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혼란에 휩싸인 그는 향문청으로부터 동방불패의 술책을 듣게 되고 도음을 요청한다. 자객의 습격에서 동방불패를 구해준 영호충은 그의 정체를 모른 채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계략에 빠져 동방불패의 애첩을 그로 착각하고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동방불패의 정체를 훔쳐보게 된 임영영의 심복 남봉황은 동방불패에 쫓기게 되고 동방불패는 부하들을 이끌고 임아행이 있는 주막으로 쳐들어가는데...

 

(※ 이 글에는 영화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TMI 리뷰. 강력 스포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문득 떠오른 제목 동방불패

 

동방불패를 처음 본 게 너무 어린 시절이다. 사촌들과 삼삼오오 모여 사촌들이 빌려온 비디오를 통해 보게 된 동방불패’. 하늘을 날아다니고 사람이 조각나는 장면을 보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내 기억으로는 15세 관람가인 영화를 15세가 되기 전에 봤던 것 같다. 그때 기억나는 하나의 장면은 동방불패(임청하)가 붉은 옷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 그러다 문득 30대 중반이 돼 갑자기 동방불패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2년 국내 개봉을 했으니 벌써 27년이 된 작품. 솔직히 최근 영화의 화려한 CG에 익숙해진 터라 동방불패의 영화적인 효과는 조악한 느낌이 강했다. 요즘 동방불패와 같은 특수효과라면 B급으로도 취급 받지 못할 수준. 더구나 오래된 영화인 만큼 화질 역시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묘하다. 화면은 만족스럽지 못한데 그 이야기가 가지는 흡입력이 상당하다.

 

동방불패를 보면서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최근(2019) 한국 영화의 위기론이 부각될 때마다 다양성, 이야기의 부재, 흥행 코드 위주의 설정이 지적 받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동방불패 1992년 개봉작 치고는 상당히 파격적인 소재들이 많았다. 더구나 지금에서도 그 이야기가 그리 동 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좋은 이야기는 세대를 넘어선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영화랄까.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면서 화려한 효과보다 이야기의 힘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한다.

 

더구나 앳된 이연걸의 모습, 당시 최고의 청춘 스타였던 임청하의 미모를 다시 보게 되니 반갑기까지 하다.

 

▶ 트랜스젠더

 

너무 어린 시절 단편적으로 본 탓에 동방불패를 여자로만 기억하고 있던 나에겐 다시 본 동방불패는 충격이었다. 동방불패가 사실은 남자였다니. 더구나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 자신의 성기를 자르고 점차 여성화 돼 간다는 것. 결국 동방불패는 트랜스젠더였다.

 

동방불패는 자신의 곁에 두고 있는 애첩이 있음에도, 그리고 배신을 해서라도, 일본 낭인들과 손을 잡더라도, 심지어 무공을 위해 성기를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천하통일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변화를 주는 것이 영호충(이연걸)이다. 술을 좋아하고 호방한 영호충은 우연히 만나게 된 동방불패의 외견만을 보고는 여자로 착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영호충의 모습을 마음에 두게 된 동방불패. 남자임에도 남자를 좋아하게 된 상황이다. 1992년에 나온 영화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소재일 수 밖에 없다.

 

영화는 남자 대 여자의 사랑에 얽매여 있지 않다. 동방불패는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이 여성화 되자 화장까지 한다. 이를 목격한 애첩은 충격을 받는다. 애첩은 동방불패가 자신의 옷에 새겨 놓은 비급을 불태우려고 한다. 동방불패는 이런 애첩의 행동에 상처를 받고 모든 사람이 똑같다며 애첩을 내치려고 한다. 때마침 영호충이 동방불패를 찾아온다.

 

영호충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사제들과 함께 강호를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일원신교 교주는 그런 영호충에게 자신의 딸까지 내주며 동방불패를 죽이려고 한다. 결국 교주와 대립하게 된 영호충. 이를 지켜본 교주의 딸 임영영(관지림)은 영호충을 위해 절연을 한다. 이로 인해 씁쓸한 마음에 함께 술을 마실 사람으로 우연히 만난 동방불패를 찾아간 것.

 

동방불패는 영호충이 찾아오자 배신한 애첩에게 자신을 대신해 영호충에게 안기라고 요구한다. 이로 인해 충격을 받은 애첩은 동방불패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한다. 영호충은 동방불패가 사실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자신과 잔 여자가 동방불패인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영호충이 남녀 성별을 나누기 보다는 서로의 정신적인 사랑에 가치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남녀의 성행위,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좀 더 고차원의 것.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추구하는 느낌이다. 물론 여기서 자칫 잘못 해석하면 트랜스젠더와 남자의 사랑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긴 하다.

 

PS

사실 홍콩 무협 영화를 잘 몰라서 주워 들은 이야기

1. 동방불패는 김용 무협 소설 소오강호가 원작. 하지만 8권 대작을 많은 부분 각색.

2. 영호충은 화산파 수제자. 임영영은 일월신교 교주 임아행의 딸.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지만 정파, 사파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3. 김용 소설에서 동방불패는 독보적 일인자 최강고수. 동방불패는 이름이 아니라 호칭. 규화보전을 익히기 전에도 강한 무공의 소유자.

 

한 줄 평 : 시간 지나도 강력한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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