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포드V페라리'
개봉 : 2019
장르 : 액션, 드라마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 : 152분
감독 : 제임스 맨골드
출연 :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리오나 발피, 존 번탈, 트레이시 레츠
시놉시스 : 1960년대, 매출 감소에 빠진 ‘포드’는 판매 활로를 찾기 위해 스포츠카 레이스를 장악한 절대적 1위 ‘페라리’와의 인수 합병을 추진한다. 막대한 자금력에도 불구, 계약에 실패하고 엔초 페라리로부터 모욕까지 당한 헨리 포드 2세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박살 낼 차를 만들 것을 지시한다.
(※ 이 글에는 영화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TMI 리뷰. 강력 스포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 르망24시간 레이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르망24시간 레이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프랑스 르망에서 매년 열리는 자동차 내구 레이스다. 1940년부터 1948년까지는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중단되기도 했다. 1923년 처음 시작된 이 레이스는 동원 관객수가 70만 명에 달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구 레이스’라는 점. 이 레이스는 24시간동안 드라이버가 돌아가면서 쉬지 않고 차량을 몰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0.1초 경쟁을 펼치는 다른 레이스와 달리 가장 빠르면서도 튼튼한 내구성을 지닌 차량을 겨루는 대회다.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랩, 다시 말해 24시간 동안 가장 긴 거리를 달린 차량이 우승을 하는 레이스다.
또한 피트인의 크루들의 실력도 우승의 영향을 미친다. 24시간 차량의 최고 성능을 끌어 내다 보니 타이어 교체, 급유, 고장 수리 등이 빈번해 자주 피트인을 한다. 고장이 나도 피트인해서 수리를 한 뒤 다시 서킷으로 나간다. 피트인만 하면 수리가 가능하지만 주행 중 고장이 나게 되면 그대로 레이스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트인했을 때 차량 수리 및 타이어 교체 등을 잘 하는 크루의 실력도 중요하다.
이 레이스에서 가장 많은 우승자는 유럽 차량이다. 하지만 세 가지의 예외 케이스가 있다. 1960년대 후반 포드의 우승, 1991년 마즈다의 우승, 2018년 하이브리드가 장착된 토요타의 우승이다. 페라리는 1949년 첫 우승 이후 2019년까지 총 36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1960년부터 1965년까지 페라리는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저지한 것인 1966년 포드의 GT40이다. ‘포드v페라리’는 1966년 포드의 우승을 다룬 영화다.
▶ 캐롤 셸비&켄 마일스
이 영화는 6년 연속 페라리의 우승을 저지한 포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 모두 실존 인물이다.
캐롤 셸비는 미국 자동차 디자이너, 레이싱 드라이버, 기업가, 작가로 알려져 있다. 캐롤 셸비는 1959년 애스턴 마틴 DBR1을 개발해 1959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을 했다. 하지만 캐롤 셸비는 심장 질환으로 인해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은퇴를 했다. 1959년 은퇴 이후 회사를 차려 자동차 제작에 뛰어들어 2인승 로드스터 에이스를 바탕으로 포드 엔진을 얹어 AC 에이스를 제작하지만 부족한 출력 때문에 단종 위기에 처했다. 셸비는 에이스의 차체에 배기량을 키워 최초의 셸비 코브라를 만든다. 이후 셸비는 튜너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런 가운데 셸비는 포드의 제안을 받고 포드에 합류해 페라리를 이길만한 차량을 제작한다.
영국 출신 켄 마일스는 2차 세계 대전 이전 오토바이 경주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 육군에서 탱크 하사관으로 전쟁에 참여했다. 전쟁 이후 각종 레이스에 참여 한 그는 1952년 초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했다. 특히 1961년 차량 개발을 도운 것이 인연이 돼 캐롤 셸비의 주목을 받는다. 셸비와 함께하게 된 켄 마일스는 셸비 코브라와 포드 GT40, 머스탱GT350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일즈는 1966년 8월 17일 차량을 시험하던 중 전복 사고로 47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 회사 망치는 상사
이제부터가 영화 이야기다. 소위 국민 차량을 만들며 업계 최고를 달리던 포드는 심각한 매출 감소에 직면한다. 이에 마케팅 팀장 리 아이아코카는 기존의 디자인이 아닌 시대가 바뀐 것에 발맞춰 스포츠카 제작을 제안한다. 그리고 리 아이아코카는 페라리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을 한다. 하지만 포드사의 수석 부회장 리오 비비는 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다. 비비는 단순히 생산 수, 판매 수만을 가지고 페라리가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비비의 모습은 회사를 망치는 상사의 전형이다. 부하 직원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보다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혁신을 외치는 상사들, 하지만 정작 회사의 혁신이라기 보다는 부하 직원들의 혁신만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리 아이아코카는 페라리를 인수하자고 헨리 포드 2세에게 제안을 한다. 하지만 엔초 안셸모 페라리에게 능욕을 당한 뒤 헨리 포드 2세에게 엔초가 한 모욕적인 말을 그대로 전해 자존심을 긁는다. 이로 인해 헨리 포드 2세는 레이스 카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이후 셸비와 마일스가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비비는 마일스가 포드맨과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마일스를 레이서 엔트리에서 빼라고 강요한다. 결국 비비의 선택으로 인해 포드는 르망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에게 패배하고 만다. 결국 ‘포드맨’이라는 자신의 가치 때문에 최고의 드라이버를 쓰지 않은 것.
이에 빡친 셸비는 자신을 문책하려는 헨리 회장에게 사공이 많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그러자 헨리 회장은 전권을 넘겨줄 테니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한다. 하지만 헨리 회장은 셸리에게 다시 한 번 뒤통수를 날린다. 비비에게 레이싱 사업의 전권을 넘긴 것이다. 결국 비비의 압박과 온갖 비열한 수에도 셸비와 마일스는 르망24시간 레이스에 참여한다. 그러나 비비의 어처구니 없는 수에 셸비와 마일스가 우승 트로피를 도둑맞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일스와 엔초의 묘한 눈맞춤. 이 모습만으로도 관객은 엔초에게 영입된 마일스가 페라리를 몰고 포드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지 모른다는 찰나의 상상을 하게 한다.
결국 셸비와 마일스가 만든 포드 GT40으로 포드는 르망24시간 레이스에서 1966년부터 1969년까지 우승을 하고는 단 한번도 우승을 한 적이 없다. 경직된 회사의 문화, 리더십 부재의 상사가 얼마나 회사에 많은 기회를 뺏어 가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요즘 회사 문화와도 다르지 않다. 권위를 빼고 평등한 조건 속에서 창의적인 업무를 강조하는 시대. 어느 회사나 포드 회장, 비비 부회장 같은 놈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 두 남자의 찐 우정
셸비와 마일스의 관계는 묘하다. 영화 초반 셸비에게 스패너를 집어 던지는 마일스. 마일스의 모습은 영락없는 성격 파탄자로 묘사된다. 셸비는 약간 사기꾼 느낌이랄까. 그런데 두 사람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마일스가 레이서 엔트리에 빠지고 이후 찾아온 셸비와 치고 받고 싸우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들의 모습이다. 심지어 셸비는 마일스의 겨드랑이를 꼬집는다.
영화는 두 사람이 셸비 코브라로 우승을 한 시점부터 마일스의 사망까지를 담았다. 셸비는 마일스가 떠난 뒤 제대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마일스의 집을 찾은 셸비는 마일스의 아들과 만난 뒤 눈물을 흘린다. 맷 데이먼의 눈물 연기가 나름 만족스러웠다.
크리스찬 베일은 마일스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표정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마일스는 레이스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인물이다. 그만큼 외고집에 사교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크리스찬 베일은 마일스가 자신의 고집을 부리려고 할 때마다 앙다문 입 모양으로 마일스의 성격을 표현했다. 더구나 레이스를 할 때마다 웃음을 터트리는 마일스의 모습은 레이스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비비의 계략으로 최고 성적을 낼 수 있음에도 좌절하게 된 마일스는 결국 셸비를 위해서 순응을 택한다. 그 때 차 안에서 부르는 ‘나는 행복합니다’ 노래가 왠지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아씨. 돈 나가는 소리 들리네
개인적으로 차를 좋아하다 보니 차를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짐승 같은 울음 소리를 토해 내는 차량 엔진음, 엄청난 속도로 코너를 돌며 원심력과 싸우는 타이어 소리, 트랙을 빠르게 질주하는 차량의 속도감 등이 차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관심 포인트다. 그런 면에서 ‘포드v페라리’는 이 세가지 조건을 나름 충족시킨다. 문제는 IMAX 관 정도 되야 차량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고, 사운드 특별관 정도 가줘야 차량 엔진음, 타이어 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는 거다. 여기에 실체 차량에 탄 듯한 느낌을 받으려면 4DX 정도는 되야 할 듯.
포드 GT40가 내지르는 엔진음이나 서킷을 도는 차량들의 소리를 현장감 있게 듣고자 한다면 다소 부담이 되도 특별관에서는 봐줘야 한다. 참고로 IMAX 관에서 본 결과 나름 흡족했다.
한 줄 평 : 레이스 향한 순수함과 이를 망치는 포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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